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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개혁법은 회사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는가?


2010년 7월 21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되어 왔던 미국 금융규제개혁법이 발효되었다. 대공황 이래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금융규제개혁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금융위기의 원인을 야기했다고 비판받던 금융회사와 금융산업을 규제하며 연방차원에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모든 상장회사의 회사지배구조 실패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며 금융산업 외의 일반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회사지배구조 개혁 조항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주주들이 이사선임, 이사회 구조, 임원보수 등과 관련된 사안에서 앞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이 대부분이다.


금융개혁법에 포함되어 있는 회사지배구조 개혁 조항들이 금융시스템 개혁 조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회사지배구조 개혁 조항들은 이사(경영진)와 주주 간의 권한분배라는 가장 중요한 회사지배구조 쟁점과 관련되어 있다. 주주민주주의(shareholder democracy)라는 주제에는 회사지배구조의 가장 어렵고 민감한 논쟁거리가 숨어 있다. 따라서 미국 회사지배구조에 많은 논의와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민주주의와 위임장 접근(proxy access)


금융개혁법상 회사지배구조 개혁 조항들의 입법 배경은 상장회사 경영진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이익을 희생시키며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해 온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시각이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경영진에 대한 소수주주들의 통제를 강화하여 주주들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의식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주민주주의 논리가 깔려 있다.


이번 회사지배구조 개혁 조항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것은 예전부터 주주민주주의의 상징적 제도로 여겨져 왔던 위임장 접근(proxy access)에 관한 것이다. 상장회사에서 수많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결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이나 일부 주주들이 총회 참석에 소극적인 대다수의 주주들로부터 위임장(proxy)을 받아 대신 의결권을 행사한다. 다만 주주들에게 위임장 권유를 할 때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위임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위임장 설명서(proxy statement)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작성하여 수많은 주주들에게 발송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경영진이 위임장 권유를 할 경우에는 회사업무의 일환으로 보아 회사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이 다른 주주들을 상대로 위임장 권유를 할 경우에는 자신들의 비용으로 해야 한다. 그만큼 소수주주들이 위임장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주주총회에 상정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 만일 경영진이 발송하는 위임장 설명서에 소수주주들이 제안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다면 회사비용으로 위임장 권유를 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사후보 추천과 선임에 관련된 내용을 회사비용으로 발행되는 위임장 설명서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할 경우 소수주주들이 이사회 구조와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혁법에서 이것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입법 전부터 반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사들은 자신을 추천해 준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나 회사 전체의 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잦은 이사선임 경쟁으로 이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보다는 단기적 주가에만 집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사들이 소수주주들의 눈치를 보며 주주총회가 정치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임장 접근을 포함한 이번 개혁법상의 주주민주주의 강화조치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나온 것이므로 이러한 조항들에 대한 평가는 결국 금융위기의 원인규명에 달려 있다. 물론 금융위기에 대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여기서는 주로 회사지배구조, 즉 이사(경영진)와 주주의 권한분배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회사지배구조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모든 국민들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대출기준을 완화하며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주택담보대출을 해준 미국 정부정책에 있다. 그리고 금융기관의 경영자들이 이러한 고위험의 주택담보대출채권을 다양한 형태로 증권화하여 일반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이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러한 증권은 애초에 갚을 능력이 부족했던 사람들에 대한 채권에 기반을 둔 고위험 증권이어서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구입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 보증회사의 보증과 신용평가사들의 높은 신용등급 부여로 이러한 고위험성은 버블 속에 가려 투자자들의 눈에서 잠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채무자들이 주택대출금을 연체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버블 속에서 저위험의 금융상품으로 둔갑해 있던 고위험의 금융상품들이 버블이 꺼짐과 동시에 실체를 드러내며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금융회사의 경영진들은 탐욕의 표상으로 지목되어 비판받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비판은 금융위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모든 상장회사들의 경영진에게까지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주주권한 강화를 통해 경영자들의 탐욕을 막고자 금융개혁법상 다양한 회사지배구조 개혁조치들이 마련되었다. 과연 금융위기는 금융회사의 경영진, 일반 상장회사의 경영진이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며 사적이익을 추구한 결과인가? 그래서 주주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금융위기 이후 회사지배구조 개혁방향이 되어야 하는가?


그러나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까지 위기의 주범으로 지적되던 은행들의 주식은 다른 S&P 500기업들보다 더 높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또한 위기 직전 3년 동안 S&P 500기업들은 주주들의 단기 주가 상승요구 압력에 부응하기 위해 사내유보금으로 제품생산을 위한 투자보다 자기주식을 사들이는 데 더 많은 돈을 사용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면 경영진이 주주이익을 무시했기 때문에, 또는 주주들이 경영진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확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문제는 여기서의 주주이익이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단기이익이라는 데 있다. 자신들이 투자한 주택담보대출 관련 증권에 내재되어 있던 장기적 위험요소들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 주가상승으로부터 오는 금융적 보상에 주로 관심을 가졌던 전문 경영인들의 단기 실적주의(Short-Termism) 추구와 이에 열광한 주주들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지배구조 개혁법에서는 소수주주들의 권한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어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번 회사지배구조 개혁법은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에 대한 올바른 진단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민주당 성향의 의원들이 의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다수를 차지하게 된 정치적 상황과 금융위기라는 경제적 상황이 맞물리며 지난 10년 동안 소수주주 권한 강화를 통한 주주민주주의 실현을 주장해 온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시도가 개혁법에 반영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지배구조 개혁방향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지배구조 개혁방향은 단기 실적주의(Short-Termism)를 극복하고 모든 주주들과 회사의 장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단기 주가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전문경영인과 달리 장기적 안목을 가질 수 있는 오너경영체제, 단기적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보다 장기적 주식소유자들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가치파괴적인 경영권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포이즌필 등이 금융위기 이후 단기 실적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들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전문경영인체제, 1주1의결권, 회사지배권 시장 등을 가장 이상적인 제도들로 보며, 이와 상반되는 오너경영체제,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을 비정상적ㆍ비민주적ㆍ반시장적 제도들로만 봐 왔다. 그래서 기업집단체제의 오너경영은 공정거래법과 각종 금융관련법에서 규제를 받고 있고, 차등의결권은 현행 상법상 1주1의결권 원칙 때문에 사용될 수 없으며, 포이즌필은 오랜 논쟁 끝에 상당히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상법개정안이 마련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국회통과가 불투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회사지배구조 정책에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모든 회사들에 적합한 하나의 이상적인 회사지배구조는 없다(one size does not fit all).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지배구조 개혁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판단을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 주고, 이러한 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개별 회사들의 선택에 맡기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sshun@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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