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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경제학자들의 정신분열 증세


주변에 품성이 범상치 않은 경제학자들이 종종 있다. 이 때문에 제목에 ‘경제학자’와 ‘정신분열증’이 같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옳거니”하고 맞장구를 칠 독자가 꽤 있을 것 같다. 그나마 경제학자들이 사람은 이상해도 똑똑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2008년 몰아닥친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막거나 예측하지 못한 것을 보면 이제는 정말 쓸모없고 이상하기만 한 사람으로 비쳐질까 두렵다. 위기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경제가 나빠질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장마철 맹꽁이들처럼 제각각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다른 주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장본인인 금융산업을 앞으로 어떻게 단속해야 할지에 대한 시각차가 다양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G20 정상들은 각국이 GDP의 2%가 넘는 경기진작책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었는데, 지난 6월 토론토 회의에서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최소한으로 반감하도록 하자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정신없는 짓”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1) 이런 혼란스러운 모습에 금융시장이나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위기에 대한 ‘사후약방문’으로 “다 정부 탓”이라거나 “다 시장 탓”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뒷짐을 진 사람들에게 근래의 정책 논쟁은 관심사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멈춘 시계가 하루 두 번 매우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니 한 번도 못 맞추는 시계보다 좋다고 하는 것과 흡사하다. 대다수 경제학자에게 이러한 논쟁은 외면하기 힘든 현안이다. 단기뿐 아니라 장기에 걸쳐서도 경제환경이 어떻게 될지, 심지어 향후 경제학 내용마저도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본고는 제한적이나마 지금까지 이루어진 논쟁을 정리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당면한 경제정책에 대한 함의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더블딥 위협의 의미

더블딥에 대한 걱정은 위기 이후 정부지출 증대에 의존해 2009년 이후 회복세를 보였는데, 민간수요 회복이 미약한 가운데 정책적 출구전략 진행으로 세계경제가(그리고 그 여파로 한국경제가) 다시 단기적 경기 악화나 혹은 그 이상으로 심각한 경기경색이 발생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이다. 미국과 EU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전례 없는 금융시스템의 동파와 실물경제 위축의 혹한을 겪었다. 정부의 각종 금융시스템의 신속한 복원을 위한 응급조치와 지출 증대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빙하기에 진입하는 것을 피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형 채무기관이 파산하는 등 그 이전에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금융 거래자들은 당연히 조금이라도 위험이 있는 투자처의 신용위험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졌다.


금융시장의 입장에서 각국 정부는 중요한 투자처인데 이는 정부가 통상 세금을 걷고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채무변제능력이 뛰어난 우량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며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정부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게 되자 그 이전에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각 나라의 채무변재능력이 관심사가 된다. 그 중에도 위기 이전부터 나라의 재정사정이 불량했던 곳, 통상적으로 한 나라의 정부가 갖는 조세권 및 발권력에 제한이 있는 곳, 그리고 쉽게 돈이 되는 자원이나 산물이 많지 않은 곳이 잠재적인 문제 국가로 부각된다. 공동통화 유로화의 사용으로 발권력이 없는 유로존 국가 중 재정이 불량한 남유럽 국가들, 특히 그리스가 이런 혐의로 지목되면서 다시 세계 금융시장에 한기가 돌고 있다.


낙관적 전망: 통상적 회복 지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가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더블딥이 단순히 단기 회복세 둔화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일례로 미국의 6월 고용지표나 제조업지수의 하락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우도 최근 실물경제지표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런 시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는 당분간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재정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경기 경색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 있다.


이런 지표에도 불구하고 예상되는 회복둔화는 통상적 경기순환 양상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흔히 전례로 거론되는 것이 1980년 이후 미국경제이다. 1980년에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폴 볼커가 단행한 초긴축 통화정책의 여파로 1980년 불경기를 겪고 회복되는 듯 했다가 다시 주저앉으며 2년 가까이 두 번째 불경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몇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구미경제의 상대적 중요도이다. 1980년 당시 미국은 세계경제의 1/4을 차지하는 버팀목이었다.2) 이에 비해 최근 세계경제는 중국과 인도 등과 같은 대형 신흥개발국들이 중요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설령 미국경제가 과거와 같이 경기 하강국면에 재진입하더라도 세계경제 전체로 보았을 때 미치는 파장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가 매우 심각한 홍역을 치른 직후라서 미국의 경기경색이 곤혹스러운 일이 될 테지만 점진적인 회복세가 다시 시작되면 세계 수요가 살아나면서 1~2년 내에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이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얼마나 심각했는가를 감안하면 세계경제의 전반적 회복에 시간이 좀 더 걸리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선진경제와 신흥경제에 골고루 연결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이런 회복세 지연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국내 부동산가격 급락과 같이 외부상황과 관련이 작은 국내 문제가 크게 악화된다면 우리 경제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비관적 전망: 일본식 장기불황을 아시나요?


본격 회복에 10년이 넘게 걸린 1930년대의 대공황도 일단은 경기 부진으로 시작했다. 일본에서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추세가 막 시작한 1990년에 불황이 이렇게까지 지속되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드물었을 것이다. 이런 과거 에피소드에 비추어보면 2009년 하반에서 2010년 상반에 걸친 회복조짐은 오히려 일장춘몽이고 작금 언급되는 더블딥이 향후 중장기 경기불황 추세의 시작점일 가능성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주요국 경제가 만성적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재정지출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공공재정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등 시름시름 앓으며 경제가 활력을 잃는 것이 장기화된다. 가능하면 피해야 할 운명이다.


