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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식공매도 금지조치가 주는 교훈


독일은 지난 5월 18일 증시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주식과 일부 유로존 국채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그리고 유로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는 규제조치를 발표하였다. 올해 초 다시 불거진 그리스 재정위기에 이은 유럽경제 불안 속에 나온 이번 조치는 세계금융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게다가 이번 조치는 EU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는 독일의 금융시장 규제라는 점에서 EU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주식공매도란 기본적으로 현금이 아닌 주식을 빌려서 이를 매도하여 얻은 현금으로 다시 주식을 사서 되갚는 거래이다. 따라서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그 차액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거래형태 중 하나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금융시장 규제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시장 참여자, 특히 정책담당자와 학자들은 제2의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규제와 감독 시스템을 제안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학의 루카스 교수는 작년 한국의 어느 대학을 방문하여 한 강연에서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상황 하에서는 새로운 감독 및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시장경제와 자유방임 철학의 심장부인 시카고대학의 교수로서, 특히 정부의 인위적 거시경제정책 실효성 여부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한 루카스 교수 역시 엄청난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가장 우선 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감독 및 규제를 꼽은 것이다. 루카스 교수 같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금융시장 관련 정책담당자, 그리고 금융업 종사자들도 입을 모아 그동안 방치되었던 위험천만한 금융투자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금융시장 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원론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데 비해 현실적 합의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많다. 독일이 이번 공매도 금지 규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 블룸버그는 독일 공매도 금지조치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익명의 미국 관리 입장을 인용하였다.1)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이미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공매도 금지조치는 효율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2) 실제로 독일 공매도 금지조치 발표 다음 날인 5월 19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장중 186포인트 하락했다. 결국 금융리스크 축소를 위해 거래를 위축시키는 규제가 도리어 시장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시장 리스크 방지책으로 너무 쉽게 규제를 떠올리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금융업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번 독일의 일방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미국은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에 대해 다소 심기가 불편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편 미국과는 다소 입장이 다르지만 EU 회원국들조차 이번 독일의 주식시장 공매도 조치에 대해 주변국들은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유럽 내 국채와 CDS 거래는 대부분 영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의 BCG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뷰익 파트너는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서 공매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독일의 무차입 공매도 금지조치는 어떤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논평했다.3)


아직도 요원한 실질적 EU 경제통합


결국 영국 등 다른 EU 국가들은 독일의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는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독일이 제시한 7,500억 유로 구제금융 등에 대한 자국 내 불만 세력을 의식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독일 공매도 금지조치가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그 이유는 바로 유로화로 연결된 소위 유로존 경제가 상당히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국 등 다른 국가들과의 공조 없이 독일의 공매도 금지조치는 효력이 크지 않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유로존 경제의 위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독일은 EU 경제 리스크로부터 조금이라도 자국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공매도 금지조치를 실행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유럽중앙은행은 ‘2010년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 내 은행들이 앞으로 1년6개월 간 1,950억 유로(약 291조 원)의 부실채권을 처리해야 하며, 당장 연말까지 처리해야 할 부실채권 규모는 900억 유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베버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는 현재의 유로존 국가 은행들의 부실채권 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4)


영국은 이번 독일의 공매도 금지조치가 실질적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CDS 거래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자국과 협의가 없으니 이는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공세라는 입장이나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 부실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는 독일이 실제로 불안감을 느끼는 데 따른 것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유럽통합에서 언제나 소극적이었으며 유로화도 사용하지 않는 영국에 비해 유로존에 깊숙이 발을 담근 독일은 그리스 재정위기, 유로권 은행들 부실화가 결코 ‘강 건너 불‘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 자국 금융시장 보호 차원에서라도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를 단행했을 것이다. 특히 신용디폴트스와프(CDS)의 경우 거래규모가 많고 적음을 떠나 지난 금융위기에 불을 당긴 거래위험이 큰 금융자산이다. 따라서 이를 포함한 공매도 금지조치를 단행한 독일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독일 공매도 금지가 주는 두 가지 교훈


결국 이번 독일의 공매도 금지조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메시지를 준다. 첫째, 미국이나 영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공매도 금지와 같은 금융시장 규제 조치는 독일의 독자적 행보만으로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리고 발휘한다고 해도 그것이 당장의 리스크는 줄여준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어떠한 부작용을 가져올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유로존 은행들의 부실화 우려와 그리스 재정 위기 등의 상황에서 독일은 실효성을 떠나 조금이라도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이번 공매도 금지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이와 유사한 조치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지역에서 한 가지 통화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때 우리는 그러한 지역을 최적통화지역이라고 한다.5) 과연 오늘날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의 전제조건인 상품 시장과 생산요소 시장의 완전한 통합, 그리고 최소한의 인플레이션 격차 등을 충족시키고 있을까? 또한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의 말대로 아직도 우리는 단일통화가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아마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를 단행한 독일은 그러한 의문들에 대해 어느 정도 ‘불편한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송정석 (중앙대학교 상경학부 교수, jssong@cau.ac.kr)

---------------------------------------------------------------------------------------------------1) 파이낸셜 타임즈 5월 24일자 기사 인용

2) 문화일보 5월 26일자 기사 인용

3) 아시아경제 5월 20일자 기사 인용

4) 중앙일보 6월 2일자 기사 인용

5) 노벨경제학 수상자 먼델의 최적통화지역 정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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