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및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전쟁 확산 움직임과 관련하여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각국은 경제 활성화 대책마련에 부심 중이다. 경제 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결국 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확대를 통한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 마련이라 할 수 있는데, 최근 미국 등을 중심으로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의 투 트랙 기업 투자 및 고용 촉진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아 총 GDP 대비 교역 비중이 7-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경제에는 그 어느 때 보다 기업 활동 축소 등의 악영향이 예상되는데,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촉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한국 역시 규제개혁은 매 정부 때마다 주요 경제정책 방향 중의 하나로 불필요한 기업 규제 개혁을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기업경영환경 등에 있어 가장 규제가 심한 국가들 중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들의 제품시장 규제 정도를 정기적으로 분석하는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 기준 터키, 이스라엘,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가장 규제가 심한 나라로 분석된다. 특히, 투자와 무역규제 부문에 있어서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규제가 심한 나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정부역시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지지부진하여 대외 경제 환경 악화와 더불어 경제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 탈규제화에 따른 자유경쟁이 어떻게 기업들의 혁신과 효율성 제고를 촉진시킴으로써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또 전체 투자와 고용을 증대시킴으로써 총생산 및 사회후생을 증대시키는 지 많은 선행연구들에 의해 밝혀져 왔는데, 한국의 경우는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규제비용은 무엇보다도 기업의 중/장기 투자, 고용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경제 전체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큰 파급효과를 지니므로 동태 CGE(연산가능일반균형) 모형을 구축하여 한국경제에서 규제비용이 기업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해보았다.
추정결과 제조업 부문 규제비용이 일본수준으로만 감소하더라도 중장기에 걸쳐 연간 전체 매출액 대비 투자율은 11.6% 증가하며, OECD 선진 10개국 수준으로 하락 시에는 더욱 커져 15.5% 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투자 촉진 효과와 더불어 고용효과를 추정해 보았는데 (초기 실업률 3.7% 가정), 제조업 부문 규제비용이 일본 수준으로 하락 시 실업률은 점진적으로 하락하여 0.45% 포인트 감소하며, OECD 선진 10개국 수준으로 하락 시에는 0.60% 포인트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제조업 부문의 규제비용 감소효과만을 보수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비정규직이 주를 이루는 청년 실업률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한국 경제에 있어 규제비용 감소에 따른 투자 및 고용 촉진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무역전쟁의 여파로 미국의 대표 오토바이 제조사인 할리 데이비슨이 수출용 오토바이 생산 공장을 보복관세를 피해 해외로 이전키로 하면서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기업경영환경에 있어 한국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미국기업들 조차 생존을 위해 해외로 생산 공장 이전을 결정하는데 한국 수출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더 큰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기업 규제 개혁을 통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경영환경 개선 및 혁신성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정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jung@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