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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은 악이고, 비영리법인은 선인가?


영리법인은 비영리법인에 비해 대규모 자금동원이 용이하고 의사결정권자(잔여지급 청구권자)가 분명하여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조직구성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도 훨씬 쉽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학교나 병원의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2010년 6월 OECD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방안의 하나로 투자개방형 병원의 설립 허용을 권고하자 일부 단체는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비영리법인 설립만 허용되는 영역은 공공성이 강조되고 취약한 부문이 많다. 하지만 이들 영역은 자원의 방만한 사용이나 구성원의 비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의 질도 영리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이들 영역에서 영리법인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통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아마도 비영리가 주는 좋은 이미지 때문에 비영리법인이 도덕적이고 소비자 이익을 위해 일을 더 잘 할 것이란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영리법인의 경우 주인은 있지만 소비자를 왕(consumer sovereignty)으로 섬긴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이를 생산하는 영리기업이나 기관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은 잔여청구권(Residual Claims) 부재로 사실상 주인이 없는 형태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주로 이루어지기 쉽다. 이런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고객의 요구에 우선하는 경우가 영리법인에 비해 더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비영리법인에서 길게 줄을 서 있는 고객의 모습이 일반 기업에서 보다 더 자주 눈에 띄는 것은 비영리법인에서는 고객에게 잘 해주어야 할 인센티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폴 헤인(Paul Heyne)은 그의 저서 『경제학적 사고방식(The way of Economic Thinking)』에서 비영리법인은 잔여지급 청구권이 없기 때문에 서투른 행동을 자주 한다고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에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회계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예산을 완전히 소진하지 못한 부서의 장들은 직원들에게 예산을 소진하라고 채근한다. 예산을 소진하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여비계정에 예산이 남아 있으면 더 많은 직원을 해외여행 보낼 기회를 잃게 된다. 그 돈을 회수하여 다른 부서에서 필요한 물품 등을 구매한다 하더라도 돈을 회수당하는 부서 입장에서는 해외여행의 가치가 비록 적다하더라도 다른 부서가 구매한 물품의 사용가치보다는 여전히 크다고 생각한다. 즉 돈을 회수당하는 부서는 다른 부서의 후생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학교나 병원 등 비영리기관은 잔여청구권자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변화시킬 유인을 갖는 사람들과 그들을 변화시킬 권한을 갖는 사람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래서 비영리기관은 영리기관에 비해 태생적으로 자원의 낭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1)


