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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새로운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북한 관련 뉴스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널뛰기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초에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국-미국-중국-북한의 줄다리기와 희망 섞인 6자회담 재개 시기가 줄곧 보도되더니 이제는 미국이 북한과 양자 간에는 비공식 접촉조차도 꺼리는 듯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한 접촉설이 봇물을 이루더니 이명박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서는 정상회담에 목매지 않겠다고 말한 후 수면 아래로 다시 잠복해 버렸다. 또 최근에는 작년에 실시된 화폐개혁의 실패로 북한에 경제난ㆍ식량난과 함께 민심의 이반(離叛)이 심하여 체제가 흔들린다고 보도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의 새로운 경제특구 지정과 ‘나선특구법’ 개정 등 외자유치와 경제개선 조치들이 경쟁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북한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북한이 체제 붕괴 초읽기에 들어간 것과 같은 언론의 보도와 분석에 일반인은 헷갈리고 있다. 북한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북한이 김대중 정부시절이나 노무현 정부시절과 비교하여 불안정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을 독해하는 관전의 핵심은 북한 인민의 민심 이반이 아니라 북한 최고 엘리트의 집단이익 보호시스템 작동 여부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 북한 정권을 담당하는 엘리트들의 체제에 대한 위협이나 위기에 대한 대응이 과거와 달리 신속하지도 적절하지도 않고 오히려 위태로워 보인다는 점이다. 건강 악화 이후로 실제로 김정일 자신의 판단력이 과거보다 떨어져 보이는 점도 있겠지만 북한 엘리트 간부들이 김정일의 판단력 미스를 메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불안해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과거 정권에서는 김정일을 칭찬하는 등 친북 일변도였던 남한의 방송과 언론 매체들이 과거보다는 덜 우호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보도하려는 보도 태도의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은 북한이 그렇게 쉽게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신들을 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무기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체제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방어하고 있는 100만 명에 가까운 군대를 가지고 있는 선군(先軍)의 정권이 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우리의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이다. 주민이란 배고프면 정권에 대한 저항할 힘도 없으며 민심 이반의 책임이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에게까지는 미치지 않는 이미 신격화(神格化)된 부자세습의 국가이며 외부적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여전하고 또 견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관련 뉴스의 저변을 흐르는 분명한 사실 하나는 북한이 경제 부문에 있어서 과거보다 매우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학계의 북한 독해의 주류는 핵무기 보유로 군사 강성대국을 이룬 북한이 마지막으로 2012년 경제 강성대국을 이루려고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주류였다. 김정일 정권은 장마당을 폐쇄하고 화폐개혁을 단행하여 신권대 구권 비율을 1대 100으로 하면서도 근로자 월급은 기존대로 주어 100배의 월급 인상을 단행하기까지 하였다. 그 이유는 국가 통제경제 시스템을 회복하여 사회주의 국가주도 경제를 확고히 하려했다는 해석이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북한이 평양(하이테크산업), 남포(의약품ㆍ식용유), 신의주(경공업ㆍ방적), 원산(조선), 함흥(석탄화학), 김책(금속제련), 나선(석유화학), 청진(중공업) 등 8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도로 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담당할 정책금융기관을 신설하는 신경제정책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경제특구 8대 도시를 잇는 도로와 철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인프라투자를 확대하고 외국기업 및 외자유치를 위해 경제특구 내에 세제 우대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러한 신특구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의 박철수 총재가 사업의 성공을 위하여 유엔과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금융기구와 협력할 것이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국제입찰 등으로 투명성을 보장하겠다는『조선신보』의 홍보성 인터뷰도 있었다.


사실 경제 부문에서 과거와 달리 북한이 초조해 할 이유는 적지 않다. 남한과 만나주는 대가로 통상적으로 지불되었던 퍼주기도 끊겼고, 외화벌이 돈줄로서의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관광도 1년 반이 넘도록 중단되었고, 유엔안보리의 제재로 무기수출도 쉽지 않게 되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민간 원조도 대폭 줄었다. 정상회담을 위한 수억 달러의 불법송금도 앞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면서 안정된 새로운 외화공급원을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이러한 외자유치 구상을 일부 신문들은 북한이 ‘미니 중국식 개방’으로 가고 있으며, 나진ㆍ선봉 등에 생기게 될 남북경제협력의 기회를 이명박 정부가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으로 외면하고 놓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 북한 특구개방의 성공 내지는 북한경제의 성공을 위한다면 선결되어야 할 몇 가지 선행조건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 북한은 특구를 제공하면 다 되는 것으로 생각하나 진정 외국투자자에게 북한이 제공해야 할 것은 경제적 자유라는 점이다. 즉 경제적 자유의 제공 없이 특구의 외자유치 내지는 경제적 효과는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금도 지루하게 남북한 간에 계속되고 있는 협상 내용은 ‘3통(通)’의 보장이다. 통행-통관-통신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공단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북한은 기본적인 기업 활동의 자유는 보장해 주지 않고 임금만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 개성공단 필패의 이유이다. 금강산관광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신변안전보장’이지만 결국 문제는 관광객의 통행의 자유이다. 통행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관광지에 미치지 않고서 누가 목숨 걸고 관광을 가겠는가. 나진ㆍ선봉의 투자유치 성공 역시 평양에서 나선시에 접근하는 통행의 자유, 외환보유와 송금의 자유, 기업 활동의 자유의 폭에 달려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체제 유지를 목표로 하는 북한 정권이 이에 대해서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사항이라서 북한이 어디를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어디를 개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개방하느냐가 중요함을 북한 정권이 알아야 한다.


둘째,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이 이승만 대통령과 달랐던 점은 무능한 경제 관료를 교체하고 새로운 전문 경제 관료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특구개방에 대비한 경제 전문 부처의 신설 및 통폐합 등 내각의 조직개편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야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들이 북한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아닌 특구개방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획기적인 개방을 추진할 경제ㆍ외교 분야의 경제 전문 관료의 등용과 경제통 외교 관리의 임명이 있어야 한다. 북한이 올해 1월 27일 나선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하며 투자를 강조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북한은 이미 1999년에 ‘라진ㆍ선봉 경제무역지대’ 투자관련 법규를 개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법이 바뀌었다고 기존의 관행이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 유치는 다시 실패할 것이고 과거에도 실패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법이 바뀐다면 이어서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 외자유치 성공의 예는 투자 관련 법규의 개정과 함께 자본주의 이윤창출의 마인드를 가진 인물의 교체가 따랐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과거 1970년대 서방기업 투자 추진 실패, 1984년 합영법을 통한 해외자본 유치 실패, 1990년대 초반 라진ㆍ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통한 개방 시도의 실패는 북한이 스스로 만든 국제적 긴장 때문이었다. 북한이 스스로 리스크(country risk)가 큰 나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개방 초기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무진 애를 썼음을 기억해야 한다. 베트남 역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해외투자를 본격적으로 유치할 수 있었다. 북한은 특구 개방의 성공을 위하여 중국과의 관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성공의 관건임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의 경제적 성공은 결국 대외적으로 우호적인 국제관계에 달려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북핵문제의 진정한 해결 없이 남한이나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 북한 특구의 성공이나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올바른 북한 독해법이라는 것이다. 냉ㆍ온탕을 오가는 북한 뉴스에 우리의 시각도 따라서 흔들릴 필요는 없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 iykim@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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