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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시민의 합리적 무지와 동맥경화 증세


어느 사회든지 시간이 흘러가면서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시절이 지나고 나면 나라의 세금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해결해 달라는 요구가 많아지게 된다. 이런 요구는 흔히 약자의 권리 보호, 사회정의 실현 혹은 복지국가의 구현 등 다양한 명분으로 실시되는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정책이나 제도는 뚜렷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가 세금이나 재정적자 증가 등에 바탕을 둔 정부지출 확대의 모습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 볼수록 부정적 효과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보통 사람들의 인기를 끌게 된다.

무상급식ㆍ무상교육ㆍ무상의료의 공통점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 자유무역 협정 반대 등으로 대표되는 정책들은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명백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수익자 부담의 원칙처럼 우리가 지켜야 할 체제의 기본적인 운영원칙에 위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책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활동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런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마음이 따뜻한 사람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이처럼 두고두고 사회에 부담을 지우는 정책들이 보통 사람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정책들이 점점 더 증가하여 급기야는 국가 재정위기의 원인이 되고,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게 되는 것일까? 지난 9월에 선보인 멘슈어 올슨(Mancur Lloyd Olson) 교수의 『지배권력과 경제번영(Power and Prosperity)』에는 역동성을 유지해 왔던 한 국가가 서서히 동맥경화 증세를 앓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이 소개되어 있다.


올슨 교수는 우리가 주변에서 관찰하는 보통 시민들이 공공정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관찰해 보라고 권한다. 그의 용어를 사용하자면 ‘대표적 시민'은 자신의 생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강력한 유인을 갖지만,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분야에는 자신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할 유인을 별로 갖지 못한다. 이런 주장은 우리 모두가 자신의 생업과 공공정책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는 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이 사회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 정책의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기 위해 그런 정책들에 대해 스스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서 연구하고 검토해야만 정확한 의견을 가질 수 있는데,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이들이 검토와 연구에 시간을 투입해서 얻게 되는 이득은 두 가지 요소의 곱으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들 정책이 잘된 것인가 혹은 잘못된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이익의 차이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이 이런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다. 대표적인 시민들에게 두 가지 모두 무시할 만큼 규모가 작다.


올슨 교수에 따르면 이 때문에 대표적 시민이 ‘합리적으로 무지한(rationally ignorant)’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다. 대표적 시민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라는 합리성을 기준으로 할 때 충분히 무지해야 할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특정 공공정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는 사람이라면 예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이에 대해 올슨 교수는 의사든 택시운전사든 간에 공공정책에 대해서는 모두가 합리적인 무지 상태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그 나라의 여타 시민들이 이득의 거의 모두를 취할 것이기에 개별 시민은 사실을 확인하는 데에, 그리고 자신의 나라에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투입할 유인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대표적 유권자는 어떤 선택이 유권자 전체의 이익 또는 유권자 중 어떤 다수에 득이 되는지에 대해 ‘합리적으로 무지한’ 상태이다.”


대표시민의 ‘합리적 무지’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해


이처럼 대표적 시민의 합리적 무지는 어떤 결과를 낳는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단결된 소수나 특정 이해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대표적 시민의 합리적 무지를 이용하게 됨을 뜻한다. 무지함을 이용해서 일종의 약탈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대다수의 합리적 무지는 결국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진정한 이해관계를 알아보는 데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약탈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어떤 정책이 대다수 사람 또는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허황된 주장에 설득당할 수 있다. 특수이익집단이 접하는 유인체계를 고려하면 이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나쁜 공공정책일수록 단기적인 이득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일은 당장 무엇인가를 공짜로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무상급식이 낳을 수 있는 중장기적인 효과, 즉 원칙의 훼손, 추가적인 세금의 징수와 재정부담의 증가, 세금 증가에 따른 역동성 저하, 비슷한 공짜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 증가 등은 시간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오늘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이런 나쁜 정책들의 누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부담 증가는 사회 역동성 잃게 만들어


우리 사회는 무상급식과 같은 유형의 정책들이 앞으로 훨씬 더 남발될 것이다. 특수이익집단들은 대다수의 합리적 무지를 철두철미하게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차별 입법들을 양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늘 그런 정책들은 감성을 자극하는 구호를 내세울 것이다. 복지사회, 양극화 해소, 서민정책 등의 이름을 내걸고 양산되는 정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부담을 증대시킨다. 이러한 부담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을 지경이 되면 그 모습은 재정위기로 나타날 것이다. 동시에 부담 증가로 신음하는 대다수 사회가 그렇듯이 동맥경화 증세를 앓는 사회는 점점 비용부담 증가 때문에 역동성을 잃게 될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KERI 칼럼_201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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