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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하나의 관광도시’로 만들자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을 하나의 도시로 만들자”는 이색주장을 한 적이 있다.1) 송 교수의 주장은 “1~2시간 안에 전국의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하나의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고, “전국이 하나의 도시가 되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고, 외국의 자금ㆍ인력ㆍ기술을 지방으로 유입하는 것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이 아이디어를 중국의 충칭시(重慶市)에서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충칭시는 면적 8만2300㎢에 인구 2800여만 명이 하나의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데, 남한도 면적이 10만㎢에 인구가 4,900만 명 정도니까 하나의 도시처럼 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전국을 하나의 도시로 만드는 물리적인 수단으로 KTX 등 고속철도를 들었다. 시속 400㎞의 고속철도를 이용해 서울~부산, 서울~목포를 1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선형(扇形)도시’를 만들고 이를 다시 전국으로 확산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기발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최근 후베이성 우한에서 광동성 광저우까지 1068.6㎞에 이르는 긴 거리를 시속 394㎞로 2시간대에 달릴 수 있는 고속철도를 개통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송 교수의 아이디어는 기발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10여 년 전 관광차 모나코를 들른 적이 있다. 모나코는 면적 1.95㎢, 인구 3만1천 명, GDP 69억1,900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 작은 나라로 도박 중심의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에 1만2,372달러에 불과했는데 2008년에는 놀랍게도 21만1,501달러로 크게 증가했다.2) 모나코에서는 화려한 카지노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대부분 1878~191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1800년대 후반 한 귀족이 노름판에서 “기왕 노름을 할 바에야 국제적으로 크게 놀아보자”고 한 말을 계기로 도박중심의 관광산업이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관광산업은 종합산업이다. 관광산업의 대표적인 이점은 다른 산업에 비해 사람들을 쉽게 많이 모이게 한다는 점이다. 관광산업이 빛을 보려면 농산품ㆍ공산품ㆍ문화상품ㆍ서비스상품ㆍ자연환경ㆍ역사 등이 뒷받침된 통합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한국은 이런 요건을 모두 갖춘 나라다. 다만 이들 갖가지 상품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 관광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을 뿐이다. 이 점을 감안해서인지 정부가 최근 ‘관광산업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들이 늘어난 휴가를 소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여건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중저가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서민을 위한 휴양촌을 건설하여 전 세계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월드게스트빌리지’를 만든다. 둘째, 관광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광단지 입주가능시설을 금지대상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다. 셋째, 교통ㆍ관광ㆍ숙박을 통합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인 ‘코리아 패스(Korea Pass)’를 도입한다. 넷째, 우수 관광서비스를 보증해 주는 ‘관광 KS마크’를 도입한다. 이 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관광산업 선진화에 필요한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지게 되리라고 기대된다.

이와 관련하여 새해 초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타임즈가 연례행사로 발표하는 ‘가볼 만한 세계적인 여행지’로 2010년 31곳을 선정하고, 1위 스리랑카, 2위 파타고니아 와인 마을(아르헨티나)에 이어 서울을 3위로 올린 것이다. 그리고 나서 뉴욕타임즈는 “이제 도쿄는 잊고, 서울로 가라”고 권장한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이에 질세라 서울시가 2010년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지 않았는가!

그래서 필자는 이 기회에 정부가 ‘관광산업 선진화’ 계획에다 ‘관광산업 통합 인프라’ 계획까지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말하는 ‘관광산업 통합 인프라’란 전국을 하나의 관광단지로 만들기 위해 교통ㆍ산업ㆍ자연ㆍ문화ㆍ역사ㆍ의료ㆍ숙박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인프라를 뜻한다. 미국과 중국의 10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 미국의 플로리다 주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은 지금으로선 아이디어가 빈곤해서 그렇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듯싶다. 우리나라는 이미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상태다. 국내외 항공ㆍ고속도로ㆍ국도ㆍ지방도 등을 잘 갖춰 놓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다 동서남북 시속 400㎞대의 KTX만 추가한다면 한국은 어디든지 1일 생활권 안에 놓이게 된다. 여기서 동서남북 400㎞대의 KTX란 인천공항~서울~속초에 이르는 동서 철길과 서울~대구~부산, 서울~광주~목포, 부산~여수~목포를 어우르는 부채꼴 모양의 철길을 말한다. 통일 후에는 서울~평양~신의주, 서울~평양~회령, 신의주~백두산~회령을 어우르는 역시 부채꼴 모양의 철길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지게 되면 정부는 산업ㆍ자연ㆍ문화ㆍ역사 등이 골고루 담긴 콘텐츠를 개발하여 이를 지역적으로 연계시키는 계획을 세우고 나머지는 민간부문에 맡기면 될 것이다. 민간부문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정부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현시킬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었다고 가정하고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 눈 내리는 한국의 겨울은 동남아 사람들에게 특수상품이 되고 있다. 대만 관광객이 한국의 겨울을 찾는다고 하자. 그는 비행기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시속 400㎞대의 KTX를 타고 순식간에 강원도로 가 신나게 스키를 타고 맛있는 한정식으로 저녁을 먹고, 식사 후에는 폐광을 개조하여 호화롭게 만든 카지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싸고 좋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푹 쉰 다음날 다시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가 싱싱한 회를 먹으면서 눈 내리는 해운대의 겨울바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한국의 택배산업은 여행 짐을 미리 목적지에 배달해 줌으로써 외국인의 한국 여행을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여행하는 동안 그들이 쓰는 돈은 얼마나 많을까!

앞에서 소개한 모나코는 국토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진 열악한 곳이다. 왕궁으로 가기 위해서는 바위를 뚫어 만든 통로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한다. 그런 나라가 도박 중심의 관광산업이 발달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무려 21만 달러를 넘을 정도이니 우리도 모나코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다만 ‘도박 중심’이 아닌 ‘한국적인 콘텐츠 중심’의 관광산업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또 이탈리아 경우도 로마시대 유적 중심의 관광산업의 기여로 2008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8천 달러를 넘는다. 멀고 먼 모나코나 이탈리아만이 아니다. 가까운 제주도를 보자. 제주도는 2009년 관광객 600만 명 유치 목표를 한 달 앞당겨 11월말에 달성했다. 치밀한 계획이 가져온 빛나는 성과다. 또 세계자연보전총회(WCC)를 유치하여 1,3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제주도가 ‘글로벌 관광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경제발전에서 성장의 엔진이다. 모나코와 이탈리아가 보여주듯이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할 것이다. 전국이 하나의 도시가 되면 지역 격차가 줄어들고, 외국 자금ㆍ인력ㆍ기술을 지방으로 유입시키는 것도 쉬워지고, 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지역감정도 사라질 것이다. 이제 ‘산 좋고 물 좋고 문화와 역사가 풍성한 금수강산(錦繡江山)’ 한반도를 ‘하나의 도시’로 만든다면 나아가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관광단지’로 만든다면, 그리하여 한반도 전역이 ‘하나의 관광도시’가 된다면 한국경제는 가속도가 생겨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아니 모나코의 21만 달러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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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일보, 2009. 11. 9, B2

2) 인터넷사이트 참조 http://unstas.u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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