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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자유를 해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문제


우리나라는 헌법상 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보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헌정사에서의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 제헌의 건국헌법은 국가의 경제 개입을 상당부분 인정하는 통제경제의 성격을 띠었고, 그러한 통제경제적 경향이 우리 헌정의 주류적 흐름이었다. 현행의 1987년 헌법 역시 규정만으로 보면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을 일관되게 정하였다기보다는 국가의 경제 통제 내지 규제를 상당하게 정하고 있다.

헌법 119조 1항과 여타 경제조항의 모순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의 존중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함에도 불구하고 동조 제2항은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가능케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제120조 이하에서 제127조에 이르는 국토ㆍ지역ㆍ과학기술 등의 규제 조항들은 제119조 제1항의 자유시장경제의 선언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제헌헌법 이래의 규제 헌법적 흐름은 경제 현실에 있어서의 기업의 자유를 줄이고 규제를 확대하는 근거로서 작용해 왔다. 시장경제가 경제활동의 원칙이라 하면서도 실상은 경제의 현실에서 국가의 규제를 확대할 수 있는 두 개의 지렛대를 존치해 왔다. 그 하나는 우리 헌법이 명문으로 규정하는 ‘경제의 민주화’라는 경제 통제의 기준이고, 다른 하나는 헌법에서 명문으로 언급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 내지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의 근거로 사용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는 경제헌법의 표현이다.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표현은 놀랍게도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 처음으로 도입된 말이다. 정치 민주화의 열기가 경제 영역에 당연한 듯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가치 개념과 연관되어 우리 헌법의 시장경제에 대한 주요 제약 원리로 기능하여 왔다. 기업 활동이 자율적 생활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만 또한 동시에 국가법적 한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우리 헌법이 경제를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는 기업의 사업 활동의 전제를 이루게 된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의 경제 질서를 자유 시장경제질서를 근간으로 하는 제도로 판단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 자유 시장경제질서,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경제체제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이와 연계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말하지만 규범의 적용을 받는 수범자(受範者)에게 그 개념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이를 일컬어 사회국가 원리를 수용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을 아울러 달성하려는 것이라 한다든지, 또는 국민 모두가 호혜공영하는 실질적인 사회정의가 보장되는 질서, 또는 민주복지국가의 이상을 추구하는 질서, 사회복지ㆍ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용인하는 질서 등으로 말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기업이 경영활동을 함에 있어서 적응하기에는 상당하게 불분명한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개념이다.

현행 헌법에서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개정되어야

이렇게 헌법재판소의 개별적 판단에 따라서 그 실체가 그때마다 드러나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개념이 그나마 덜 적용되었으면 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의 현실에서는 기업의 자유에 직접 관계되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적응되는 헌법상의 경제 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재산권 보장과 헌법 제119조 제1항을 연관 지어 판단하는 경우에는 헌법상의 경제 질서를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로 설정하고 있는데 반해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3권과 관련해서는 헌법상의 경제 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 설정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자체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갖지 않고 있으며, 이를 해석하는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재산권 보장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보면서도 개인의 직업 활동 내지 기업의 경영 활동에 관련해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적용케 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유를 상당부분 제약하는 현실을 정당화한다. 이를 교정하는 방법은 없는가. 그것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가치를 우리 헌법에서 도출하게 하는 근거가 되는 문구인 ‘경제의 민주화’를 “시장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라고 보는 것이다.

국가와 경제 질서의 관계를 정한 경제조항들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이 경제헌법은 세계 헌법의 예에서도 유례가 드물다. 경제조항을 담은 각국 헌법은 각자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그 규범적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제대로 유지하는 나라일수록 경제에 관한 조항들을 많이 두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재산권 보장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등에 기반을 둔 경제적 자유의 보장을 시민과 사회의 열린 영역에 맡기고자 하는 헌법적 결단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의 경제활동에 관련하여 국가가 이를 제도적으로 형성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은 헌법 조항에서는 이를 규정하지 않는 것이 선진국 헌법의 예이며, 오히려 국가의 재정 활동에 대해서 상세한 규정을 두는 추세이다. 시장의 경제 활동은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며, 그런 보이지 않는 손의 영역에 맡겨진 부분을 최고 규범인 헌법에 넣으려는 시도는 헌법의 예측가능성을 흐리게 하여 규범력을 손상시킨다.

이렇듯 우리 헌법이 기본적으로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키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의 경제조항은 이에 꼭 들어맞지 않는 부정합성을 보인다. 따라서 국제적 헌법 수준으로서의 경제조항, 경제 질서의 재검토가 요청된다. 불투명한 개념인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앞세우는 기업과 경영 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시장원칙이 지배하는 기업의 자유 내지 기업의 재산권 관련 영역에 있어서 보충의 원칙에 따라 국가의 시장 관여를 최소한에 그치도록 할 수 있다. 국가가 이러한 보충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개입을 원칙으로 경쟁을 통한 시장의 자동조절 기능을 약화시킨다면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정한 원칙인 시장경제질서에 합치한다고 말할 수 없다.

국가의 방만한 경제 개입에 대해 구체적 사안마다 적정성을 따지고 그것이 시장경제와 경쟁체제에 이로운 것인지, 우리 헌법의 경제적 자유와 복지국가 이념의 조화를 제대로 한 것인지 기준과 방향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 그리고 국가의 경제제도 형성의 방향과 한계는 역시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질서에 존재한다는 점도 각성해야 한다.

강경근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kkkang@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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