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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도 법치의 테두리 내에서


최근 몇 년 간 세계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각국은 안정과 성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재정운영정책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다. 주식시장은 호재도 없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부동산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져 회복의 기미도 보이지 않으며 경제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정치권은 선거철에는 표를 의식하여 화려하고 달콤한 복지공약을 디자인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복지는 재정이 없으면 실현불가능하다. 복지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작금의 경제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수많은 복지공약은 공약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설혹 추진되더라도 적자재정이란 후폭풍으로 인하여 정권의 미래는 풍전등화가 될 것이고, 국민의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보편적 상식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복지의 함정에 이끌려 들어간다. 민주화의 열풍을 경험한 우리 사회는 복지화의 열풍에 녹아들고 있다. 사회복지에 수식되는 무상이란 이름 앞에서 대다수의 국민은 무력해진다. 그만큼 삶이 녹녹하지 않다는 것일 수도 있고,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옛말처럼 당장 공짜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경험하듯이 불행하게도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무상에는 대가가 따른다. 복지를 위한 재정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지, 정치인이나 공무원의 지갑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야의 정치인들은 즐겁다. 복지공약은 자신에게 이익만 줄 뿐 책임이란 무겁고 무서운 짐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지는 무서운 것이다. 사회복지는 헌법이 요구하는 바이지만, 강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을 제외하고는 국가의 재정형편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긴축재정을 반대하며 파업하는 유럽을 보면, 불요불급의 복지가 인간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사회도 혼란에 빠뜨리게 만든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경기가 좋을 때 재정확보가 쉽기 때문에 베풀며 선심정책을 펼칠 수 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지고 세수가 부족해지면 복지재정을 감당할 길이 없어진다. 그러면 그동안 무상의 달콤함에 젖어있던 국민들의 분노를 달랠 수 없다. 인간사회에서 무상(無償)이란 이름은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를 깨닫는 순간 그야말로 인생 자체가 무상(無常)해질 수도 있다.


선거 전후로 해서 유난히 반짝이는 복지란 용어는 앞날이 훤하게 보이는 가운데에서 화려한 독버섯처럼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유혹한다. 얼마 전 영유아에 대한 무상복지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재정을 바닥나게 하였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등장했던 무상급식은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분의 교육재정을 잠식하였다. 국민에 대한 사회복지는 국가가 실현을 위하여 계획을 세우고 추진되도록 노력해야 할 헌법상의 책무이다. 그렇지만 이에는 일정한 헌법상의 한계가 있다. 복지재정은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함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 경제적 기본권도 공공복리를 위하여 일정하게 제한을 받는다. 이는 개인인 국민의 사회적 책임에 기인하는 것으로 국가라는 울타리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 한, 납세를 통하여 그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이긴 하나, 조세는 법률주의에 따라 담세능력을 고려하여 부과된다. 조세를 통하여 재정이 확보되고 복지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은 헌법이 왜 사회복지를 국민의 구체적 권리로 보지 않았는지 알게 한다. 법이 없으면 세금을 부과할 수 없듯이, 법이 없으면 복지정책도 추진할 수 없다. 국가재정은 정치인의 쌈짓돈이 아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실현 불가능한 복지를 약속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것은 버려야 한다. 국민의 복지를 그렇게 진정으로 원한다면 기초생활보장법을 현실에 맞게 고치고, 복지가 필요한 곳에 진정한 복지를 펼쳐야 한다.


건강한 자와 환자에게 똑 같은 식사를 제공하면 평등하고 복지를 실현하는 것인가?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인가? 무조건의 평등은 무조건의 차별이다. 개인의 능력과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차별하는 것이 실질적인 평등이고 진정한 복지의 실현이다. 그래서 사회복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제발 복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 복지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인지도 모른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대 교수, thomas@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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