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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정부 개입의 확대


지난 좌파정권에서 국민생활에 전방위로 확대되던 정부 개입은 현 정권의 경제정책에서 더욱 심해졌다. 취임 초기에 ‘활기찬 시장경제’를 표방하던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공정사회, 동반성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간 데 이어, 정치권은 각종 ‘공짜복지’ 정책의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값아파트 정책이 실패한 것도 모자랐던지 반값등록금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이를 두고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카드라고 내세우기도 한다.


정부 개입의 비효율성과 부작용은 지난 수십 년간 국내외에서 수없이 입증되었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바라는 열망은 식을 줄 모른다. 정부기관 이전이나 세종시 건설추진 문제로 겪은 극심한 지역 갈등, 최근에 터진 저축은행 감독 실패를 겪었음에도 말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불러온 미국발 금융불안의 근원도 실은 주택보급 확대 정책과 거시금융 정책의 실패였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wishful thinking)는 왜 줄어들지 않는가? 그 근원은 정부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그릇된 믿음(misconception)에 있다.


정부는 정치 체제와 상관없이 독점적 권력기관이며, 힘을 사용하여 일을 처리한다. 이런 특성은 외적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고, 국가 구성원들이 서로를 해치지 못하게 하며, 구성원들 간의 분쟁을 조절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필수적 요건이다. 따라서 안보, 치안유지, 분쟁조정과 같이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영역에서 책임을 요구하거나 규범 이탈을 제재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사용한다. 반면에 성향과 처지가 다른 구성원들 간에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는 이런 특성이 별로 쓸모가 없고, 오히려 장애가 된다. 이때 공권력은 편파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으므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거나 유인 구조를 왜곡시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경제거래, 자선행위, 선행 또는 윤리적인 행위가 그런 영역에 속하며, 자연적 또는 자생적 질서(natural or spontaneous order)의 영역에 속한다. 이들 활동에서는 시장, 가정, 교회가 정부보다 훨씬 우월한 질서를 가져다준다.


정부 개입은 시장에 대한 인위적인 규제


이 점은 시장과 대비해 보면 분명해진다. 시장은 개개인의 자발적인 선택과 교환행위의 집합체이자 결과물이다. 시장에서 이루어진 자원배분은 개인들의 협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고, 개인의 유인 구조와 제도의 선택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나간다. 따라서 시장은 명백히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자원을 잘 배분한다. 역사적인 경험은 시장에 의한 배분이 다른 어떤 방식보다 우월함을 입증하였다. 간혹 미흡해 보일지라도 스스로를 교정할 능력도 가진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시장에 의한 자원배분이나 분배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어떤 ‘바람직한’ 기준에 맞게 자원이 배분되도록 시장을 ‘교정’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정부가 양극화 해소, 지역균형개발, 동반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정부가 마치 고장난 기계의 수선이나 병든 환자를 치료하듯이 시장을 교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진단도 처방도 모두 틀렸고, 기준의 타당성뿐만 아니라 방법의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정부 개입은 시장과정의 인위적인 규제이므로 수선이나 치료처럼 이전의 정상상태로 되돌아가게 하거나 건강 회복으로 그치는 과정이 아니다. 규제는 배분결과를 바꾸는 형식적 장치이므로 그 반응은 순응에 그치기보다는 규제 회피나 규제의 악용으로 나타나기 쉽다. 때로는 규제자를 매수하여 규제 의도를 무산시키는 규제 포획이 만연할 수도 있다. 전관예우나 회전문 관행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 결과는 규제 이전보다 더욱 불만족스럽기에 또 다른 정부 개입과 반응이 뒤따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결국 의도한 배분결과는 얻어지지 않은 채 미제스가 말하는 영속적인 개입의존(permanent dependency) 상태로 이행된다.1)


정부 개입의 실질적인 주체가 제한된 임기를 가진 관료라는 사실은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정부라는 독점적 계속사업(monopolistic going concern)을 운영하는 관료는 도덕적 해이와 같은 대리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은 승진, 뇌물수수, 퇴임 후 직장과 같은 사적이익 챙기기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규제 포획에 취약하며, 규제 실패를 규제 확대로 대체하려는 성향을 지니게 된다. 정부 개입의 성과가 단기에 그치고 이후에 오히려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주요 원인이다. 그렇기에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부 개입 자체가 문제가 될 소지가 커진다.2)


