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보인 한국 수출액은 지난해 총 5424억 1300만 달러로 전년도 대비 10.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연간 수출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의 –13.9%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격화,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및 반도체 경기 침체, 국제 유가 하락 등 대외 교역 환경이 크게 악화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수출로 먹고 사는 국가에게 두 자릿수 수출 감소는 더욱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행히 무역수지는 11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였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무역수지는 391억 9000만 달러로 전년도의 696억 5700만 달러에 비해 43.7%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주지하다시피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등으로 계속된 국제 교역의 불확실성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수출 성적을 대외 교역 환경 악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고 안위하기에는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도 크며, 오늘날 기업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기업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역량 중 하나이듯 대외 교역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능력 또한 결국 국가 전체의 수출 경쟁력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결정짓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지만 지난 한해는 무엇보다 취약점으로서 수출 시장 및 품목의 편향구조가 다시금 부각되는 한해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 이상(2018년, 26.8%)으로 대중국 수출비중이 절대적인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작년 한국의 전체 수출 감소폭에서 대중 수출 감소의 기여도가 절반가량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연평균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중국이었지만 경제 성장률이 갈수록 둔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과 내수 침체 여파 등으로 올해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6%도 붕괴되어 사상 처음 5%대 성장이 예견되면서 그간 중국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던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이 갈수록 절박한 상황이다. 주력 수출 품목의 편향구조 또한 다시금 부각되었는데 특히 한국 수출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25.9%나 감소하면서 지난해 총수출 감소를 견인하였다.
올해 1분기 안에 마이너스 수출 행진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대폭 확대된 무역금융 및 해외 마케팅 예산 집행을 상반기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조치들은 물론 침체된 한국 수출 경기에 어느 정도 활력을 다시금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나 수출 시장과 품목의 편향 등 한국 수출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이상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추진해 온 신남방정책의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기 시작하였고, 러시아와의 FTA 등 신북방정책 추진이 가속화되면서 일정 부분 수출 시장 다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지난해 반도체 핵심소재 등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시작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및 대외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단기적인 외적 성장을 지향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수출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 노력 등 내실을 다져 수출강국 코리아를 향해 한 단계 더욱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정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jung@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