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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연대협약’을 배우자


노사정위원회가 금년 말까지 마무리되어야 할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임금 지급 금지’ 문제를 놓고 지난 25일 열린 6자 대표자회의에서도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끝났다. 참여 주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합의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노동계는 파업까지 불사하고 있어 나라 경제를 생각하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의 배경


그래서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의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을 배우자고 제안한다. 아일랜드는 면적이 한반도의 약 3분의 1, 인구가 남한의 9% 정도인 작은 나라다.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900여 년 동안이나 받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유럽의 병자’로 불린 나라였다. 1845~1851년 7년 동안의 감자 흉작으로 100만 명 이상이 굶어죽고, 100만 명 이상이 이민을 떠난 쓰라린 역사를 가진 나라다. 또 1, 2차 유가파동 후 실업률이 17.5%에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극심한 노사분규와 각종 규제 등으로 가망이 없는 나라였다. 여기에다 아일랜드는 실효성 없는 경기부양책으로 정부 규모가 한때 GDP 대비 55.8%까지 팽창했고, 정부 부채가 1979년에는 GDP 대비 125%까지 증가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 구조개혁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1987년 정권을 잡은 찰스 호이 수상은 이웃나라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가 1979년 정권을 잡고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여 성공했던 점을 교훈으로 삼아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을 지켜보던 제1야당인 아일랜드 민족당의 앨런 덕스(Allen Ducks) 당수와 아일랜드 최대 노조인 전국노조연합(ICTU)이 공동으로 정부에 제안하여 ‘국가재건을 위한 프로그램’(Programme for National Recovery)이라는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이 1987년 10월에 체결되었다. 사회연대협약은 소위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의 협약이다.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는 정부, 주요 사용자그룹, 노조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구성된 모임이다. 사회연대협약은 경제ㆍ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1987년부터 3년마다 한 번씩 체결되어 왔는데, 지금까지 모두 7차에 이른다. 1∼3차 협약은 경제안정과 위기극복, 4∼7차 협약은 사회통합과 분배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7차 협약은 종전과는 달리 10년 동안의 협약(2006∼2015)인데, ‘2016년을 향해서(Towards 2016)’라는 이름으로 2006년 6월에 체결되었다.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 내용은 국가 재건, 경제ㆍ사회 발전, 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공정성 확립, 성장 지속, 복지 개선(<표>에는 없지만 7차 계획의 주요 내용임) 등이다. 사회연대협약 체결 후 아일랜드 노동시장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자. 첫째, 사회연대협약 체결 이전 임금상승률은 20%를 넘었으나 협약에 따라 2.5% 이내에서 억제한 결과 실제 임금상승률은 3~5%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둘째,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1974년과 1984년에 각각 250건과 200건에 달했으나 1988년 이후에는 연평균 50건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셋째, 기업의 80%에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고, 고용 유연성이 선진국 가운데 매우 높다. 넷째,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다음으로 5위다. 다섯째, 실업률이 1992년 15%가 넘었지만 2007년에는 4%대로 떨어졌다.


<표>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의 내용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가 20년 넘게 체결해 온 사회연대협약은 아일랜드 경제발전에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사회연대협약으로 아일랜드는 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장 유연성이 다섯 번째로 높아졌고 규제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약한 나라가 되었다. 이에 힘입어 1990∼2006년간 해외직접투자 유입액도 2,117억 달러나 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은 641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또 아일랜드는 엄청난 해외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1995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7.5%에 이른다. 이 뿐인가. 고성장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은 1990년에 1만 달러, 1998년에 2만 달러, 2003년에 3만 달러, 2005년에 4만 달러, 2007년에 5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 같은 예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노사정위원회의 현실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에도 노사정위원회가 있다. 김대중 정부는 한국경제가 1997년 12월 3일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마자 구제금융을 빌려준 IMF의 요청에 따라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으로서 노사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전의 김영삼 정부가 도입한 ‘노사개혁위원회’를 두고 ‘노사정위원회’를 도입하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이라며 입을 모아 반대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적 합의’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끝내 이를 도입했다.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2월 60개 항의 ‘국민적 합의’사항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법과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하는 등 기여한 바도 있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는 그 후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노사정위원회는 노정(勞政)위원회 또는 사정(使政)위원회로 전락하여 정치싸움만 일삼아 왔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관은 국회인데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명분을 내세워 헌법에 어긋나는 노사정위원회를 도입한 것은 김대중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평가된다.


아일랜드 노사정위원회는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는데 한국 노사정위원회는 왜 정치 싸움만 일삼아 오고 있는가? 이는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식 노사정위원회가 20년 넘게 체결해 온 사회연대협약의 기여를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문제에만 매달려 노ㆍ사ㆍ정이 언제까지 싸움판을 벌일 것인가? 국민은 피곤할 뿐이다.


박동운 (단국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dupar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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