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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지수는 강제성을 띤 규제


지난 2월 23일 동반성장위원회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지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 9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의 일환으로 동반성장지수를 산정ㆍ공표하기로 한 후 약 5개월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반년도 채 걸리지 않고 국제적으로 전무후무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나 빨리 먹는 밥에 체하는 법이라고 이번에 발표된 추진계획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평가기준은 크게 실적 평가와 체감도 평가로 나눠


우선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동반성장지수 추산을 위한 평가기준은 크게 실적 평가와 체감도 평가로 나뉜다. 실적 평가는 기존에 존재하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관련된 각종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을 통합하여 대기업이 이를 성실히 잘 이행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평가주체가 된다. 실적 평가는 다시 협약내용의 충실도, 협약내용의 이행도, 법위반, 사회적 물의 등 네 항목으로 나뉘며, 이 중 협약내용의 이행도가 7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법위반이나 사회적 물의는 감점항목인데, 법위반(10점 감점)의 경우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것이나, 사회적 물의(5점 감점)의 경우 임직원의 비리발생 등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물의를 야기했을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동반성장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명확치 않다. 이들 네 항목은 다시 여러 세부항목으로 나뉘어 평가되는데, 그 가운데 상생협력 지원내용 이행정도(40점), 지원내용의 규모ㆍ정도(22점)의 비중이 전체 점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얼마나 지원 내지 협력을 했는가 하는 것이 주된 평가기준인 것이다.


체감도 평가의 경우 크게 협력중소기업 평가, 화학ㆍ비금속ㆍ금속 산업에만 적용되는 수요중소기업 평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참여 여부 등의 항목이 있다. 협력중소기업 평가는 다시 공정거래(57점), 협력(22점), 동반성장 체제(21점)으로 세분된다. 수요중소기업 평가는 불공정 거래 사례와 거래조건 등 공정거래 이행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처럼 체감도 평가는 공정거래에 주로 치중하고 있다. 결국 체감도 평가는 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실태조사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발표된 동반성장지수의 요지는 결국 대기업이 얼마나 많이 중소기업에 지원을 하고, 공정거래질서를 잘 준수하는가에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 목적만으로 볼 때 동반성장지수의 추진은 일견 타당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정책이 그렇듯이 목적의 타당성이 방법의 타당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동반성장지수 또한 추진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소기의 목적과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이미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제계의 입장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표출되고 있으므로, 본고에서는 큰 줄기만 가려 근본적인 타당성 여부를 따져보고자 한다.


동반성장지수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도출과정에 있어 민간기업의 입장이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얼핏 단순한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의 기본적인 성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기업 간의 관계는 경제적인 이익관계이므로 이를 규정하는 경제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논리가 우선해야 한다. 그런데 경제적 논리를 반영한 기업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동반성장지수가 태생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치적 관점이 경제적 관점을 지배하게 될 때 경제적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책은 불가피하게 강제성을 띠게 된다. 이는 공정거래 관련 ‘평가대상 대기업의 구체적인 평가점수 등 세부 평가자료를 기업의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없다’(공정거래 협약절차기준 제17조)고 하는 규칙을 거스르면서까지 평가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한 동반성장위원회의 고압적 자세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비록 동반성장지수가 명목상으로는 민간주도로 자발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성을 띤 일종의 규제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정주의ㆍ정치 논리에 의한 나눠 먹기식 폐해 늘릴 뿐


기업은 이익 극대화가 목적이므로 규제에 직면할 경우 항상 그에 따른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환경변화에 적응해 나간다.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기업은 충실히 규제를 준수하려 할 것이다. 특히 동반성장지수처럼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정책입안자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상황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이는 기업이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동인이 작동한 결과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해 기업에게 복지세를 징수한다고 해보자.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임금은 줄지 않고 복지세 지출을 통해 여러 복지증진 시설을 제공받으니 더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근로자를 고용할 때 단순히 그에게 지불되는 임금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를 고용함으로써 수반되는 임금 이외의 모든 비용을 고려하여 그것이 근로자가 창출하는 이익보다 많을 때 그 근로자를 고용한다. 따라서 복지세 징수는 고용비용을 증가시켜 전체 고용을 감소시키며,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근로자들이 해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원리는 기업 간의 거래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기업 간 거래 시 거래되는 물품의 가격 이외에 거래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비용이 고려된다. 동반성장지수와 같은 규제는 중소기업과의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결국 기업 간 거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여러 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가 판로 확보에 있음을 상기하면, 지금 형태의 동반성장지수의 추진은 기업 간 거래의 위축을 통해 중소기업의 판로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여 결국 영세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결국 ‘동반성장지수’가 아닌 ‘차별적 성장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것처럼 지수에 따른 순위의 발표는 이런 적응과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순위발표는 기업들 간 일종의 충성경쟁을 촉발하여 기업이 지는 부담을 더욱 빠르게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동반성장지수가 지닌 또 하나의 문제점은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지원의 경쟁적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 내지 자생력이 제고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지원이 경제적 논리보다는 온정주의적이고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나눠 먹기 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지수 추진은 이러한 정부의 실패를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과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이루어지지 않았던 지원이 이제는 동반성장지수라는 규제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고, 그 결과 자원배분이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지배되게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성과가 투자 제고로 이어지게 해 ‘낙수효과’ 늘려야


동반성장 추진의 기본적인 배경에는 대기업은 잘 나가는데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과거와 달리 대기업의 성과 향상이 투자 제고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낙수효과’가 감소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그렇다면 올바른 해결책은 대기업이 투자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있다. 그간 규제개혁 노력이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벌이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규제개혁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중소기업이 그럴진대 더 많은 규제의 적용을 받고 있는 대기업이 느끼는 체감도는 더욱 낮을 것이다. 동반성장지수와 같은 새로운 규제를 만들 게 아니라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고 안정적인 정책환경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올리는 높은 수익을 비판적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더욱 높은 수익을 올리도록 격려해야 한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 때 기업의 성장이 가능하며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 한편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지원에만 의존하면서 과당경쟁을 유발하여 다른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소위 ‘좀비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중소기업이 걱정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업성장과 함께 늘어나는 조세부담과 규제를 영구적으로 완화시켜 중견기업이 나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이 가능하리라 본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ph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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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술적인 개선방안에 관해서는 전경련을 비롯한 국내 7개 경제단체가 2월 21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한 ‘경

제계의 동반성장지수 개선의견’을 참조.

2) 최근 여러 대기업이 내놓고 있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 관련 패키지들이 그 좋은 예다.

3) 현행 중견기업 육성정책은 중소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적인 규제와 조세부담을 일시적으로 완화

시켜 주는 데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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