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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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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정책, 1.5년의 실험


‘사람중심 사회’를 만들겠다며 출범한 현 정부의 정책결과는 참담하다. 실업자 수는 9개월 연속 100만 명을 넘어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간을 기록했고, 취업자 수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최초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설비투자가 9개월 연속 감소하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 감소하고 있다. 분배시스템에는 오작동이 발생하고 있다. 3분기 연속 최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감소하고, 상위 20%의 소득은 증가하여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소득격차가 최대로 벌어졌다. 고용대란과 분배참사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분배를 강조한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말하는 ‘사람중심 사회’에 나도 그 사람에 포함되는지를 묻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잘못된 진단, 검증되지 않는 이단적 정책, ‘이념논쟁’과 ‘프레임논쟁’에 매몰된 오기의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현 정부는 소득양극화와 저성장의 원인을 자본과 노동의 소득불평등에서 찾고 있다. 자본가는 부자고 노동자는 가난하다는 낡은 이분법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발전하고 산업이 고도로 다각화되면서 개인 또는 가구소득은 근로소득, 임대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창출되고 있다. 한 국가의 생산수준도 노동, 자본, 기술, 제도, 기업가정신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조합된 결과물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우리 사회를 노동과 자본의 갈등과 착취 구조로 규정하고 자본에서 노동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수출주도에서 내수중심으로, 투자에서 소비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성취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정책을 들고 나왔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비현실적 가정에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를 섞어 만든 경제학의 이단아이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정책변수와 내생변수를 혼동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과 임금이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임대료, 카드수수료, 이익공유 등 정부의 손이 안 닫는 데가 없다. ‘아이스크림 판매와 익사사고’가 상관관계가 높다고 익사사고를 막기 위해 아이스크림 판매를 규제하는 어리석음을 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생태계는 선진국과 달리 중소, 영세 사업체에 편중되어 있고 최저임금 근로자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 가구 특성별로 보면 최저임금 대상자의 30%가 가계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고, 나머지 70%는 중상위 계층의 2, 3차 근로자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취업을 포기했던 중상위 가구의 2, 3차 근로자가 노동시장으로 나오면서 가계를 책임져야 할 단순 근로자들을 밀어내고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높은 경직성으로 이직률이 낮고 실업기간이 길다보니 한번 해고되면 다른 직장을 얻을 기회마저 적다. 구조적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이 빈곤의 덫에 갇힐 위험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이 적고 수당이 많은 체계로 이루어져 있어 연봉이 5000만원이 넘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대상자에 포함되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이들의 임금이 인상되면 차상위에 있던 근로자의 임금도 인상되어 임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단순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된 고소득층의 소득은 증가하는 최저임금의 역설이 발생하게 된다. 최악의 소득격차가 이래서 발생하는 것이다. 더욱이 고용조정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임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하게 된다. 결국 저임금 근로자뿐만 아니라 고임금 근로자의 고용도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인 근로시간 단축도 최저임금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나누어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이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고 자본 가동률이 늘어나지 않는 다면 고용은 감소하고, 소득재분배는 악화되고 소득격차는 확대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고가 어렵고 임금체계가 호봉제로 되어 있어 고용에 따른 고정비용이 매우 높다. 더욱이 줄어든 급여를 보존해야한다는 노조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은 큰 폭의 인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기업은 제품가격을 올려 추가 노동비용과 줄어든 수입을 보존하려고 하겠지만 가격의 수요 탄력성을 고려하면 판매수입은 감소하게 된다. 결국 임금상승률이 가격상승률보다 높아 생산이 줄고 고용이 감소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의 결과가 참담하게 나타나고 있는데도 이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오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과 부총리는 속도조절과 정책보완을 언급하지만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최저임금 속도조절 언급이 있자마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지속 가능한 형태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홍장표 전수석은 소득주도성장 2.0을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은 사라지고 이들의 뜻대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최저임금은 더욱 강화되었다. 김동연 전부총리가 말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가 도를 넘고 있는 듯하다.


현 정부의 진단과 달리 인구 5천만 이상의 국가 중에서 우리보다 소득분배가 잘된 나라는 독일뿐이다. 세계은행과 IMF는 포용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룬 모범사례로 한국을 꼽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런 나라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결과는 참담하다. 고용대란과 ‘빈익빈 부익부’라는 과거 어느 정부에도 없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현 정부가 말하는‘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이런 거란 말인가. 국민을 상대로 한 위험한 실험은 여기서 중단해야 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glch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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