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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경쟁력 강화부터 시작해야


국민의 안정적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된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적립기금 소진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지급액은 늦게 받는’ 개편안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입자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땜질식으로 보험료율 인상, 연금 납부기간 연장, 연금 수급 개시연령의 상승이 논의되어 오히려 연금의 소득대체 실효성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지급 자체에 대한 신뢰 수준도 하락해 국가의 지급 보장을 국민연금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실 안타깝게도 국민연금의 낮은 지속가능성은 이미 예견되었던 문제이다. 1988년 도입 당시에 보험료율을 3%로 설정하여 ‘저부담-고급여 구조’로 설계된데다 경제환경과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비해 개혁이 더디게 이루어졌다. 일차적으로 1998년에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인상하고 수령개시 연령을 5년마다 1살씩 65세로 늦추었다. 2007년 2차 개혁으로 보험료율의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축소하였다. 십년동안 미루어 왔으나 보험료율 인상 없이 국민연금이 유지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세계 공적연금을 평가하는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지수’에서 한국은 2017년 지속가능성, 적정성, 완전성 항목에서 D등급을 기록해 30개국 중 25위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근본적 경쟁력 강화는 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달려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익률은 1.16%로 추정되어 2013년 3차 재정추계 당시의 전망치인 7.26%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수익률이 예상보다 1%포인트 하락하면 기금 고갈 시점이 5년 앞당겨진다는 것을 상기할 때 충격적인 수치이다. 수익성 확대를 위한 투자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130조원 이상을 투자해 그 비중이 21.1%에 이른다. 그러나 해외 주요 연기금의 자국증시 비중은 1% 안팎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인 일본조차 공적연금펀드 GPIF가 5%대에 불과하고 캐나다 연기금 CPPI는 2013년 7.2%에서 2017년 3.3%로 축소하였다.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세로 인한 마이너스 수익을 통해 높은 국내 주식투자 집중도의 단점이 증명되었다. 새로운 지역과 자산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로 2185만 가입자와 635조의 기금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그 위상에 걸맞은 운용체계와 인력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운용에 있어 책임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아 위험 통제에만 집중하게 되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투자 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지방 이전과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와 성과체계로는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기금운용본부장(CIO) 임명을 둘러싼 잡음은 국민연금이 정부 또는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사 전환이나 스웨덴과 같은 기금 분할 등의 전면적 조직 개편도 함께 모색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사회적 책임투자 강화와 같은 공적기금의 역할에 집중하여 왔으나 상대적으로 자체적 개혁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금 수탁자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는 스튜어드 의무(청지기 의무)는 국민연금에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국민연금 체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반발이 극심한 것은 낮은 신뢰도 때문이다. 개편안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익률 제고와 자체 개혁 방안부터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 yun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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