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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금리정책이 필요한 이유


“올려야 할까? 내려야 할까? 아니면 계속 동결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놓고 목하 고민에 빠져있다. 물가상승세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국내 경기는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만 본다면 금리를 몇 차례 더 인상하고 싶지만 경기를 보면 반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판이다. 중앙은행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한국은행은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금리를 1.25%포인트 인상, 기준금리를 3.25%로 높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연속 4%대를 유지했고 특히 8월에는 전년동월대비 5.3%까지 급등했었다. 이후 9월 4.3%에 이어 10월에는 3.9%로 안정되는 모습이기는 해도 당분간 물가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7월부터 유럽 재정위기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4%에 채 못 미치고 내년 성장률은 3% 중후반대로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내년 성장률이 2% 후반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제적이면서도 공격적인 호주와 이스라엘의 금리인하 행보


이런 가운데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일부 신흥시장국과 호주와 이스라엘 등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또한 그간의 금리인상 모드에서 금리인하를 모색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인 11월 1일 금리를 인하한 호주중앙은행의 경우를 한번 들여다보자. 호주중앙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2009년 4월까지 6번에 걸쳐 정책금리를 7.25%에서 3.0%까지 대폭 낮췄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회복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2009년 10월부터는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불과 6개월 만에 인하에서 인상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었다. 주요국 중에서는 이스라엘중앙은행(2009년 9월) 다음으로 빠른 행보였다. 이후 2010년 11월까지 7번의 인상을 통해 정책금리를 4.75%까지 끌어올렸다. 작년 12월부터는 금리를 동결해오다 이번에 1년 만에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주요 언론들은 호주중앙은행의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있는 가운데 유럽 발 재정위기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의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호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말 전년동월대비 3.6%에서 9월 말에는 3.5%로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호주의 성장률은 2009년 1.4%에서 작년에는 2.7%로 높아졌지만 올해는 1.8% 또는 그 아래로 둔화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경우 2%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호주는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34개국 중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마이너스 성장을 피해간 3개국이다. 2009년 성장률에서 호주가 1.4%로 가장 높았고 이스라엘이 0.8%, 우리나라가 0.3%로 그 뒤를 이었다.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돈을 푸는 금융정책뿐 아니라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는 재정정책까지 동시에 시행된 데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 다를 것이므로 금융정책 덕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대다수 국가의 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1%대의 성장률로 방어하는데 선제적이면서도 공격적인 금융정책이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선제적 금리정책,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해야 할 때


이 대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행보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자. 사실 한국은행은 그간 선제적인 금리인상 또는 인하가 아니라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필자는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FRB가 2007년 9월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보고 그 해 연말부터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008년 8월 거꾸로 금리를 올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대를 돌파하는 등 국제원자재가격의 급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유가급등과 같은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상승의 경우 금리인상이 물가억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불과 두 달 후인 2008년 10월부터는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두 달 전에 금리를 올리지 않고 진작부터 내리기 시작했더라면 2009년 성장률이 0.3%가 아니라 1.3%(?)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후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 2009년 후반부터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0년 7월이었다. 이스라엘과 호주와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이 다르기는 해도 9~10개월이나 늦은 시작이었다.


이제 다시 상황이 변하면서 한국은행이 아직도 금리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2011년 9월 금리인하)과 호주가 다시 방향을 바꿔 금리인하 모드로 진입했다. 한국은행은 이스라엘과 호주의 금리인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섣부른 인하로 볼 것인가 아니면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볼 것인가? 물론 친구 따라 무턱대고 강남 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과거의 경험상 좋은 친구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더욱이 최근 처하고 있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이 엇비슷하다면 더더욱 그렇지 않을까?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다고 하면 호주와 엇비슷한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은행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을 포기했다거나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는 등의 비판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한국은행에게 묻고 싶다. “이번에야말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때가 아닐까?”


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원 산업경영실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koera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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