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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비추세 변화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흔히 사람들이 관심을 끄는 주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2000년대 들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직간접으로 시작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주식투자 인구의 비중은 2000년 7% 수준에서 2009년에는 10%로 늘었다. 그렇다면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외 없이 ‘높은 수익률'이라고 답할 것이다. 굳이 증권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에서 주식수익률에 울고 웃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주식수익률이 도대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자. 도대체 주식수익률이 어떻게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우리는 주식수익률을 먹거나 마시거나 입거나 타고 다닐 수는 없다. 주식수익률로부터 여러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시간에 따라 쌓인 수익률이 가져다주는 주식의 가격을 돈으로 바꾼 후에 다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서 먹거나, 마시거나, 입어야 비로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주식수익률 그 자체는 우리를 직접적으로 기쁘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의 예에서 보았듯이 결국 경제생활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소비이다. 즉 우리의 소득과 재산은 먹고, 마시고, 입는 소비생활을 통하여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러한 ‘소비'의 관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특히 ‘미국 소비'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전후로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비정상적인 모습이 명확히 드러난다.


미국 국민의 소비율

앞의 그래프는 1960년에서 2010년까지 약 50년간 미국 국민의 소비율(consumption rate)을 보여준다. 여기서 소비율이란 미국 국민의 개인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평균적인 비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비율 값이 1이면 소득을 모두 소비지출로 사용한 경우이며, 반대로 소비율 값이 0이 되면 소득을 전혀 소비지출하지 않고 저축하였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프를 자세히 살펴보면 소비율은 1990년[점선(1)] 이전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1990년 이후에는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승추세는 계속되다가 2002년과 2003년에는 급기야 0.99를 넘어서면서 1의 값에 육박하게 된다. 지난 50년간의 평균은 0.92 정도였다.


미국 소비율 값이 1이라는 의미는 다시 설명하면 미국 국민 전체가 소득을 전부 소비지출로 쓰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우리 주변을 보면 물론 소득을 거의 다 소비지출로 사용하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일반적으로 소득을 모두 지출하는 과소비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의 일반적인 미국 가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러한 미국 국민의 과소비와 그 이유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은 긴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참고로 경제학자들은 미국 국민의 과소비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미국에 돈을 지속적으로 빌려줘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이유와 주식과 부동산자산의 급격한 가치상승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 등의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미국의 과소비는 1990년대 이후 한국, 중국, 일본의 대미 수출을 증가시키기도 하였다.


이제 앞의 미국 소비율 그래프에서 시점을 이동하여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2007년[점선(2)] 이후를 살펴보자. 소비율은 말 그대로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눈짐작으로 보아도 아직 1990년 이전의 수준으로 하락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는 일단 증가하면 감소하기가 어렵다. 50평 아파트에 살던 사람이 20평 아파트에 살기 어렵고, 대형차를 타던 사람이 소형차를 타면 불편해 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소비율의 하락이 미국 국민에게 주는 고통은 상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고통은 이전의 정상적인 소비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소비의 움직임을 보여 왔던 미국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전통적으로 소비를 억제하는 분위기에서 살아온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대적인 저소비국가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저소비국가에서 전자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의 거대 장치산업을 키워왔고, 이러한 거대 생산력은 우리 국민의 소비수준에 비하여 지나치게 큰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운명적으로 수출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소비행태와 관련하여 경제의 위기관리 면에서 그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가 국가 외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자국의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도 우리나라의 내수 증가가 장기적인 성장에 유리하다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수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가계의 소비지출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의 답답한 소비수준을 넘어 극적으로 그 수준을 증가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해법 중의 하나가 한-중-일 FTA를 통한 3국 소비시장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중-일 FTA는 아직 정치경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들이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 향상을 통해 중국과 일본의 거대한 소비를 통하여 재도약하는 발판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소비는 미국과 같이 지나치게 높아도 어려워질 수 있고, 우리나라와 같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에도 외부충격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딱 들어맞는 소비의 황금률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보다 소비가 늘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swa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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