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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재정위기와 정부의 분식회계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그리스 재정위기의 교훈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1) 첫째는 경제운용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선거를 의식하여 위기해결을 미적거리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며, 셋째는 경제위기의 높은 전염성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이들 중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충분히 알지 못했던, 다시 말해 이전과 다른 새로운 현상을 접하며 얻게 된 교훈은 바로 그 첫 번째에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단일 통화권의 한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수출경쟁력, 가계저축 그리고 건전한 재정통계의 중요성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한 국가가 단일 통화의 매력, 즉 복잡한 환율체제를 벗어나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고 기축통화로서의 이득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국의 통화정책을 포기해야 하는 심각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2) 또 국민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지지하는 가장 근본적 기반은 민간부문으로서, 민간기업의 경쟁력과 가계의 건실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분식회계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매우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분식회계(Creative Accounting, Window Dressing Settlement)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있기 전만 해도 국제사회에서 별다른 현안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사실 그리스 정부의 분식회계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또 어쩌다 발생한 단 한 차례의 사건도 아니었다. 유럽통계청(Eurostat)은 2004년부터 여러 차례 그리고 엄중하게 재정지표와 재정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 그리스 정부와 국제사회는 이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2010년 1월 유럽통계청은 경제금융이사회(Economic and Financial Council)의 요청에 따라 그리스 정부의 분식회계 실상을 낱낱이 공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는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3)


보고서는 통계방법과 기술적 문제(‘통계적 취약성’, statistical weaknesses)와 함께 통계관련 기관들의 부적절한 거버넌스(‘제도적 실패’, institutional failures)를 지적하고 있다. 우선 ‘제도적 실패’로는 재정통계 관련 기관들 사이에 협조가 부족하고 명확한 책임인식이 없으며, 담당자들에 대한 직무책임과 권한이 모호하고 제반 지침과 기준이 문서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통계적 취약성’은 모두 14가지 항목으로 정리하였는데, 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상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①세입세출과 국고금 잔고와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특정 항목이 국고금 잔고에 계상되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②군사비, 보증지출 등이 이루어지는 국고계정(예산외 계정)의 세입세출이 불투명하다. ③폐지된 ‘예산외 계정’에서의 수입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았다. ④스왑거래를 회계검사원은 잘못 보고하였다. ⑤발생이자를 회계검사원은 잘못 보고하였다. ⑥정부보증에 대한 회계규칙을 회계검사원은 준수하지 않았다. ⑦정부의 공기업에 대한 지원이 경상이전, 자본이전, 출자 등인지 적정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다. ⑧사회보장부문의 수지가 설문조사를 통해 추정되고 있다. ⑨지방정부에 대한 수지가 설문조사를 통해 늦게 수집되고 있다. ⑩군사장비에 대한 지출이 기밀로 간주되어 적정하게 계상되지 않는다. ⑪과세액에 일정비율의 계수를 적용하여 조세수입을 추정하고 있다. ⑫385개의 ‘예산외자금(extra-budgetary funds)’에 대한 회계처리가 분명하지 않다. ⑬정부 외에서 수령한 EU출연금을 정부수입으로 계상하고 정부지출로 계상하지 않는다. ⑭병원들에서 상당한 규모의 지출이 계상되지 않는다.


이들 14가지 분식회계 사례들은 대략 세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세입세출 거래들을 적정하게 계상하지 못하는 ‘세입세출 계상의 문제’, 거래의 경제적 성격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거래분류의 문제’, 그리고 재정활동을 전반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재정범위의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 ④, ⑦, ⑬은 ‘거래분류의 문제’를 ⑫, ⑭는 ‘재정범위의 문제’를 그리고 그 나머지는 ‘세입세출 계상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리스 정부의 분식회계 실상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세입세출이 정확하게 계상되지 않고 누락되는, ‘세입세출 계상의 문제’를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1999년 이래로 정부회계의 복식부기와 발생주의 정책이 추진되며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전체의 예산과 결산이 하나의 통합 전산시스템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재정통계의 이러한 기계적 정확성은 우스갯소리로 두 분의 상고 출신 대통령이 복식부기ㆍ발생주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먼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래분류의 문제’와 ‘재정범위의 문제’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지원을 경상이전, 자본이전, 출자 등으로 적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부담금 수입과 행정독점적 수입을 조세로 인정하지 않는 등 ‘거래분류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자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이유, 정부의 많은 간섭에도 불구하고 재정규모와 재정부채 비율이 매우 낮은 이유는 모두 ‘재정범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재정지표들은 금융성기금과 공공기관들의 재정활동이 배제된 채 작성되기 때문이다.4)


더구나 이와 같은 ‘통계적 취약성’과는 별도로 재정통계 작성의 거버넌스, ‘제도적 실패’의 문제도 반드시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기업인들뿐만 아니라 정치인ㆍ관료들도 분식회계의 강력한 유혹에 직면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리스에는 ‘유럽통계청’이라는 기관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오직 내부의 건전한 견제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지위를 가지며 재정통계의 국제기준 준수 여부를 감시ㆍ감독하는 기능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옥동석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dsock@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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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cropolis now,", The Economist, May 1st 2010.

2)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5월 13일자 김이석 박사의 KERI 칼럼 “6ㆍ2 지방선거와 그리스발 남유럽 재정위기”

참조.

3) European Commission, "Report on Greek Government Deficit and Debt Statistics," January 2010.

4) 금융성기금으로는 기술신용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수출보험기금,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 부실채권정리기금, 구조조정기금, 농어가목돈

마련저축장려기금, 국가장학기금, 외국환평형기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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