투명성 측면에서도 영리법인이 우월하다. 비영리법인은 이익을 내지 않기 위해 인위적인 예산소진 행위를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또한 영리법인은 대규모 자본조달과 위험분산이 용이하므로 비영리법인이 투자를 꺼리는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 영리법인 설립 허용에 따른 부작용이 만에 하나 발생한다 하더라도 해외투자나 특정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에 국한한다면 영리법인 설립에 따른 장점은 살리면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비영리법인은 영리법인에 비해 시간과 자원을 관대하게 관리하고 고객을 다소 소홀히 대하여 수입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국가나 공공기관 또는 기부자들의 지원을 받아 연명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래서 비영리법인은 영리법인보다 더 치열하게 고객에게 충성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영리법인 투자가들은 사업을 하다 돈을 벌기도 하지만 손해를 볼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나 병원 사업에 투자해서 큰돈을 번 사업가는 해외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학교나 병원사업도 일반 제조업처럼 미래 불확실성이 커서 이들 영역에서 기업가로서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리법인에 투자하는 기업가들은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모험 투자를 통해 자기책임 하에 이익을 얻을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다. 국내에서 교육이나 의료사업에 영리법인 설립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규모 자본이 들어와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소비자에게는 부담만 줄 것이라는 말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만일 그러한 확실한 투자기회가 있다면 이미 기존 비영리법인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확실한 이익기회가 있는 영역에는 불확실성에서 큰 이익기회를 찾는 기업가들에는 매력이 없는 투자대상이다. 그런 영역에는 큰 이익 기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영리법인 허용 반대론자들은 OECD의 영리 의료법인 설립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일축하고, 이의 근거로 영리의료법인 체계의 대표주자인 미국의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한 서비스 랭킹 10위 안에 드는 병원 가운데 7개가 비영리 의료법인임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반박 논리는 영리법인 허용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영리법인 설립 허용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뿐이다. 영리법인이든 비영리법인이든 어떠한 영역에 진입이 그만큼 자유로워지면 해당 산업은 경쟁이 촉진되어 전반적인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 기존에 대다수 병원들이 비영리법인 형태로 존재해 온 상태에서 10개 중 3개가 우수 영리법인이라면 그 나름대로 평가받을 만한 것이다. 비영리법인에 적합한 의료분야에서의 영리병원 성공사례는 정부의 세금이나 기부자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스스로 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영리법인과 비영리법인은 어떠한 형태로든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익의 분배형태가 주주의 이익배당이냐, 아니면 구성원의 몫이냐의 차이로 인식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비영리법인이든 영리법인이든 구분의 실익이 별로 없다.2) 오히려 서비스 중에는 소비자가 제값을 내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영역(예: 의료관광)이 있다. 이들 영역에서 비영리법인들이 행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영리법인들이 투자하여 제공해 준다면 현재 비영리법인에게 국내에서 적용되는 모든 의무사항을 영리법인들이 수용한다 하더라도 교육이나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은 물론 많은 새로운 국내외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사실상의 실업자가 400만 명에 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교육이나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투자가 늘어나고 수출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 영역에서 영리법인 설립 허용은 개방과 경쟁의 촉진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수출산업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외국인 학교를 경제자유구역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 불허와 과실송금 금지로 인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외국인 학교를 국내에 유치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해외에 자녀들을 유학 보내지 않고 국내에서 해외 현지교육을 시킬 수 있어 유학비용을 아낄 수 있고, 기러기 아빠들의 양산을 막을 수 있다. 또 외국인 투자유치에 앞서 외국인 학교 설치를 허용하는 것은 해외 투자유치에도 유리하다. 그러나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학교나 병원들은 별로 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다행히 최근 국내에 진출했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국제학교들은 자국의 본교 유학생 유치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세계적 네트워크 확충을 통한 글로벌 취업기회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등 궁극적으로 그들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국내에 진출하는 것이다.3) 처음부터 외국인들에게 영리법인 설립을 허용하였더라면 이들 학교들은 투명성 제고는 물론 신속한 학교 설립이 가능했을 것이다.4) 국내 서비스 영역의 해외수출에 있어서도 영리법인 형태로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해외투자에 따른 위험 분산은 물론 법인의 투명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서비스영역에 대한 영리법인 허용문제는 투자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리든 비영리든 경제주체의 선택 폭이 확대될 때 궁극적으로 개방과 경쟁이 촉진되고 투명성 제고와 서비스의 질 향상은 물론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경제교육실장, lbw@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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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aul Heyne, “The Economic Way of Thinking,” pp.290-291 인용

2) 오랫동안 비영리법인의 비리관련 사건 등에 간여해 온 법조인들은 비영리 법인의 경우 투자자들이 이익을 배

당받지 못하지만 구성원들이 더 많은 월급을 받게 하거나 투자한 사람들의 관계인들이 임직원 등으로 더 많

이 근무하거나 유무형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영리법인의 주주와 유사한 투자이익을 취하거나 그렇지 않다 하

더라도 명성이나 이미지 효과 등의 형태로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즉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법인 허용문제는 투자하는 사람들이 영리든, 비영리든 그들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최근 국제학교 설립이 여러 곳에 추진되었거나 추진 중이다. 광양의 네덜란드 물류전문대학원(2008년 개교)

에 이어 부산의 독일 FAU대학원(2010년 개교)이 설립된 데 이어 2010년에는 대구 국제학교(Lee Academy,

K1-K12)가 개교하고, 인천 및 제주도의 국제학교 개교 및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4)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ㆍ운영에 관한 특별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외국

교육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자는 외국학교법인에 한하며, 외국학교법인은 외국에서 외국법령에 의하여 유아

ㆍ초등ㆍ중등ㆍ고등교육기관을 설립ㆍ운영하고 있는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

는 법인을 말한다.

* 이 글은 한국경제 2010년 7월 7일 필자의 시론 “영리법인 ‘비영리’보다 장점 많아”를 토대로 의료 및 교육현장

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례 등을 반영하여 작성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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