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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금리 인하와 위기의 한국 경제


지난 7월 12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통상적인 수순이다. 하지만 당일 코스피는 2%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면서 만지작거리기만 하던 한국은행이 갑작스럽게 금리를 인하하자 하반기 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나쁜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매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재정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확산됨에 따른 유럽 경제의 부진이 글로벌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도 주름살이 잡히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에 대한 신뢰 저하가 주가 급락의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그간 필자를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물가상승압력을 핑계로 1년 이상 꿈쩍도 않았다. 그러던 한국은행이 금리를 갑자기 내린 데는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의구심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동 추이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필자가 전 세계 주요국 26개국을 조사한 결과(브라질중앙은행이 가장 먼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2011년 8월 기준)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16개국이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하고 있는 반면 동결하고 있는 나라가 8개국, 인상하고 있는 나라가 2개국으로 집계됐다. 동결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일본, 영국. 스위스, 홍콩 등 모두 선진국으로 이미 기준금리가 제로 또는 제로에 가까운 수준인 나라가 대부분이다.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나라는 헝가리와 폴란드로 이들 두 나라는 성장률이 주춤거리는 와중에서도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궁여지책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다하는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대부분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나라들은 금리를 더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미 기준금리가 제로수준이거나 제로에 가까워 더 이상 내릴 곳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중앙은행들이 작년 하반기 들어서면서부터 금리를 내리고 있을까? 사실 작년 하반기만 하더라도 글로벌 경제는 물론 대다수 국가의 경제는 그다지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작년 4월과 7월만 해도 올해와 내년이 각각 4.5% 안팎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IMF는 작년 9월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끌어내린데 이어 올해 1월에는 3.3%까지 낮춰 잡았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전 세계 성장률이 4.5%에서 3.3%로 1%포인트 이상 낮아진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또한 4.5%에서 3.9%로 하향조정됐다.


세계 경제의 흐름이 이런 속도로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면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나라로 원자재 대국인 호주를 들 수 있고 우리나라는 수출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라는 점에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경제 위기를 뛰어넘을 선제적인 금리정책이 필요


필자는 지난 번 KERI 칼럼(“선제적 금리 정책이 필요한 이유”, 2011.11.7.)에서 한국은행의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면서 호주중앙은행의 발 빠른 금리정책을 예로 들었다. 호주중앙은행의 행보를 보면 항상 한국은행보다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 시작되던 2008년 8월 금리를 내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압력을 이유로 거꾸로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불과 2개월 후인 2008년 10월부터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기 시작했다. 이 때 호주는 한국은행보다 한 달 빠른 2008년 9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습되고 세계 경제가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호주는 2009년 10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반면 한국은행은 9개월이나 늦은 2010년 7월에 가서야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2010년 5월까지 금리를 올린 호주중앙은행은 그 해 11월에는 이미 금리를 내리는 모드로 돌아서서 지금까지 4번이나 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2011년 6월까지 금리를 올린 후 올 들어 지난 7월에서야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번에도 호주에 비해 무려 8개월이나 늦은 행보였다. 경기의 흐름을 미리 내다보고 선제적이어야 할 금리정책이 그 반대로 뒷북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나라마다 경제 및 금융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호주는 1인당 소득이 6만 5000달러대로 우리나라보다 3배 정도 높기는 해도 경제규모는 거의 엇비슷하다. 우리나라처럼 정부재정과 국가부채가 매우 튼튼하고 안정적인데다 선진국 가운데서는 실업률(5.1%)이 그중 낮은 편이다. 더욱이 원자재 수출과 상품 수출이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해도 수출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의 흐름에 매우 민감한 경제라는 공통점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호주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재정정책에 힘입어 성장률 1.4%를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2009년에 성장률 0.3%로 선방했다지만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최근 들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3.5%에서 3.0%로 낮춘데 이어 국내외 예측기관들도 우울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 3.6% 성장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3% 안팎으로 부진하게 되면 1953년 한국은행이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내리 3년 연속 3%대 또는 그 밑을 맴돌게 된다. 말 그대로 ‘저성장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늦었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 또한 올해 3% 성장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추가적인 금리 인하 등 보다 선제적인 금리 정책과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안정 및 부양책으로 우리 경제가 다가오는 위기를 잘 넘길 수 있기를 바란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ㆍ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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