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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이 지대추구로 대체된 한국


건강보험공단이 김현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봉이 9억3,720만원이 넘는 직장인은 2,522명이다. 의사가 450명으로 가장 많고 김&장법률사무소와 삼성전자가 각각 148명과 62명이다.1) 고액 연봉자가 많은 10개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들의 업종별 분포를 살펴보면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종사자가 180명으로 약 56%이고 제조업 종사자는 112명, 증권업 종사자가 28명이다.

<그림 1> 고액 연봉자 업종별 분포


현실을 단순화하면 우리나라 고액 연봉자의 직업은 대기업 직원, 증권사 직원, 변호사, 회계사, 의사 중 하나이다. “파이(pie)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대기업 직원은 다른 네 직업과 다르다. 증권사 직원, 변호사, 회계사는 기업 활동을 보조할 뿐 파이를 만들지 못한다. 현재의 의료보험제도 하에서 의사의 소득의 원천(源泉)은 세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금의 상당 부분은 기업이 낸다. 또한, 변호사, 회계사, 의사의 소득은 면허(license)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지대(rent)이다. 즉, “주어진 파이를 나누어 가지는 것”이 이러한 직업의 특징이다. 대기업 직원은 이윤 추구(profit-seeking)를, 변호사, 회계사, 의사는 지대추구(rent-seeking)를 상징하는 직업이다.


대학입시에서 보여 지는 지대 추구 직업에의 선호도, 시장실패의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이윤 추구에의 동기를 가질 수 없어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는 불확실성(uncertainty)을 부담하는 것이다. 확실한 지대 대신 불확실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다. 나이트(Knight)는 불확실성을 위험(risk), 모호성(ambiguity), 진정한 불확실성(true uncertainty)으로 나눈 후, 진정한 불확실성을 부담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진정한 불확실성은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불확실한 이윤보다 확실한 지대를 선호한다. 따라서 이윤 추구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의 발현(發顯)이다. 케인즈(Keynes)는 야성적 충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대부분의 인간 행동은 수학적인 기대(mathematical expectation)가 아니라 즉흥적인 낙관주의(spontaneous optimism)에 좌우되기 때문에 불안전성(instability)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다.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결정은 야성적 충동의 결과물이지, 그러한 행동으로 발생하는 편익(benefit)과 확률(probability)을 곱한 결과가 아니다.2)


슘페터(Schumpeter)가 지적했듯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原動力)은 기업가 정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는가? [표 1]과 <그림 2>는 1992년, 2001년, 2008년 대학교 입학시험에서 자연계 최상위 5등급에 해당하는 학과의 합격선을 필자가 정리한 것이다. 특정 학과의 합격선이 높다는 것은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이 많음을 의미하므로 관련된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미래의 직업을 결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직업 관(觀) 혹은 위험에 대한 태도가 드러난다.

[표 1] 최상위권 학과 및 대학 합격선



<그림 2> 최상위권 대학 및 학과 분포

[표 1]을 보면 1992년에는 거의 모든 서울대학교 자연계 학과가 5등급 내에 속했으나 10년 후인 2001년에는 다수의 의약학과가 5등급 내로 진입하였다. 특히, 2등급 이상에서는 의약학과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강화되어서 2008년에는 전국의 모든 의약학과가 5등급 내에 포함되었으며 1등급과 2등급은 모두 의약학과였다. <그림 2>는 5등급 내에 포함된 서울대학교 자연계 학과와 의약학과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01년에는 양자의 비율이 거의 1:1이었으나 2008년에는 의약학과가 압도적인 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2~2001년 사이에 서울대학교 자연계 학과가 퇴조(退潮)하고 의약학과가 약진(躍進)한 현상은 1997년 말에 발생한 외환 위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적인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야성적 충동이 사라진 결과이다. 문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강화되었다는 데 있다. 야성적 충동은 낙관적 기대이자 일종의 ‘신뢰(trust)'이다. 신뢰는 한번 훼손(毁損)되면 복구(復舊)가 어렵다.


기업가정신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는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상황에 놓여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지대가 매력적이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지대를 포기하고 불확실한 이윤을 추구하는 이타적(利他的)인 국민은 많지 않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 인가? 지대는 회수하고 이윤 동기는 제고(提高)해야 한다. 조세-보조금을 통해 부정적 외부성을 줄이고 긍정적 외부성은 키우는 것이 정부 개입의 철칙(鐵則)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漫然)한 지대추구를 막고 기업가정신을 회복하지 않는 한 창조 경제는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다.


오정일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jo31@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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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경제신문 2013년 10월 14일자 기사에서 인용.

2)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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