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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교각살우가 걱정된다


대기업집단 안에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가 공존하는 현실은 ‘금산분리 문제’로 지칭되며 지속적으로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함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고 비금융회사 역시 금융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의미한다. ‘지배하지 못함’의 의미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주식의 소유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의미일 수도 있고, 주식은 보유하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등 주식 보유를 통한 지배를 약화시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금산분리는 외국의 문헌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적’ 규제이다. 은행과 비금융회사를 분리하는 은산분리는 예컨대 미국, 이태리, 일본 등에서 볼 수 있으나, 은행 이외의 금융권역에까지 비금융회사와의 분리를 요구하는 포괄적 금산분리는 필자가 조사 한도 내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사항이었다.


금산분리 규제를 옹호하는 편에서는 ‘한국적 특수성’이 규제의 배경이라고 한다. 여기서 한국적 특수성이란 과거 정부 주도의 급속한 경제 발전 중에 대기업집단이 형성되고, 많은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대기업집단 소속이라는 역사와 현실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대기업집단의 경제·사회적 비중이 작거나 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가 없었다면 작금의 금산분리 논의 역시 없었을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산분리는 궁극적으로 해당 대기업집단의 해체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득과 실이 있어, 금융안정성은 금산분리를 추진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못해


물론 대기업집단 안에 금-산이 결합되어 있는 상황이 문제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대기업집단 대주주의 금융회사 사금고화는 금산분리 논쟁이 있을 때마다 발생 가능한 문제로 거론된다. 사금고화란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금융회사를 개인 금고처럼 이용한다는 뜻이다. 주로 금융회사의 자산으로 계열사를 음양으로 지원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특히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금융회사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할 만한 수준이면 해당 금융회사의 다른 주주들뿐만 아니라 이 금융소비자들에게도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일으킨다. 따라서 사금고화 논의의 핵심은 금융회사의 자산이 계열사 지원에 전용될 수 있는지, 이것이 금융회사의 건전한 운영을 저해할 만한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관련 법령의 크게 개선되고 강화되었기 때문에 사금고화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미미할 정도로 축소되었다. 예컨대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회사들 중 가장 사금고화 가능성이 높다고 꼽히는 보험회사들을 규제하는 대표법인 보험업법을 살펴보자. 보험업법이 1962년에 제정되어 외환위기 전까지 개정된 횟수는 35년 간 단 9번이었던 데 반해, 외환위기 직후 1997년 12월부터 현재까지 15년 정도의 기간 동안 25번 개정되었다. 단순히 개정횟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금고화 우려와 관련한 많은 규정들, 특히 대주주 및 계열사와의 관계에 대한 규정들이 외환위기 이후 신설되었다. 사금고화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제들이 외환위기 직전까지 법률 및 시행령 상 없었던 데 반해, 현재는 세밀하게 도입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가 소유관계로 엮여 있는 대기업집단의 현실이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는 가능성은 남아있다. 만약 대기업집단 내 회사에 재무적 위기가 닥치면 같은 집단 내 금융회사가 다양한 경로로 악영향을 받고 궁극적으로 전체 금융산업에 문제가 전염될 우려가 있다. 사실 대기업집단이 관련된 금융안정성의 문제는 대외적으로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최근 IMF와 World Bank가 실시한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는 보험그룹 감독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대형 보험회사들이 그룹 차원의 감독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기업집단 안에 속한 금융회사들을 그룹 차원으로 감독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금융안정성은 금산분리를 추진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모든 경제활동에는 득과 실이 있다. 만약 미미한 사금고화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하고자 금산분리를 추진한다면 진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이다.


민세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sejinmi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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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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