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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전력산업의 민영화에 박차를 가해야


10년 전 전력산업 민영화의 일환으로 한국전력에서 분리되었던 6개의 발전 자회사들이 다시 한전에 통합될 모양이다. 2000년 국회를 통과한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은 당시 노조의 극렬한 반대와 전국적인 단전(斷電)의 위협 속에서도 김대중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비장의 수단으로 추진했던 개혁정책의 결과물이었다. 정부의 강력한 민영화 의지가 담긴 이 법안에 따라 한국전력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남부, 남동, 서부, 동서, 중부 발전 등 6개의 독립 발전회사로 분리되었다. 또한 전력수요에 맞춰 각 발전회사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전력거래소가 설립되었고 전력관련 정책을 관장하는 전기위원회도 출범하였다.


당시 DJ 정부는 진보적인 정치철학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여 필요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다. 또한 근로자에게는 한전에서 분리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위로금까지 지급하였으며 발전부문에 이은 송배전의 분리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2003년 남동발전의 민영화가 중단된 이후 지금까지도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표류하고 있다. 발전자회사는 6개의 독립법인으로 분리되었지만, 실제로는 모기업 하나가 6개의 공장을 가진 형태로 운영되어 왔고, 전력거래소와 전기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10여년이 흘러간 셈이다. DJ 정부에서는 구조개편의 기본방향에 따라 발전자회사의 분리까지는 이루어졌지만 노무현 정부에서는 민영화의 “민”자도 거론되지 못했다.


그 후 시장 친화적인 개혁을 기치로 출범한 MB 정부에서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논의는커녕 민영화에 대한 기본정책조차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아직도 민영화 정책에 묵묵부답(默默不答)인데 한전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발전자회사 재통합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용역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미 한전은 연료비의 절감을 위해 발전자회사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어서 이번 용역결과는 어쩌면 한전 손들어주기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료의 통합구매에 대한 비용절감은 비교적 간단하게 계측할 수 있지만, 민영화에 따른 손익 분석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서 용역결과를 토대로 재통합과 민영화의 비교 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보면 당연히 재통합의 비용절감 효과가 집중적으로 조명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전자회사들이 재통합된다면 전력산업의 구조개편과 민영화는 글자 그대로 몇 십 년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겨우 마련된 민영화의 틀이 이렇게 와해된다면 너무나 어이없고 답답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시장개혁을 국정철학으로 삼고 있는 MB 정부에서 민영화의 큰 틀은 차치하고 대량구매에 따른 연료비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정책을 전환한다면 얼마나 구차한 변명이 되겠는가?


민영화는 물론 여러 가지 장단점을 갖고 있다. 누구도 자신있게 전력산업을 모두 민영화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공룡 공기업으로 유지하는 게 최고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 이론은 경쟁이 가능한 산업은 민영화가 더 효율적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다만 민영화의 방식과 운용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발전 자회사 중 1-2개를 점진적으로 민영화하여 성과와 효율성을 점검하며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전력이 공공부문에서 생산되는 시스템에서는 전력회사의 경쟁력을 평가할 비교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효율적인 경영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도 취약하며, 가격책정의 원칙도 막연하기만 하다. 따라서 기존의 발전 자회사와 비교되고 경쟁할 수 있는 민간 발전회사가 최소한 1개 이상은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교경쟁(yardstick competition)이 가능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민영화가 전력요금을 올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공공부문에서 적자를 내며 원가미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엄청난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행 체제에서는 낮은 요금으로 공기업인 한전이 적자를 내면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보상해 줄 수밖에 없다. 원가가 올라가도 “공공요금”이라는 이유로 반영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결과 전력 사용자는 값싸게 사용하고 한전의 적자는 엉뚱한 사람이 보상해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가격이 비용보다 저렴하여 전력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단위(GDP 단위당 에너지 사용량)가 매우 높은 이유도 이런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경제에서는 원가가 오르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이것은 전력부문에서도 예외일 수가 없다. 오히려 공기업이 모든 전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국적인 현상이다.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책이 바로 전력산업의 민영화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최소한 1개 전력회사만이라도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민영화는 발전회사의 재통합에 따른 연료비 절약과는 비교될 수 없는 국민경제의 차원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정갑영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jeongk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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