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양극화의 주범 중의 하나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든다. 2016년 기준 중소기업 상용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6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기준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약 77% 수준이었으므로 20년 간 그 격차가 14%p나 더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이 커진 임금격차는 대기업의 하청 중소기업 쥐어짜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확대되면서 하도급 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 대중소기업 간 성과공유제 등의 일련의 정책들이 시도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큰 틀에서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과연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대기업의 소위 ‘갑질’의 결과인가. 이 격차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저성장에 신음하는 한국경제에 대한 해법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임금은 생산성의 결과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과 기업일수록 평균임금이 높다. 2014년 제조업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 대비 29.1%에 불과하다. 생산성 격차로만 보면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현재보다 더 벌어져야 정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낮은 생산성을 장시간 근로로 보충하여 현재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자본집약적, 기술집약적 생산시설을 갖출 여력이 생기므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는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OECD 주요국들의 경우 대부분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50% 이상이다. (2013년 기준 핀란드 73.6%, 이탈리아 73.1%, 프랑스 70.0%, 독일 60.8%, 영국 57.5%, 일본 56.5% 등)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수출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총수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5%로 OECD 평균 31.5%보다 11.0%p나 낮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경영성과와 임금이 독립 중소기업에 비해 높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의한 착취적 하청관계가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결국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곧 경쟁력의 격차이다. 이 경쟁력 격차를 줄이지 않고서는 임금격차도 줄일 수 없다. 임금격차로 인한 소득양극화 문제가 아니더라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한국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전체 사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고용의 거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 없이는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또한 심화·확산되는 국제분업 추세에 편승하여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 편입되어야 하고 이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만이 가능하다.
새 정부에서는 기존의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장관급 기구로 승격시켰다. 이 같은 조직개편에는 현 시점의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의 도약 없이는 성장과 분배의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출범을 계기로 앞으로 중소기업에는 보다 많은 자원배분이 이루어질 것이다. 과연 중소벤처기업부는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인가. 사실 그동안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소홀히 한 정부는 없었다. 사업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정책대상이므로 중소기업 지원 확대는 항상 중요한 선거공약 중의 하나였다. 따라서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확대일로를 걸어왔고 중소기업 지원은 거의 모든 부처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는 중소기업 지원의 양적 규모와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일목요연한 파악이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지원을 받기 위한 컨설팅 서비스도 존재한다. 하지만 확대되어 온 중소기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현 주소를 감안하면 그 동안의 중소기업 정책은 사실상 실패에 가깝다.
새로 출범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동안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진지하고 철저한 평가이다. 이 같은 평가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 부처의 높아진 위상과 영향력을 즐기기만 하고 정책의 관성(慣性)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지난날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처럼 성장에 대한 역(逆)인센티브를 주는 중소기업 정책을 고수하는 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성공사례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 없이는 소득양극화와 저성장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중소기업 문제는 한 부처의 업무로 국한되기에는 너무 중요해졌다. 한국경제의 미래가 걸린 문제가 되었다. 결국 한국경제의 재도약 여부는 중소기업 정책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태규(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연구위원 / tklee@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