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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를 대신할 윤리적 과제


주택도 공급하고 아동 급식도 담당하고 아픈 사람을 치료도 하고 노후도 보살피는 걸 정부의 과제로 하는 게 복지국가다. ‘진정한 자유’가 달성되려면 정부는 시민들의 삶을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생겨난 이념이다. 보육, 교육을 무상으로, 대학 등록금은 반값으로, 건강?연금보험을 국가독점으로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쯤에서 보면 유대감 이타심이 복지국가의 도덕적 기초라는 걸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회성원들 각자는 유대감을 갖고 타인들의 복지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해야 한다는 게 복지국가의 윤리다. 그들은 모두 같은 배를 탔기에 사회는 공동운명체라는 이유에서다.


흥미로운 건 그런 도덕의 원천인데 이는 소규모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던 원시 부족사회라는 게 경제인류학의 인식이다. 원시인들은 25~150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사회를 구성하여 수렵채취로 척박한 삶을 영위했다. 기쁨, 슬픔을 서로 나누고 삶의 위험을 함께 대비하는 등 공동으로 생산?분배하면서 살았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픈 심성, 경쟁에 대한 혐오 등도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과 신경구조가 형성되던 석기시대의 산물이다. 그래서 그런 도덕관은 우리의 본능에 정착되어 현대인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생물학적 진화’의 선물이라는 게 진화심리학의 인식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역사적?내용적으로 그런 연대 도덕과 대비되는 게 있다. 화폐적 교환 이자놀이, 개인주의, 자기 책임, 사유재산의 존중 등과 관련된 시장도덕이 그것이다. 이는 사기, 약탈, 도둑질, 계약 위반, 불손한 행위 등과 같이 특정의 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칙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시장도덕의 원천도 흥미롭다. 그것은 본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억압한 결과이다. ‘자연인’은 결코 시장의 열린사회에는 적합하지 않다. 인간은 책임회피, 부자에 대한 질투, 경쟁 혐오 등과 같은 본능적 심성을 억압하여 비로소 문명인이 되었다. 시장도덕은 인간이성을 통해서 계획하여 만든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언어처럼 전통 모방 학습을 통해서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문화적 진화’의 선물이라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폐쇄된 소규모 사회를 극복하고 수백만 명 수천만 명 아니 수억의 인구가 참여하는 분업과 거대한 열린사회를 가능하게 한 것은 시장도덕이라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소득의 성장이 인구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로 생겨나는 맬서스의 인구 덫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오늘날과 같이 자유 평화 보편적 번영을 가능하게 한 것이 시장도덕과 열린 사회의 진화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인위적인 복지국가를 만들게 아니라 자생적 질서에 의존한 열린사회가 중요해


시장도덕과 열린사회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문명은 매우 짧다. 인류는 장구한 역사의 대부분을 폐쇄된 사회 속에서 살아온 결과 부족사회의 정신태도가 유전자 속에 정착되어 현대인의 본능 속에도 생생히 녹아있다. 복지국가는 열린사회에 대한 그런 본능의 도전장이다. 가족과 같이 친숙한 소규모 그룹에서나 효과적인 본능적 도덕을 수백만, 수천만의 인구를 포괄하는 거대한 열린사회에 강제적으로 적용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연대와 이타심의 행사를 시민들의 자유재량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강제로 집행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복지이념은 원시사회에 대한 향수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 이성이 발작한 결과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런 발작이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복지국가는 인간사회에 훌륭한 모든 윤리를 파괴한다. 정부가 복지국가의 이름으로 개인들의 사적 삶에 개입하기 때문에 그들이 자기와 자기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소멸된다. 복지정책은 저축, 절약정신, 모험심, 진취성과 독립심 등 자본주의 정신까지도 갉아먹는다. 교회 및 각종 시민단체 등의 친숙한 그룹의 형성을 가로막고 자발적 박애정신과 자선활동도 손상시킨다.

인류가 자유와 번영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인위적으로 복지국가를 만들게 아니라 본능과 이성의 중간에 있는 열린 자생적 질서에 의존해야 한다. 이런 열린사회야말로 자연적 본능을 충족하는 소규모의 절친한 그룹도 번창할 수 있고 자발적 기부활동도 활성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드는 법을 배울 게 아니라 열린사회에서 시장윤리에 따라 살면서 동시에 유대감과 이타심을 추구하는 가족, 친지, 종교공동체, 마을공동체 등 소규모의 친숙한 질서에서도 살 수 있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이게 현대인의 도덕적 과제이다.


민경국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kkmin@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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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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