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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이행 불가피하다


내년이면 쌀 관세화 유예 연장이 끝난다.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 부속서상의 10년 유예와 한 번의 추가 연장으로 총 20년에 걸친 관세화 유예가 끝난다. 내년에 우리나라는 총 43만 톤의 쌀을 최소시장접근(MMA) 형태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고, 관세화를 미룰 경우 통상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 43만 톤의 물량은 현재 우리나라 쌀 소비량의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부 농업경제학자들은 금년 중에라도 서둘러 관세화를 선언하고 의무물량을 4만 톤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배치되는 주장도 있다. 농업협정 부속서가 2014년 이후 관세화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기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일부 농업단체의 해석일 뿐 국제적으로 수용될 수 없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참여한 국가들은 농산물을 포함한 전 품목에 대한 시장개방과 관세화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즉, 다자무역체제는 관세 수준만을 유일한 무역장벽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정치경제적 부담이 컸던 3개 국가(한국, 일본, 필리핀)와 2002년 WTO에 가입한 대만은 관세화를 일정 기간 유예하는 대가로 정해진 물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관세화의 원칙을 강조했던 국제사회는 관세화 유예가 무한정 연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예기간과 의무수입물량 수준을 비례적으로 연계시켰고, 한번 정해진 의무수입물량은 관세화를 실시하더라도 항구적인 의무사항으로 설정했다. 2004년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면서도 추가연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것도 관세화 원칙에 대한 예외는 일시적인 기간에 한정해야 한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이다. 농업협정 부속서에 명시적인 구절이 없는 것은 맞지만, 더 이상 관세화 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는 일부의 주장은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의무수입량을 방치하기 보단 합리적인 결정을 단행한 일본과 대만


일본의 통상정책적 낙후성에 대한 지적이 많으나 쌀 관세화만큼은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사안이다. 관세화 유예 5년차였던 1999년 일본은 매년 늘어나는 의무수입 물량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농업계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심각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관세화를 단행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농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막강하고, 의회 내에서도 농수산족이라는 농업보호를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포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농업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관세화 유예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때, 일본 정부는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대만 역시 국익 차원의 합리적인 결정을 단행했다 WTO 가입 이듬해인 2003년 의무수입 부담이 더 늘기 전에 관세화를 실시하는 것이 국익과 부합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농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관세화 추진을 결정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일본과 대만의 쌀 관세화 전환 이후 농업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관세화 직후 쌀 생산량이 줄어든 점을 강조하는 것인데, 몇 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관세상당치(TE)를 인정받아 관세화를 실시했지만, 관세화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이유로 관세화 직후 쌀 생산규모가 조정되었고 수입량이 증가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초 예상 수준으로 생산량이 수렴되고 안정된 농업기반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쌀 관세화로 대만의 쌀 산업이 붕괴한 것으로 보도한 경우도 있다. 관세화 실시 이전 대만의 쌀 재배면적은 272헥타였고 관세화 직후 237헥타로 크게 줄어들었으나 이후 조정기를 거쳐 2011년 쌀 재배면적은 254헥타로 증가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관세화 이후 향미 등이 소량으로 수입될 뿐, 관세화가 쌀 수입을 초래했다는 볼 수는 없다.


향후 관세화의 방향성


향후 쌀 관세화의 관건은 관세상당치 설정이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공식은 명확하나 1986-88년 쌀 수입 단가와 국내 쌀 값 자료가 정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관세상당치 계산 시 우리나라와 이해관계 국가 간 입장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나라에게 유리한 통계는 쌀 수출국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의 경우와 같이, 의무면제(waiver)를 통한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 추진이 가능하나, 적지 않은 추가 의무수입 물량 부담과 여러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의무면제를 위해서는 ‘예외적 상황’(exceptional circumstances)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된다. 선?개도국간 특혜협정, 최빈개도국 관세양허 협상 등에서 예외적 인정이 된 경우도 있으나, WTO 설립협정은 ‘예외적 상황’의 구체적인 내용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쌀 관세화 유예가 이에 해당되는가의 여부는 결국 회원국의 승인(컨센서스 또는 3/4 이상 동의)에 달려 있다.


금년 중 쌀 관세화를 선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관세화를 결정하더라도 국내 절차와 WTO 차원의 처리에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상의 이견으로 쌀 수출국가와의 양자 간 협상 타결에 소요될 시간을 예상하기 어렵다.


내년에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고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금년에 정부 차원의 관세화 입장을 정해야 한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농민의 70% 이상이 쌀 관세화 불가피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농림식품부와 기획재정부 등을 중심으로 쌀 관세화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서둘러 쌀 농가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쌀 관세화에 대한 토론회?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inkyo@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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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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