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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국가 감축목표의 불편한 진실


지난 11월 17일,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확정되었다. 정부가 채택한 최종안은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1) 이는 검토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높은 감축 목표를 담은 것으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가 개발도상국에 권고한 감축 범위(BAU 대비 15~30% 감축)로도 최고수준이다. 이와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기후변화협약이라는 국제적 아젠다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는 국격(國格) 상승이라는 명분을 취하면서 녹색시장의 주도권 선점이라는 실리도 챙기겠다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부의 공격적 포지셔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확고한 결의(commitment)가 우리나라 국민의 실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먼저 장밋빛 전망을 해보자. 가깝게는 한강변과 도심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기고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실용화된다. 산업배출물이 감소하고 녹지공간이 늘어나서 생활환경이 쾌적해진다. 친환경산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신성장동력을 제공한다. 멀게는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지연되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지구적 재난 발발을 전하는 국제뉴스가 줄어든다.


녹색정책에서 국민이 부담해야할 경제적 비용은 얼마?


이제 불편한 진실을 들여다보자. 앞에서 열거한 장밋빛 전망의 비용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가 그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은 지금까지 공짜로 사용해 온 환경에 대한 비용을 현실화하여 국가가, 산업 주체가, 소비자가 지불토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치열한 경쟁 환경과 가계의 빠듯한 살림살이에 지출항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생산비용의 증가로 전기를 비롯한 각종 에너지 관련 요금은 상승할 것이다. 철강ㆍ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부문은 중국 등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나아가 감축목표를 할당하는 과정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부과하는가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의 불씨도 안고 있다.

이 두 가지 전망이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도달하게 될 어느 한 쪽의 결론만은 아니다. 전자는 열매를, 후자는 땀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녹색정책 홍보과정에서 장밋빛 전망에 비해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비용은 크게 부각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녹색생활, 녹색습관의 정착”과 캠페인성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다수 국민들은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일단 산업부문을 논외로 하고 가계와 소비자에 대한 정책만으로 국한하자면 최종 소비자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은 두 가지를 통해 가능하다. 한 가지는 덜 쓰는 것이며, 두 번째는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두 소비행태는 다시 가격정책, 제품차별화 정책, 캠페인 등을 통한 국민의식 전환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유도될 수 있다. 국민의식의 전환은 그 자체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나 앞의 두 정책, 특히 제품차별화 정책을 보완하는 기능을 갖는다. 제품차별화 정책의 예로는 대부분의 백화점과 대형 유통시설에 입점해 있는 친환경코너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이 코너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검정색 비닐봉지가 아닌 에코백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님으로써 만들어지는 친환경 소비자 이미지를 위해, 또는 그로 인한 지구적 탄소배출의 감소라는 공적 가치를 위해 일정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제 주체의 자발성에 기반한 온실가스 감축은 소비자 효용의 감소나 사회적 비용의 발생 없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기요금 체계 조정이 필요해


불행하게도 가계의 온실가스 배출 내역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전기ㆍ전열ㆍ수송용 연료 등은 제품 차별화 여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품목이다.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월 1,000kWh(우리나라의 가구당 월 사용량은 약 250kWh)의 전력을 소비하는 가구에서 전력원 1%를 신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따른 프리미엄 지불 의사는 연간 6달러로 조사되었다.2) 이 결과를 전력 사용규모, 가구소득 등의 차이를 고려하여 단순 환원하면 우리나라 가구당 지불 의사는 연간 약 1천 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일부 소비자 그룹에서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이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 지불의사가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균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가정용 전기소비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가장 강력한 수단은 가격 조정을 통한 소비 저감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도 전기의 경우 평균 원가보상률이 92.5%에 머물고 있는데다가 탄소 배출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경우 전기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불가피해질 것이다.3) 온실가스 감축의 정책수단 가운데 하나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의 요금체계를 그대로 두고 ‘자발적 각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소비는 가격탄력성이 낮은 필수재에 속하며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자 복지의 감소폭이 큰 만큼 정치적 수용에도 어려움이 따른다.4) 현재의 불합리한 요금체계에 대한 개선도 쉽게 손을 대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에 대한 충분할 설득 없이 차후에 재정건실성을 해치지 않는 ‘녹색소비’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녹색가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소비자가 녹색경제에 더 많은 지갑을 열게 하고 자발적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는 홍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태생부터 아래로부터 출발하여 온실가스 저감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이 높은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핵심 정책수단이 될 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성이 높지 않다.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환경적 또는 경제적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정부는 가장 높은 수준의 감축목표를 채택하기 이전에 그것이 국내 소비자에게 무엇을 요구하며, 어떤 비용을 더 지불하게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

이선화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slee@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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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U(Business As Usual) 기준 배출량이란 특별한 조치(저탄소녹색성장 등)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배출될 것

으로 예상되는 미래 전망치이다. 즉 국민경제의 통상적 성장관행과 현재의 기술ㆍ공정ㆍ연료를 전제로 유가

변동ㆍ인구 변동ㆍ경제성장률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 추계치이다.

2) Brian Roe 외, “US Consumers' Willingness to Pay for Green Electricity,” Energy Policy 29, 2001, pp.917

-925.

3) 이는 지식경제부 추정치이다. 최철국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평균 원가 보상률은 96.1%이

며 가정용 전기의 보상률은 95.8%이다. 가정용 전기는 2007년까지는 원가 회수율이 100을 상회하였다.

4) 오래된 연구결과이기는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가정용 전력의 단기탄력성은 -0.18, 장기

탄력성은 -0.38인 것으로 조사되었다(유병철,『전력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요금조정 방안』, 에너지경제연구

원, 연구보고서 96-04,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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