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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창달을 위해서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기부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다. 반가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정책을 내세워 이를 강조하고 있으며 언론 또한 이를 지지하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 강조되어온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한국 사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지나치게 ‘강요된 베풂’ 쪽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의 기부문화 창달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비기독교인의 이해를 바라면서) 성경 이야기부터 한다. 기독교를 공산주의와 비슷하게 보는 목사들이 간혹 있다. 그 근거는 신약성경 사도행전에 있을 것이다. “믿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지내면서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재산과 소유물을 팔아 모든 사람은 필요한 만큼 나누어 가졌다”(사도행전 2:44-45). 인용은 초기 교회의 탄생과정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초기 교회는 공동체 형성과정에서 공용(共用)과 공유(共有)가 바탕이 되었다. 이는 칼 마르크스 사상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능력에 따라 모든 사람들로부터, 필요에 따라 모든 사람들에게(to each according to his needs, from each according to his ability).” 이 말은 곧 “능력 있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아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는 뜻이다. 마르크스는 이런 논리로 공용과 공유에다 공산(共産)까지 덧붙여 평등분배를 실현하고자 공산주의를 주창했다. 따라서 기독교를 공산주의와 비슷하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각자 그 마음에 정한대로 해야 하고, 아까워하면서 내거나 마지못해서 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내는 사람을 사랑하십니다”(고린도후서 9:7). 기독교에서는 인용 내용이 ‘기독교의 올바른 베풂’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기독교는 공산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다시 말하면, 기독교는 ‘자발적 베풂’을 지지하지 ‘강요된 베풂’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해 온 몇몇 국내외 자발적 기부자를 소개한다. 알프레드 노벨은 노벨상을 제정했다. 그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돈을 많이 벌었다. 1888년 그의 형이 죽었는데 프랑스의 한 신문이 실수로 알프레드 노벨이 죽었다는 기사를 썼다. 그 기사에서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죽음의 상인’으로 묘사되었다. 출근하여 그 기사를 읽던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모습이 ‘처참한 것’을 발견했다. 그는 죽기 전인 1895년 11월 27일 ‘과학 진보와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할 노벨상 제정’을 유언으로 남겼다. 그는 재산의 94%인 3,100만SEK(스웨덴 크로나; 2008년 4월 말 현재가치로 4억5천만 달러)를 노벨상 설립을 위해 기부했다. 노벨재단은 1896년에 설립되었고, 노벨상은 1901년부터 수여되기 시작했다. 노벨의 경우 기부는 체면유지를 위한 자발적 기부다.

앤드류 카네기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가족의 비참한 생계를 돕기 위해 주급 1달러20센트를 받고 음침한 지하실에서 실 감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첫 주급을 받았을 때의 기쁨을 50여 년 후에 이렇게 썼다. “그때 나는 겨우 12살이었다. 내가 첫 주급을 받았을 때 나는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 일해서 벌어들인 1달러20센트! 부모님을 도울 수 있다니!” 그 후 그는 열심히 일했고 저축했고 투자했고, 운도 따라 돈을 많이 벌었다. 그는 자신의 꿈인 자선사업을 하기 위해 66세 때인 1901년 잘 나가던 철강회사를 팔아 4억8천만 달러를 손에 쥐었다. 그는 하루아침에 세계 1등 부자가 되었다. 그는 가진 돈의 90% 정도를 여러 분야에 베풀었다. 그가 설립한 카네기재단은 그 동안 열심히 활동해왔고,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기부문화의 상징이다. 그가 밝힌 기부 이유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카네기의 경우, 기부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자발적 기부다.

빌 게이츠는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이 베푼 사람이다. 게이츠재단은 1994년 재단 설립 이후1) 지금까지 미국과 5대륙에 걸쳐 의료ㆍ교육ㆍ도서관ㆍ미국 저소득층 생활보호ㆍ에이즈백신 개발 등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돈을 내놓았다. 게이츠재단의 기부액은 2010년 8월 16일 현재 228억1,900만 달러에 이른다.2) 그는 『미래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열아홉 살의 나이에 나름대로 앞날의 세계를 점치고, 내가 여긴 방향에 나의 미래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판단은 옳았다.” 그는 1994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2008년까지 세계 1등 부자였다. 세계 1등 부자 빌 게이츠는 2006년 6월 15일 자신이 베푸는 이유를 이렇게 썼다. “나는 거대한 부를 선물로 받았다. 거대한 부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이어 그는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2009년 6월 노르웨이의 한 자선토론회에서 억만장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부자는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해야 합니다. 나눠주면 기부의 기쁨을 알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기부를 생각하지도 않았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기부를 결심한 빌 게이츠의 경우, 기부는 자신의 기쁨을 위한 자발적 기부다.