이런 가능성을 지나친 망상이라고 무시할 일만도 아니다. 유로존 여러 나라들의 재정상태가 매우 불안한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만일 문제가 확대 재생산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미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 유로화 가치가 큰 폭으로 추락하면서 파탄을 맞을 수 있다. 세계 GDP 비중이 20%가 넘는 유로권 경제가 크게 악화되면 국제금융시장의 마비와 더불어 대부분 세계경제 실물부문도 그 소용돌이를 피해갈 길이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자. 우선 미국과 유럽 경제가 이런 상황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면 향후 세계경제의 모습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정치ㆍ사회적 파장은 어찌될까? 히틀러나 스탈린은 대공황으로 세계경제가 심히 어려워지며 득세한 대표적인 괴물들이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이다. 은퇴한 인구는 그 동안의 저축과 공적 부조에 의지하여 생활을 꾸려간다. 국제금융시장의 마비는 저축소득의 감소를 초래하고 정부재정 파탄은 공적 부조의 축소를 가져온다. 고령인구의 빈민화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큰 차이를 보이는 정책대응 처방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가 하는 판단은 현재 더블딥의 위협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본 첫 번째 판단이라면 경기회복 지원노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주요국들이 향후 거시경제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 그 동안 악화된 재정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된다.


경제이론에 있어 이런 시각은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의 주장과 관련이 크다. 그는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것이 소비자나 기업들의 지출을 늘리는 효과보다는 향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는 것에 대비해서 민간 경제주체들이 오히려 저축을 늘리는(따라서 소비 및 투자 지출을 늘리지 않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의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설명이다. 특히 향후 정부의 재정적자 부담을 통화증발을 통한 인플레이션으로 반감시킬 여지가 없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향후 재정건전화는 증세를 불가피하게 수반하게 된다. 그러므로 차라리 재정건전화 의지를 일찌감치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민간 경제주체들의 향후 경제환경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 독일의 판단이다.


그러나 두 번째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보면 재정긴축은 시기상조이고 아직까지도 좀 과할 정도로 경기회복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3) 이 두 가지 시각의 중간쯤에는 재정지원 철회와 통화정책 경기회복 지원과 같이 정책실효성에 바탕을 둔 정책조합을 주문하는 견해도 있다.4)


그런데 정책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각에는 단순히 현재 상황을 어렵게 보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가 역할을 축소했을 때 시장중심의 경제활동이 별 문제없이 균형점으로 회귀할 것인가에 대한 좀 더 심각한 의구심이 자리하고 있다.5) 이런 시각은 앞으로 일부 경제학 교재의 내용이 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외양간 수리가 필요하면 소 잃고라도 하는 것이 좋다


2008년에 세계경제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전례가 드문 엄청난 태풍이었다. 초특급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그나마 잔해 더미가 더 크지 않은 것에는 주요국 공적부문의 위기대응 역할이 주효했다. 큰일을 치른 후에 할 일은 더 많아진다. 먼저 태풍이 확실히 지나갔는지를 살펴야 한다. 아울러 위급한 상황이 지나면서 위기대응 때문에 덮어놓았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밀린 숙제는 나라마다 다르다. 따라서 만사를 제쳐놓고 급히 위기에 대응할 때와 달리 사후정리는 모두 같은 일을 같은 순서와 강도로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정부권력의 민간개입이나 관치를 자제하는 일이 거시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일 수도 있다.


아울러 미리 단순한 결론을 내려놓고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확인을 등한시하는 태도보다는 정부, 시장 참가자 등 경제주체들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이러한 일이 일어났는가를 확실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오진은 병의 재발로 이어진다. 때늦은 감이 있더라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좀 더 검증된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다면 기다리는 것이 지혜이다. 철저한 검증이 좋은 처방으로 이어진다면 세상은 경제학자들의 맹꽁이 닮은 시끄러움도 용인해 주리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물론 경제학자들의 다른 주장이 정서불안을 반영하는 쓸데없는 말장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 아울러 다시 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허찬국 (충남대학교 경상대학 교수, chanhuh@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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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7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강한 어조로 재정긴축을

비난했다. “이번 위기는 1930년 이후 처음 겪는 전 세계적으로 동조화되어 나타난 금융위기이다. … 이런 상

황에서 세계적인 재정긴축은 바로 피해야 할 악수이다(This is a coordinated global financial crisis last

time we had was 1903s. … In this circumstance fiscal austerity around the world is exactly the wrong

thing to be doing).”

2) 일례로 미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 약 27%에서 2008년에는 약 18%로 낮아졌다. 이에 비

해 중국과 인도의 GDP의 합은 1980년 미국 GDP의 약 13%에 그쳤으나 2008년에는 약 36%에 달했다(World

Bank 자료).

3) 폴 크루그먼은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경제가 다시 장기불황의 덫으로 빠질 확률

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We should be throwing everything we can get at this,

because the risk of sliding into a permanent trap (or near permanent trap)… is very high).” 그는 비슷한

시각에서 일관되게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뉴욕타임스의 칼럼 “The Third Depression,”

4) 이런 시각은 최근 경제 시사지에서 빈번히 찾아 볼 수 있다. Financial Times지 Martin Wolf 칼럼, “Demand

shortfall casts doubt on early austerity,” (http://www.ft.com), Economist지 'Austerity alarm'

5) 경제의 안정된 균형상태(equilibrium)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본 가정으로 하여 모형을 구축하여 이를 분석의

바탕으로 삼아 정형화된 경제학적 접근방법에 대한 심각한 비판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폴 크

루그먼을 위시해서 이런 의견 개진이 늘고 있다 (P. Krugman, “How Did Economists Got It So Worng?,”

Sep. 2, 2009 New York Times, K. Rogoff & C. Reinhart in ''They Did Their Homework (800 years of it)'

July 2, 2010./“Where economics went wrong-and how the crisis is changing it,” The Economist지,

2009. 7. 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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