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창조경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기술금융이 오는 6월로 도입 1년째를 맞는다. 기술금융은 창업기업 또는 현재 재무상태는 취약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해 기술력만을 평가하여 담보 없이 대출해 주는 사업으로 작년 7월 도입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현재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25조 8,006억 원으로 지난해 8조 9,247억 원이 공급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만 총 16조 8,759억 원이 집행됐다. 이러한 추세가 유지된다면 금융당국이 올해 설정한 기술금융 대출 목표액 20조 원이 올해 상반기 중에 모두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금융이 도입된 지 1년 만에 가시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면서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기술금융의 질적 측면에서는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 먼저 기술금융의 실효성과 관련하여 금융기관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 Tech Credit Bureau)이 작성한 기술평가서를 토대로 기술금융 대출을 실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심사인력 한 명이 수백 건에 이르는 기술평가를 담당하고 있어 TCB의 부실한 기술평가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 그동안 운영됐던 TCB는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등 3개 사다. 기술보증기금은 2014년 6월 20일 TCB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총 4,360건의 기술평가를 수행했으며, 심사인력 수는 143명이었다. 한국기업데이터는 2014년 6월 25일 TCB로 지정된 이후 같은 기간 기술평가 건수가 5,079건에 달했으나, 심사인력은 17명에 불과했다. 나이스평가정보 역시 2014년 7월 15일 TCB로 지정된 이후 같은 기간 기술평가 건수가 4,007건이나 됐으나, 심사인력은 25명에 그쳤다.
이들 기관 중 기술보증기금의 경우는 심사인력 1명이 6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30건의 기술평가를 수행하여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기업데이터는 299건, 나이스평가정보는 160건으로 물리적으로 정상적인 기술평가가 어려운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은 기술금융 대출신청 기업의 기술력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서 TCB의 기술평가서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 TCB의 기술평가서가 첨부되면 기술평가 결과를 검증할 마땅한 대안이 없고 벤처캐피탈과 같이 특정 기술에 대한 평가경험이 부족한 금융기관은 기술금융 대출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업무구조는 기술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기존 대출요건에 단지 TCB의 기술평가서가 하나 더 늘어나는 형식적인 기술금융 대출을 양산하여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기 위해 정부가 기술금융의 확대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기술평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술평가 심사인력 부족에 따른 부실한 기술평가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TCB 기술평가서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 심사인력의 자격요건을 명확히 정의하고 해당 전문분야에 대해서만 기술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심사인력 1인이 심사할 수 있는 기술평가 건수를 제한하여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기술평가를 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기관이 TCB와 공동으로 기업을 실사한 후 TCB 평가서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피평가 기업의 기술력을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TCB 기술평가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TCB가 기술평가를 해준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실제 대출을 받을 경우 더 많은 수수료를 받는 현행 수수료 구조 하에서는 TCB 측이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기술을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평가에만 초점을 맞춰 TCB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술금융 대출제도와 관련된 법제도도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4년 집행된 기술금융 중 담보·보증대출이 72%를 차지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중 물적 담보와 보증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담보 대출제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로 이 법은 기술자료 임치물을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해 활용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기술자료 임치물을 담보로 대출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관련법인 동산채권담보법도 지식재산 담보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특허법, 상표법, 저작권법 등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2개 이상의 지식재산권을 공동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기타 기술자료의 담보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금융 대출제도와 관련된 법제도를 개정해 기술자료의 세부 항목 등을 규정하고 지식재산권 외에 기타 기술자료를 담보권의 대상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시행하면 기술금융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보다 확대됨으로써 기술금융의 실효성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synclare@woorif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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