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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통해 해결해야


국가채무는 한 나라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소득수준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지면 국가도 파산하게 된다. 국가채무는 개인 단계에서 생각하지 않았던 개념의 틀이 필요하다. 먼저 국가채무가 왜 문제인가를 생각해 보자. 국가채무란 세입이 세출보다 적은 불균형을 의미한다.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재원은 세금이란 수단을 통해 충당하는데 이 세금이 사회 전체에 주는 경제적 충격이 무섭다. 모든 사람은 세금을 싫어한다.


그러나 거둬들인 세금 자체는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단지 민간부문에서 정부부문으로 소유주만 바뀌었을 뿐 사회적 비용은 없다. 세금의 경제적 충격이란 세금으로 인해 경제주체들의 행위에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즉 저축하려는 사람이 세금으로 인해 소비를 더 많이 하고, 투자하려는 기업이 세금으로 인해 투자의욕을 잃게 되는 것이다. 세금으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이러한 변화들은 결국 국가의 경제성장을 더디게 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을 계산해 보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세금 1억 원을 거둬들이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비용이 1억6천만 원이다. 본질적으로 세금이란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며 그 수준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세금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국가는 여러 가지 지출을 하게 된다. 지출구조를 단순화하여 설명하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지출이 있는 반면 성장을 저해하는 지출도 있다. 전자의 지출로는 민간경제가 발전하는 데 도와주는 SOC 지출, 경제발전 지출 등이 있고 후자의 지출은 주로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는 이전지출로서 복지지출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역할이 경제발전과 복지 등 많은 영역이 존재하므로 다양한 영역에 지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시장의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경제발전을 위한 지출보다는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 결국 어쩔 수 없는 구조로 인해 정부지출정책은 포퓰리즘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우리의 경제성장은 더디게 된다. 정부는 세입규모보다 월등히 많은 지출을 하게 되고, 그 결과 국가채무 수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세입과 세출정책을 통해 자원배분을 왜곡하게 되어 우리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그래서 국가채무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채수준은 2009년의 경우 GDP 대비 35.6%이다. 한 나라 입장에서 국채가 없으면 최선이지만, 어느 정도의 국채는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우리의 국채수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국제 비교가 있다. G20의 평균 국채수준이 약 100% 수준이니, 한국은 국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많이 편다. 그러나 이는 국제 간 단순비교가 주는 환상이다.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제도들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비교는 현실을 오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먼저 국민연금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들의 연금제도는 부과방식으로서 현재의 일하는 세대가 은퇴한 노령세대를 부양하는 제도인 반면, 한국은 적립방식으로 정해진 이자율에 따라 미래에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제도가 적게 받아서 미래에 많이 돌려주는 제도이므로 필연적으로 미래에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현재의 구조 하에서는 2060년대에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에 국가채무로서 기금고갈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의 국채수준을 계산할 때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제도 차이로 공기업 부채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의 많은 역할을 공기업을 통해 대신하지만 이는 국가채무에 반영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국민들이 감성적으로 좋아하는 사업을 많이 벌이는데 세금을 통한 제도권 내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권 밖에서 실제로 ‘예산외 활동(off-budget)’을 벌인다. 일종의 ‘지하정부(underground government)’인 셈이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공기업을 통한 정부활동이 높은 수준이다. 공기업의 부채수준이 2004년에 140조 원이었으나 2009년에 274조 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을 보면 정부의 지하활동을 잘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국가채무 수치는 양호한 듯하지만 국가채무 정책이 우리의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채무 수준이 향후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정치시장에 있다. 국가채무 정책을 포함한 재정정책은 교과서적 이론에 따르면 경제정책의 일종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개선안을 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이론이 먼저이고, 현실의 비합리성을 비판하면서 실제로 이루어지는 정치과정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재정정책이 이루어지는 방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과정을 경제학적 분석틀로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현실적인 정책대안이 나온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먹고 산다. 재정정책을 이루는 두 가지 정책인 세금정책과 예산정책도 표를 계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세금인상은 일단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으므로 가능하면 세금인상을 억제하려고 한다. 반면 예산정책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종의 복지중심적 지출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복지중심적 예산정책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현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앞으로 어떠한 정권이 집권한다고 해도 재정정책이 포퓰리즘을 지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이러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서 관련 정치인과 관료들의 의사결정이 합리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이 합리성의 결과라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경제학에서는 시장이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메커니즘이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에 시장실패(market failure)란 개념을 설명한다. 재정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시장에서도 정치인들의 사적이윤(self-interest)을 중심으로 설명하다 보면 정치구조상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일종의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가 발생한다. 국가채무 수준이 향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일종의 정치실패의 한 예이다.


그러면 이러한 정치실패를 어떻게 교정할 것인가? 환경오염과 같은 시장실패의 경우에 정부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것과 같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국가채무 구조의 정치실패의 교정은 재정준칙(fiscal rule)의 법제화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입 내 세출원칙’ 혹은 ‘세입 증가율 내 세출 증가율 원칙’과 같은 재정준칙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사적이익을 추구하지 말고 공익을 위한 재정정책을 주문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다. 시장실패와 대칭되는 개념인 정치실패의 한 현상으로 국가채무 문제를 보게 되면 재정준칙과 같은 제도를 통해 증가하는 국가채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진권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jkhyun@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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