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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와 정론


토마스 소웰은 그의 명저 『경제적 진실과 오류(Economic Facts and Fallacies)』에서 왜 잘못된 믿음이 흔히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정책으로 채택되는지를 설파하고 있다. 오류는 단순히 어리석은 생각이 아니다. 일부 요소가 누락되었을 뿐 대체로 논리적이고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 오류가 오래 지속되며, 심지어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은 정확히 정의되지 않는 감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공정, 균형, 정의, 평등과 같은 단어들은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그런 모호함을 남겨 놓는 것이 정치적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데는 오히려 편리하다. 누가 공정한 사회, 균형발전된 국토, 정의로운 분배, 평등한 기회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북한 주민들이 지난 60여 년간 혁명을 외치며 살아왔지만 아직도 혁명이 언제 완성될지 기약 없는 것은 그 목표가 정의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남한에서도 정의되지 않은 채 끝없이 정책목표로 내세워지는 개념들이 많다. 부동산과 관련되어서는 ‘투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투기를 했느니 안했느니 옥신각신하고, 투기를 막으려는 정책들이 수없이 많지만 정책적으로 억제해야 할 투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된 바 없다. 정의되지 않는 정책목표는 달성될 수 없으므로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도 투기억제 정책들이 지속되는 것이다.


‘지역균형’은 영원히 성공할 수 없는 정책목표


지역발전과 관련해서는 ‘균형’이 무엇인지 정의되지 않은 채 영구적인 정책목표로 남아 있다. 오랫동안 공장, 특히 대기업 공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균형이라고 생각했었다.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균형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수도권 제조업은 영세한 저부가가치 공장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1인당 지역 총생산도 중위권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국가 중추관리기능의 분산을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나 혁신도시들을 건설하여 정부 부처, 공기업,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사업이 완성되면 균형론자들은 대기업 본사나 벤처기업, 서비스 업체들에 눈독을 들일 게 뻔하다.


‘균형’을 정의하지 않고 지역균형 정책을 추진하므로 지역균형은 영원히 성공할 수 없는 정책목표이다. 지역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이 상태가 이로울 수도 있다. 중앙정부에 떼를 써서 예산과 사업을 따내는 데는 지역균형발전만큼 좋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들도 끝이 없는 업무를 맡고 있으므로 자리가 없어질 염려가 없다.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지방공항들이나 기타 수없이 많은 예산낭비의 사례들이 대부분 ‘균형’과 같이 편리하지만 잘못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추진되었다.


대중에게 감정적인 어필을 하며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잘못된 믿음은 거스르기 어려운 힘을 가질 수 있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인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공무원들, 여론을 대변해야 하는 언론인들 모두 잘못된 믿음의 실체를 안다고 해도 이를 올바르게 지적할 수 없는 입장이다. 어느 누가 “부동산 투기는 없다”거나 “지역균형은 픽션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 모두 대중의 정서에 영합할 수밖에 없고, 이는 대중의 잘못된 믿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는 감성이 이성을 압도하는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에 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


대중의 잘못된 믿음 바로잡아 국가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이런 악순환을 깨고 국가자원의 물질적, 정신적 낭비를 막아 국가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인들이 국가발전의 비전을 가슴에 품고 국민들을 설득해 가면서 잘못된 믿음을 교정해 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의 정치인들은 지역민들의 표를 구걸하기 위해 잘못된 믿음에 영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결국 논리적인 사고와 실증자료에 입각한 판단을 하도록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학자들의 역할이 크다.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연구자들이 더불어 노력하여 조금씩이라도 대중의 잘못된 믿음이 걷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손재영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jyso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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