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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의료법인 도입은 빠를수록 좋다


최근 영리의료법인(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과 교육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건강과 교육에서만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교육과 건강은 행복의 필수요건이기 때문에 교육과 의료에서 불평등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의료와 교육은 공공재이며, 공공재가 영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교육이 공공재가 아니듯이 의료도 공공재가 아니다. 교육과 의료는 공공재라기보다는 일반상품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교육에서와 같이 의료에서도 중요한 것은 ‘평등’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 좋은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선호한다. 최근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대한 반대가 42.9%, 찬성이 24.2%로 찬성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은 결과로 나왔다.1)

사람들의 생각이 이러하니 정치가들이 ‘더 좋은 품질의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동등한 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선호하는 대중들에 영합한다. 교육과 의료 부분에서 포퓰리즘적 정책이 난무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영리의료법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대선 기간 동안 보건의료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보건의료산업 육성을 위해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약속에 따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정책을 주요 정책과제에 포함시켜 꾸준히 추진해 왔다.

하지만 서민친화적인 중도실용을 표방하고 있는 지금 이 대통령은 영리의료법인에 대해 모호한 태도로 돌아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월 1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서민들 사이에 혹시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나 오해가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일자리 창출과 의료산업화에 필요한 제도”라는 관점에서 영리병원 도입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해 온 윤증현 재정기획부장관의 편이 아니라 “부작용만 많을 뿐”이라며 반대해 온 전재희 복지부장관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해석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영리의료법인을 ‘서민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관점이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국가정책은 ‘서민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효과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의료 비즈니스가 시도될 것이고 둘째, 음성적 자본조달을 막아 시장의 투명성이 확대되고 규칙이 확립될 것이며 셋째, 의료서비스 공급이 증가함으로써 가격이 하락하고, 필수의료 부분에서 진료비가 감소할 것이며 넷째, 의료산업이 고위험ㆍ고수익 영역으로 탈바꿈하여 자본조달이 쉬워지고, 그에 따라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됨으로써 의료산업이 빠르게 발전한다는 것이다. 의료서비스 가격이 1% 떨어지면 국민의료비는 2,560억 원 감소한다는 결과도 나왔다.2)

K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영리의료법인의 설립은 현재 경쟁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의료시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임이 분명하다. 의료부문에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하면 자유로운 경영과 경쟁이 최대한 허용되기 때문에 의료의 품질은 좋아지고 소비자의 선택은 확대된다. 현행과 같은 의료제도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경제적 능력이나 욕구에 맞추어 자신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의료는 사회주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의료기관들도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설사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제도라는 규제의 벽에 부딪쳐 좌초하고 만다.

물론 영리의료법인의 도입으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리의료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은 국민의료비 상승, 의사들이 일시적으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으로 유출되어 중소 병원이 폐쇄될 수 있다는 점을 부정적인 결과로 제시하고 있다.3) 그러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영리의료법인의 도입이 생산유발과 고용창출에 있어서의 긍정적인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료비가 상승할 것인가는 시행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경험적인 문제이지만 이것도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겠다는 희망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은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비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의 고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예상되는 문제점들과는 별개로 영리병원의 도입은 불가피하다. 이미 경제자유구역엔 외국 영리병원들의 진출을 터놓은 상태이다. 선진국 대부분은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가 없다. 경쟁 상대국과 달리 국내에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외국 병원과 국내 병원이 불공정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언젠가 허용할 수밖에 없는 영리병원 도입이라면 하루빨리 도입하여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떠나 이제 우리도 의료서비스를 개선하여 자신의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희망을 정부는 ‘서민을 위해서’라든가, 영리병원은 ‘부자를 위한 병원’이라는 잘못된 명분으로 꺾어서는 안 된다.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의료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것은 아니다. 이제 자유롭게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joongsop@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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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2월 15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한 결

과이다.

2) 한국개발연구원ㆍ한국보건산업진흥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2009.12

3) 한국개발연구원ㆍ한국보건산업진흥원,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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