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세계 해운업계의 지형은 급변하였다. 4개의 해운동맹이 3개로 축소 개편된 한편 거대 해운사의 합종연횡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은 독일 함부르크수드를 합병하여 3대 해운동맹중 하나인 디얼라이언스보다 선복량이 커졌다. 중국 국유 해운사인 코스코는 2015년 중국해운과 합병하여 세계 4위의 해운사로 성장한데 이어 7월 홍콩의 오리엔탈 오버시스를 인수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MOL, NYK, K-Line 등 세계 10위권 3사는 컨테이너선 부문을 통합한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를 설립하여 세계 6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게 되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올해 2월 파산하였고, 3월 상장폐지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단순히 일개 기업의 폐업으로 치부하기에는 경제적 파장이 너무나 뼈아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최대 10만개의 일자리가 소실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박 1척의 평균매출액은 297억 원으로 중소기업 평균인 174억보다 많은데다 30여명의 직접고용과 함께 조선, 항만, 금융 등 후방연쇄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더하여 중소·중견 협력업체는 물론 운송지연을 감수해야 하는 화주와 기반을 둔 지역경제의 피해 역시 간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진해운의 경우만을 구조조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앞의 인수합병이나 조직통합과 같은 사업재편 역시 구조조정이다. 부실기업이 겪어야만 하는 교정적 과정을 포함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의 모든 혁신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연한 차이는 존재한다. 한진해운과 달리 앞의 기업들은 사전적이고 선제적으로 진행하였고, 이 속도의 차이가 결과 역시 바꾸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의 중요성에 착안하여 우리나라 정부는 작년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도입하였다.
기업 단위의 사업재편 결정과정의 한계를 인식하고 국가적 생산자원의 효율적 이동을 강조한 정책전환에 큰 의의가 존재한다. 그러나 실효성과 한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울 수 없다. 먼저 특별법의 대상이 과잉공급 산업으로 제한되고 승인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데 있다. 기활법의 벤치마크 대상인 일본의 경우 과거처럼 특정 불황산업을 선정하여 위기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생산성과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모든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특혜논란으로 인해 특별법의 내용이 논의 당시보다 축소되었다. 기존 국내 사업재편 과정에서의 법·제도적 장치가 해외보다 미비하거나 규제가 과도한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특별법을 통한 특례를 제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가 해외보다 강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와 함께 3년 한시법으로 제정되었으나 일회성의 이벤트에 그치기보다는 운용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과 기업 현실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개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베노믹스 시행과 함께 산활법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대체 도입한 일본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일 정부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며,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한 축으로 제시하였다. 신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마련되는 지금이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 개정 논의의 속도를 높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적기일 것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실장/ yunkim@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