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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 활성화 방안


우리나라의 서민금융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촉발된 저축은행의 위기는 서민금융 전체에 대한 위기로 증폭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명칭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의 핵심은 자금조달과 자산운영에서 서민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몇몇 예금주들의 예금조기인출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예금주들은 상당한 재력가이거나 서민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자산운영에서도 서민들에 대한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 또한 서민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따라서 저축은행 사태를 일부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비리로만 보아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저축은행은 자금조달비용, 프로세싱비용, 리스크관리비용, 일반관리비 등 비용적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있지 않았다. 일부 대부전문업체들이 서민들을 파고들 때, 저축은행은 높은 자금조달비용으로 인해 고위험을 추구하는 자산운용 행태를 보였다. 결국 서민금융이 서민을 외면하고 대부전문업체들만 호황을 누리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서민금융의 메카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민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우리은행이 서울시의 ‘협찬 1호’ 민간 회사가 됐다고 한다. 서울시는 14일 우리은행 자금 100억원을 기반으로 창업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기구를 통해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실직자 등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연 3% 금리로 대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이 협찬한 100억원을 기반으로 소수의 사람들은 3%의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겠지만, 수많은 서민들은 더 높은 대출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도가 높은 서민들은 더 많은 이자를 내고, 금융기관들은 가계대출의 기반 위에 돈을 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공공기관에 협찬하여, 더욱이 원금의 회수가 불확실한 곳에 평균보다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한다. 혜택을 보는 사람도 소수이다. 이러한 서민금융에 대한 접근 방식은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주목을 받고 많은 일을 한 것처럼 알려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금융시스템은 왜곡되고 대출받은 사람은 대출받은 사람대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정치인들만 혜택을 보는 제도인 것이다.


현 서민금융기관의 근본적 문제는 경쟁이 제한된 시장에서의 차별화 현상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을 학술적으로 정의하기는 매우 힘들다. 어떤 금융기관이 서민이란 이유로 금융서비스를 거부하겠는가. 일반적으로 서민금융기관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소규모의 금융기관들을 통칭한다. 은행들은 신용도가 최소한 5등급 이상인 우량 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서민들은 은행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기자본으로만 영업을 하는 대부업체들이 신용도가 7등급에서 10등급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서 이익을 내는 것을 감안한다면 은행들이 알짜만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용도가 7등급에서 10등급인 사람들은 2010년 기준으로 약 700만명 수준이다. 금융회사의 가계부문에 대한 신용대출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나 7등급에서 10등급의 신용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대출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금융시장의 과점화이다. 은행권의 경우 상위 3개사의 자산비중이 은행권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비은행권들의 자산규모는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신용카드, 리스, 할부금융, 신기술금융 등을 다 합쳐도 상위 1개 은행의 자산규모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금융권이 극심하게 과점화되어 있기 때문에 은행권들이 구태여 위험을 더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비은행권의 금융기관은 따라서 나머지 신용등급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비은행권은 이중의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제도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낮은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다. 대출위험에 따라서 이자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대출규모를 조정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이다. 하지만 과점화된 금융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은 은행권이 독차지를 하고, 나머지 시장에서 서민금융기관들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이 고스란히 전가된다. 따라서 서민들은 이중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경쟁이 제한된 시장에서의 차별화 현상인 것이다.


금융시장의 경쟁 제한과 차별화 현상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미소금융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개발도상국에서 미소금융이 성공한 요인은 바로 과점화된 시장에서의 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금융기법을 응용하여 접근하였기 때문이다. 금융의 기본인 모니터링은 밀착형 관리방법으로 보완하고 신용관리는 연대보증의 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이 발전한 곳에서는 연대보증으로 인한 문제, 그리고 현대화 과정에서의 개인주의의 확산 등으로 이러한 금융기법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소금융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소액대출과 대출 다변화를 통한 위험관리이다. 이것도 이미 금융이 발전된 우리나라에서는 신용등급의 체제를 개선함으로써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결국 이러한 보완책이 없이 미소금융적 접근을 확대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지속가능하고 선순환적 서민금융이 자리잡을 수가 없다.


서민금융기관들은 자금조달비용을 낮추고 위험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금융시장을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경쟁적일 경우, 과도한 위험 부담으로 거시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과점화되고 있기 때문에 경쟁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과점화되어 있는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서민금융 활성화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특정 그룹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보다는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서민들이 위험에 상응하는 금리를 부담하면서 더 많이 금융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불리한 서민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위험관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자금조달비용을 낮추고 위험관리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서민금융대출 담보부 ABS(asset backed securities)를 시장에서 발행하도록 하고 공공자금이 후순위채를 매입하거나 신용보강에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ABS 발행 시 철저하게 전문가들이 위험도를 평가하여 할인폭을 결정하여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ABS를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서민금융을 위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도록 해야 한다. 단기적인 활성화 방안과 더불어 정부가 서민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불법적인 자산 운용 행위를 근절하는 감독과제를 책임있게 수행해야 한다. 서민금융기관들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자본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시장에 기반을 둔 서민정책을 실시할 때, 서민금융 시스템이 강화되고 서민금융이 보다 효율적이고 공평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yangj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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