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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화의 재평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듣는 격언이나 경구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다르게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사업을 하다보면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부채는 적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적당한 정도의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성공하려면 한 우물을 파라”고 하는데 실제 사업에서는 한 우물만 파서 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한때 우수한 기술력으로 특정 업종에서 이름을 날린 기업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존재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수십 년 전에 삼성이나 현대보다 훨씬 유망했던 기업들 중에서 현재 100위권 안에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주 최근에 이르러 한국의 삼성전자가 일본의 소니를 앞질렀다고 하는데 그전에 오랫동안 우리는 삼성전자가 소니를 죽어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로서 “독창적인 제품이 없다”, “브랜드 가치가 낮다”, ‘이것저것 다 한다“ 등의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소니가 곤경에 빠지면서 이제는 일본에서도 소니 식의 사업전개가 반드시 좋은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최근 컨설팅업계를 중심으로 신규 사업 진출에 관련된 평가모형이나 프로젝트가 다시 유행한다고 한다. 학계에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다각화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화가 좋은가 다각화가 좋은가는 해묵은 논쟁에 속하지만 적어도 우리 기업들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한다고 비판받거나, 사업범위를 줄이도록 압력을 받는 일은 서구의 일류기업들처럼 없어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의 다각화 현상은 그룹체제와 단위기업의 두 가지 형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하나하나의 계열사는 매우 전문화되어 있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관련ㆍ비관련 다각화를 하고 있는 경우와 단위기업 안에서도 좁은 범위의 사업에 특화하지 않고 유관사업들을 폭넓게 운영하는 경우이다. 다각화의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소니를 비교하는 것은 두 번째 형태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ㆍ패널ㆍ휴대폰ㆍ디지털미디어ㆍ가전 등 이른바 5대 사업군을 운영하고 있다. 소니는 혁신적이고 개성 있는 제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업의 범위는 삼성전자에 비해 좁은 편이다. 소니가 냉장고ㆍ세탁기를 생산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소니는 반도체도 판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직후 서구의 구조조정 전문기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부채비율이 엄청나게 높아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여타 사업들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그러한 충고에 따르지 않았고 이후 몇 번의 고비를 겪으면서 최강의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삼성전자가 금년 2분기에 5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요즘 상생협력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는데 중소ㆍ부품기업의 희생 위에 조립ㆍ대기업이 이익을 많이 낸 것일 수도 있고, 환율ㆍ임금 등 비용우위 측면을 주요 원인으로 들기도 한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특이한 사업구조가 지속적으로 높은 이익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자분야의 세계적인 불황이 반복되는 가운데서도 삼성전자가 흑자를 지속해 온 것은 한 쪽 사업이 어려우면 다른 쪽 사업이 벌어주는 식으로 잘되는 사업의 덕택에 어려운 사업이 버텨내는 구도가 작용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5대 사업이 골고루 돈을 벌어준 탓에 사상최대 그리고 세계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흔히 지적하듯이 삼성전자가 소니처럼 창의적인 제품들에 특화하고 애플과 같이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후발업체로서 소니를 따라가고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서 채택한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훌륭한 성공요인으로서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늘 남의 것만 좋게 보고 우리 것은 폄하할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따라잡은 데 이어 애플이 또 다른 벤치마킹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사업구조를 다양화하고 있고 주변에 삼성전기ㆍ삼성테크윈ㆍ삼성SDIㆍ삼성SDS 등 유력한 계열사들의 종합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PCㆍMP3ㆍ스마트폰 등 사업구조가 매우 단순하여 사업환경의 변화에 취약할 수도 있다.


2010년 7월 8일자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의 렉스(Lex)칼럼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은 훌륭하지만 패널ㆍ휴대폰ㆍ디지털미디어 부문에서 지난 몇 년 동안 혁신보다 속도를 우선시하였고 선발업체를 따라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IT 종합기업으로서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점들을 보완한다면 삼성전자는 더욱 강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열 (홍익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 yy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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