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복수노조 허용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및 전임자 급여지원 금지 규정의 시행유예기간이 2009년 12월 31일로 종료된다.1) 정부는 법률상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2010년부터 단체교섭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강화할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해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조의 교섭권을 정하여 시행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태세이다. 이러한 노동계의 입장을 반영한 탓인지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규정의 경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한나라당과 노사정 4자회담에서는 복수노조 허용을 3년간 다시 유예하되, 노조원 1만 명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2010년부터 적용하고 노조원 1만 명 미만의 기업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2)

복수노조 허용은 노사 모두가 폐해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국가 경제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복수노조 허용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것으로 당연히 시행해야 하며, 다만 노동조합의 교섭창구 단일화만 해결되면 된다는 식의 생각들이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은 물론이고 노동계도 복수노조 허용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 노동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노동계는 생산직(43.8%), 중간관리직(19.7%), 사무직(34.1%)과 비정규직(34.2%)에서 복수노조가 탄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경우 노조의 교섭력이 약화될 것으로 응답한 사람도 52.5%에 달하였다.4)

이같이 노동계조차 복수노조 허용으로 노동조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는 현실에서 기업들이 복수노조 허용을 탐탁찮게 여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5) 산업계 인사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더 이상 국내에서 투자하기 힘들며 노사 간 갈등으로 교섭기간 장기화와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재처럼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정책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복수노조에 대한 산업계 시각이 달라진다.

기업들 가운데는 복수노조 허용을 또다시 상당기간 유예하거나 아예 불허하기를 바라는 기업들이 있다. 특히 기존에 노조가 없거나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온 기업들 입장에서는 복수노조 허용만큼은 신중히 해주길 바랄 것이다. 이들 기업 입장에서는 복수노조가 생기게 되면 사업장 내 여러 개 노조가 난립하여 노노간 갈등과 선명성 경쟁 등으로 산업평화가 깨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만에 하나 기존에 노조가 없던 기업에 여러 개 노조가 사업장 내에 생기게 되는 경우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선진 노사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단체교섭 문화와 수준 등에 비추어 볼 때 복수노조가 한 사업장 내에 존재할 경우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는 노노간 갈등으로 기업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며 특히, 한 사업장내 노조의 상급기관이 각각 다를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복수노조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다수노조 사업장(예: M&A추진기업 등)에서도 노노갈등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된다면 사업장 내 노노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노노갈등은 조직 간 대립의식을 조장해 근로자간 갈등을 증폭시킴은 물론 근로자 간 갈등의 차원을 넘어 경영진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산업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장석춘 위원장도 지난 30일 선진화를 위한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노노갈등을 우려해 그간 줄기차게 주장해 온 복수노조 허용에서 반대로 급선회했다.

물론 현행법이 당초 예정대로 시행되는 것을 바라는 기업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2010년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예외 없이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원이 중단되기를 바란다. 이미 강성노조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온 기업이나 전임자 임금지급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사용자가 계속 부담하는 것은 노조의 협상력만 키워줄 뿐이며, 복수노조의 허용은 노동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기존 강성노조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부가 밝힌 우리나라의 노조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154.5명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500~600명, 미국과 유럽은 각각 800~1,000명과 1,500여 명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노조전임자 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4?8배나 많은 실정이다. 결국 우리나라 기업만 노조전임자의 임금을 지원해 온 탓에 노조는 별 부담 없이 노조전임자 수를 늘릴 수 있었고,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에는 노조전임자 문제를 단협의 대상으로 삼는 기현상까지 보여 온 것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폐해와 부작용을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동시에 연계되어 다루어짐에 따라 지난 13년간 마지못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의 시행 연기에 동의해 온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의 국회일정이나 정치적 상황 등을 감안하면 2010년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가 예정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2010년 1월부터 법이 시행되더라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는 국가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각각 별개로 부작용과 폐해 최소화 방안 마련에 정치권이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노사 모두가 우려하는 복수노조 허용은 법 개정을 통해 상당기간 시행을 유예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이기 때문에 복수노조 허용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 국민이 원하지 않고 노사가 합의한다면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그대로 시행하거나 유예하는 경우에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노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과 점진적 시행방안 마련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문제는 법 기본 취지를 훼손시킬 소지가 있음에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적용 대상기업의 축소나 변형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방식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Time off제까지 세심히 검토하면서도, 우리나라 산업평화의 근간을 훼손할지도 모를 복수노조 허용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17개 노조 간의 노노갈등으로 1992년 도산한 영국의 브리티시 리랜드(British Leyland) 자동차회사나 5개 직종별 노조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91년 12월 파산한 미국 팬아메리칸 항공사(Pan American World Airway) 등의 사례가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도록 복수노조 허용문제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해 주길 바란다.6) 산업현장은 더 이상 정책 실험의 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경제교육실장, lbw@keri.org)

---------------------------------------------------------------------------------------------------

1)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이하 노개위)’가 구성되면서부터 복수노조 시행과 관련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

되었으며, 1997년 3월 10일 제정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와 복수노

조 허용을 2001년 말까지 처음 유예하였고, 또다시 2001년 3월 28일 노조법 부칙을 개정하여 2006년 12월 31

일로 5년간 다시 유예하였다. 2006년 9월 11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예정된

일정대로 전임자 급여지급을 즉시 금지하고, 복수노조를 즉시 허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데에 뜻을 모으고, 200

9년 12월 31일까지 다시 3년간 적용을 유예한 바 있다.

2)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2009년 11월 3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임태희 노동부장관, 장석춘 한국노총 위

원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이 참석한 복수노조ㆍ노조전임자 임금 문제 등 현안관련 4자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3) 2000년 복수노조를 도입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 제도 시행 이후 파업이 두 배 증가하였으며, 1950년대 32개

의 노조가 있었던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는 많은 혼란을 겪다가 1968년이 되어서야 노조가 단일

화되었다.

4) 노동연구원이 2009년 10월 398개 사업장의 노무담당자 및 근로자대표 650명에게 복수노조 허용 시 어떤 직군

에서 노조가 생기고 노조의 교섭력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를 조사하여 응답한 결과이며, ( )의 수치는 이들

의 응답비중이다.

5) 2009년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노조전임자 있는 노동조합은 3,700개이며, 이들 조합의 완전 전임자는 1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6) 브리티시 리랜드(British Leyland) 자동차회사는 1968년 설립된 영국 최대의 자동차회사였으나 17개 노동조

합의 노노갈등으로 잦은 파업과 분쟁이 발생하여 1992년 도산하였다. 이 회사의 노사분규 99%가 노노간 갈등

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팬아메리칸 항공사(Pan American World Airway)는 1927년 설립되었으

며 1980년대 경영위기 속에서 5개 직종별 노조(조종사, 승무원, 정비공, 일반직, 사무직)가 별도의 단체교섭

을 통해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1991년 12월 파산하였다.



46FL, FKI Tower, 24, Yeoui-daero, Yeongdeungpo-gu, Seoul, 07320, Korea

TEL: 82-2-3771-0001

​연구원 소개

연구

소통

미디어와 네트워킹

Copyrightⓒ 2023 KERI.ORG.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