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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화를 위한 두 가지 방법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꿈꾸는 이상 사회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이상 사회를 현실에 구현해 보기를 원한다. 다만 자신이 처한 위치, 보유 자원, 이상 사회를 향한 열정, 다른 사람의 호응정도 등에 따라 그 이상의 실현을 위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노력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그 노력의 결과도 물론 달라진다. 이 점은 그가 지닌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없다. 다시 말하면, 그가 지닌 이데올로기에 따라 이상 사회의 모습은 전적으로 달라지지만 이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를 변화(social change)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나 동일하다는 것이다.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연구자들이 사회의 변화를 말할 때 비관주의적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때 비관주의란 자유시장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정책을 시행할 것을 일단의 사람들이 제안한다. 이러한 정책은 정치가들의 이해와 맞물려 처음으로 시행된다. 그리고 그런 복지정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게 된다. 사람은 유인에 반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책으로 손해를 보는 집단이 있지만 그들의 정치력은 많은 경우에 이득을 보는 집단의 정치력에 비하면 작다. 이러한 정치 과정의 논리적 귀결은 일차적으로는 시장이 붕괴하고 그런 경우가 누적되면 국가도 멸망한다는 것이다.


정부 또는 국가가 출현하는 논리에 앞에서 설명한 정치 과정을 덧붙여보기로 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강제력(coercion)을 이용할 인센티브와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담합(collusion)에 의해 정부 또는 국가가 자연스럽게 출현하게 된다. 그리고 일단 정부가 만들어지면 앞에서 설명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는 커지고 시장은 상대적으로 그 크기가 작아진다. 그러므로 순수 자유시장 경제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정부는 언제나 출현하고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 앞에서 말했듯이 사회 변화에 대한 비관주의에 이르게 된다. 사람들이 정부 또는 강제력을 이용할 인센티브와 능력은 상존할 뿐 아니라 공익이라는 이유로 정부 또는 강제력을 이용하는 인센티브가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를 바꾸는 데 있어서 인센티브라는 관점에서는 비관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를 바꾸는 두 번째 방법이 있다. 그것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사람들의 선호를 바꾸는 방법이다. 경제학자들이 인간들의 선택 행위를 분석할 때 사람들의 선호와 인센티브를 구분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행위를 바꾸고자 할 때 거의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전적으로 인센티브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금연을 유도하기 위하여 세금을 인상할 것을 제안하는 경우이다. 특히 신고전파의 경제학에서 선호는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사회를 바꾸는 방법의 하나로서 선호를 바꾸는 일은 무시되거나 제외된다. 그러나 역사에서 사람들의 선호 또는 대중의 의견을 바꾸어 사회를 바꾼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의 선호의 변화로부터 초래된 가장 놀랄만한 사회적 변화 중의 하나는 노예제의 폐지이다. 노예제는 문명의 시작 이래로 강제 노동의 원천이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노예제는 모든 나라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필수불가결한 제도로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영국에서 산업혁명을 전후한 18세기 말 무렵 시작된 노예제 폐지 운동은 영국 의회로 하여금 1807년에 노예무역을 폐지하게 만들었고 약 20~30년 후에 영국의 식민 국가들에서 노예제 자체를 종식했다. 즉 1000년 이상 지구상에 존속했던 노예제가 노예제 폐지 운동이 시작된 지 거의 100년 만에 먼저 영국에서 폐지되었다. 노예제를 폐지할 무렵 영국의 노예제는 노예를 소유한 집단뿐 아니라 모든 영국 소비자들에게도 커다란 경제적 혜택을 주고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고전적 자유주의자들은 노예제 폐지 운동을 벌였고 노예제를 폐지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그리고 이런 운동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지로 번져나갔고 조선왕조는 1894년 일본의 강요로 실시된 갑오경장에서 공식적으로 천민을 해방하고 인신매매를 금지했다.1)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노예제 폐지라는 사회의 변화가 인센티브의 변화가 아니라 선호 또는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의해 초래되었음을 보여준다. 엄밀히 노예제 폐지라는 사회 변화는 당시 다수의 인센티브를 거스르면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위대한 변화였다고 볼 수 있다.


사회 변화가 선호 또는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의해 초래된 역사적 사실은 더 있다. 미국 역사가들은 영국의 영향을 받은 미국 독립 당시의 혁명(American Revolution)도 여기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1846년 영국에서 코브던(Richard Cobden)과 브라이트(John Bright)에 의해 성공적으로 펼쳐진 곡물보호법(corn laws)의 폐지도 이데올로기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또 마하트마 간디에 의해 주도된 비폭력 무저항 운동은 1947년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끝냈다. 무저항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30년 만이었다. 최근에는 1989년과 1991년 사이에 소련과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평화롭게 붕괴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직선제로 할 것을 골자로 하는 6ㆍ29 선언이 선거 방식에 대한 선호의 변화가 초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 중의 일부는 자유시장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사회 전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도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한 역사적 사실들은 선호 또는 이데올로기의 변화가 사회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임은 분명해 보인다.


장기적으로 선호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가정하는 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고 변하는 것이다. 비록 단기에서는 선호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문제는 선호, 특히 정부에 대한 선호 또는 대중의 의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고, 대중이 정부에 대한 선호를 버리고 시장을 선호하게 만들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어쩌면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연구자들은 자유시장을 대중에게 설득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중이 이미 자유시장을 선호한 결과로 정부는 그 역할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사회 변화를 위한 라스바드(Murray N. Rothbard)의 지적은 시사적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전략을 숙고하는 데 그들 에너지의 90%를 쓰고 그들의 기본 이론을 숙고하는 데는 단지 10%의 에너지만을 쓰는 반면에, 리버테리언(libertarian)에게는 그 반대가 진실이다.”2) 즉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연구자들은 자유시장에 대한 이론적 연구보다는 사회 변화를 위한 전략 또는 사람들의 정부에 대한 선호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마케팅, 그 중에서도 종교단체와 같은 비영리단체의 마케팅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시장에 대한 선호를 바꾸는 일은 비영리단체가 하고자 하는 일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선호는 변하고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관주의에 빠질 필요가 없고 빠져서도 안 된다.


전용덕 (대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ydjeon@dae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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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기본 아이디어는 Edward P. Stringham and Jeffry Rogers Hummel, "If a Pure Market Economy Is

So Good, Why Doesn't It Exist? The Importance of Changing Preferences Versus Incentives in Social

Change, The Quarterly Journal of Austrian Economics, 2010, Vol.13, No.2, pp.31-52에서 일부 왔을 뿐 아

니라 역사적 사례도 상당부분 앞의 글에서 참조했음을 밝혀둔다.


1) 갑오경장에서 천민 해방과 인신매매 금지와 같은 노예해방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론할 수 있

다. 영국에서 발생한 선호 또는 이데올로기의 변화가 당시 영국 제도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고자 했던 일본 정

치 엘리트의 선호 또는 이데올로기를 변화시켰고 그런 변화가 조선왕조의 노예제도 폐지라는 사회 변화를

초래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물론 앞의 설명은 필자의 추론으로서 정밀한 증명이 필요하다.

2) Murray N. Rothbard, "Concepts of the Role of Intellectuals in Social Change Toward Laissez Faire",

Journal of Libertarian Studies, Vol.9, No.2, 1990, p.65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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