이종환 삼영그룹 회장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그는 2000년 사재 10억 원을 출연하여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세웠는데 2008년 4월 말 현재 출연액은 6천억 원이다. 그는 전 재산의 95%를 교육재단에 출연했다. 그가 출연한 6천억 원은 당시 환율로 5억4천만 달러를 넘는다. 이종환 회장의 전 재산에 대한 출연율 95%와 출연액 5억4천만 달러는 알프레드 노벨의 출연율 94%와 출연액 4억5천만 달러를 웃돈다.3)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2000∼2008년간 장학생을 3,700명이나 배출했는데 이 가운데 국내 장학생은 약 3천 명, 국외 유학 장학생은 약 700명에 이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종환 회장은 ‘아시아판 노벨상’을 제정하여 2010년부터 아시아지역 인문학자와 과학자 각각 1명에게 노벨상에 준하는 100만 달러씩을 시상한다. 그러면 이종환 회장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교육에 투자했는가? 그것도 ‘자발적으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필자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밝혔다.4) “나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명이라도 노벨상 수상자, 단 한 명이라도 빌 게이츠가 나오기를 바라며 돈을 씁니다.” 이종환의 경우, 기부는 ‘세계 1등 인재 육성’을 위한 자발적 기부다.

이명박 대통령을 뺄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가면서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책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일찍이 실천에 옮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7월 6일 “부부가 살 집 한 채만 빼고 전 재산 331억 원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현직 대통령이 거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예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 후 이명박 대통령은 약속한 대로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재산을 기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호를 딴 ‘재단법인청계(淸溪)’가 발족하여 2010년부터 연간 11억 원가량의 재원으로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고교 등록금과 초ㆍ중ㆍ고교생의 식비 등을 지원하는 복지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기부는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자발적 기부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의 ‘약자에게 기회 주는 정책’은 설득력을 얻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자발적으로 베푼’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면 ‘강요된 베풂’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삼성그룹은 2006년 2월 불법대선자금,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배정 등으로 물의를 불러일으킨 데 대한 사과의 뜻으로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자발적 기부’가 아닌 노무현 정부에 의한 ‘강요된 기부’였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알프레드 노벨, 앤드류 카네기, 빌 게이츠, 이종환의 ‘자발적 베풂은 영원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노무현 정부의 강요로 이루어진 삼성그룹의 ‘강요된 베풂은 일시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제 미국 기업의 기부문화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미국은 기부문화를 대표하는 나라다. 사회주의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기부문화가 미국에서는 꽃을 활짝 피웠다. 그 이유는 미국이 출발부터 자유시장경제를 택했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전후로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당시 경제정책은 그 표어가 ‘자유기업, 경쟁, 자유방임’이었다. 사람들은 기업설립, 직업선택, 재산취득 등에서 자유로웠다. 누구나 성공하면 이익을 얻고, 실패하면 손해를 보게 되는 풍토였다. 오로지 실적만이 시금석(試金石)이었다. 그 결과 미국은 물질주의가 발달하게 되었다. 물질주의 발달로 미국은 사람들의 활력이 어마어마하게 방출되어 한층 더 생산적이고 동적인 사회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시대에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 바로 미국 기업의 기부활동이었다.5) 시카고는 그 예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시카고는 1880년대부터 1890년대 초반까지 거대한 문화기관들이 들어섰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면 미술학교, 뉴베리도서관, 시카고교향악단, 시카고대학교, 휠드박물관, 크레라도서관, 헐 하우스(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문화와 교육을 보급하고 이들의 일상 문제를 돕기 위해 전국적으로 설립된 수많은 복지회관 가운데 최초의 것이었음) 등등. 당시 미국의 가치관은 ‘기회의 평등’이었다. ‘기회의 평등’은 문자 그대로 이해되기는 어렵지만 밀턴 프리드먼은 이를 ‘능력에 따라 열려지는 인생’으로 풀이한다. 당시 미국 정부는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개인이나 기업이 능력에 따라 활력이 넘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그래서 기업이 활력이 넘치게 기부활동을 한 것이다.

현재의 한국은 어떠한가? 현재의 한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이 활력이 넘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준 미국 같은 나라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현재 정책이 지나치게 포퓰리즘에 젖어 있고, 기업의 활력이 넘치게 활동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이런 풍토에서 기업의 기부문화 창달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에서 새롭게 등장한 용어 “개천에서 용 난다”는 기업도 참여하여 그 실현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베풂’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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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빌 게이츠재단은 본래 1994년에 William H. Gates Foundation으로 시작했는데 기부활동이 본격적으로 펼쳐

진 것은 재단 이름이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으로 바뀐 2000년 1월부터다.

2) www. gatesfoundation.org 참조

3) 관련된 자료는 이종환, 『정도(正道)』(관정이종환교육재단, 2008) 참조.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2008년 4월

이후에도 많은 액수의 장학금을 주어 왔다. 이 글에서는 2008년 4월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이종환 회

장이 기부한 돈의 액수를 환율을 감안해 알프레드 노벨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4) 이는 필자가 『CEO 정신을 발휘한 사람들』(삼영사, 2008) 집필 전에 이종환 회장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5) Friedman, Milton & Rose(1979), Free to Choose, Harcourt Brace Jovanov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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