정부 개입은 공권력을 편파적, 강제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회피, 역이용과 같은 반응을 불러오고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라스버드는 이를 다음과 같이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정부 개입은 결국 주도권 싸움, 갈등,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비효율성, 빈곤, 그리고 혼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3)


지역균형개발과 동반성장 정책도 정부 개입 정당화 어려워


이제 우리나라의 주요 정부 개입 정책인 지역균형개발 정책과 동반성장 정책을 조명해 보기로 하자. 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되어 현재까지 지속되는 명시적 개입 정책이다. 후자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으로서 비록 정부가 공개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지만 강력히 후원하고 있다. 두 정책 모두 시장이 초래한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목표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그 취지는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 모두 앞서 논의한 문제점들 때문에 정부 개입 정책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이전 정권에서 신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지정과 같은 구체적 내용을 확정하였고, 현 정부가 건설과 이전 작업을 계승하고 있다. 현재까지 토지수용과 건설에 수십조 원의 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추가 투입자금의 규모나 완성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 모두 국민의 세금부담이다. 여기에 풀린 자금의 상당부분은 지역발전에 사용되기보다는 수도권에 환류하여 부동산가격을 폭등시켰다. 이전 대상기관의 임직원들이 가족이주 대신 임시거주를 택함으로써 주거비용 부담만 늘고 기러기 가정이 양산되었으며, 해당 도시는 정착 거주자가 부족한 기형적 도시가 될 전망이다. 이런 부작용을 해소한다고 자족기능과 이전을 촉진하는 투자, 세금혜택, 인센티브 제공, 지가상승 규제가 추가되고 있다.


보다 심각한 부작용은 지역균형개발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 지역 간 분쟁이다. 세종시 건설의 비효율성과 계속 추진 여부를 두고 벌어진 정치적 공방, 경쟁적으로 건설된 지방공항, 지방이전 기관 유치 경쟁, 과학벨트 지역선정을 둘러싼 지역갈등, 무마용 선심공약의 남발은 비생산적인 논쟁의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이런 정부의 개입 정책은 정책입안자의 입지만 넓힐 뿐 지역균형발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기여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가 지역개발에 직접개입하기보다는 자생적 개발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의 교통, 통신 인프라와 조세 및 요금체계의 개선에 치중하고, 나머지는 지역과 민간에 맡겨두었어야 했다.


현재 진행형인 동반성장 정책은 어떤가? 이 정책의 배경은 근년에 대기업의 영업실적과 이윤이 대폭 상승했음에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운 처지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상생협력의 정도를 지수로 공표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며, 이익공유제로 대기업의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과 나누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압력을 통해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거나 도와주도록 하겠다는 발상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형식상 민간기구이지만 정부 고위관료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무국을 갖추고 있다. 정운찬 위원장은 대통령의 후원을 받는 전직 국무총리이자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위원회가 추진하는 정책은 어디까지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상생협력 제도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그는 관급계약에서 우대권, 세제상 특혜, 세무조사 완화와 같은 인센티브를 협력 정도와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사실상 강제성 있는 정책이며, 편파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다. 그렇기에 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정부 개입을 대리 집행하는 공공기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독립성을 주기 위해 특수민간법인으로 설립된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정부기구로 변형된 경우를 보라. 동반성장위원회의 정책들이 이런 경로로 발전한다면, 다른 정부 개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작용만 남긴 채 실패할 공산이 크다. 동반성장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려면 정부 개입의 성격을 완전히 청산하고 순수민간단체로서 자발적 상생협력 증진방안에 대한 연구나 조언에 주력하는 편이 낫다.


실익 없이 실패가 예상되는 직접 개입은 자제해야


현재 정부 개입식 경제정책은 이밖에도 많다. 정부의 물가관리 방식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의결권 행사방침이 그런 사례들이다. 정부는 실익 없이 실패가 예상되는 이런 개입 정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다. 정부는 가장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하는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 그것은 안보를 튼튼히 하고 불법이나 불공정거래를 엄정히 색출하고 제재하는 일이다. 균형발전과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비록 더디더라도 그런 환경조성에만 힘쓰고 직접 개입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


장대홍 (한림대학교 재무금융학과 교수, dtjaang@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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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udwig von Mises, Socialism(London: Jonathan Cape, 1951, new edition).

2) Milton Friedman, Why government is the problem(hoover Institution, 1993).

3) Murray Rothbard, Man, Economy, and State(Los Angeles: Nash Publishing Co., 1970), p.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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