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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블록버스터 영화만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가?


우리나라 영화시장이 외국영화에 의해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아서, 관람객들이 관람료 8천 원만 내면 외국영화뿐만 아니라 국산영화들을 적어도 90분 이상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영화 관람객들이 이렇게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은 값으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어려운 제작환경 하에서도 국산영화가 계속해서 만들어져왔기 때문이다.


영화관람료(가격제도) 개선은 어려운 영화산업의 타개책이 될 수 있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출시한 한국영화 81편 가운데 5편만 흑자라며, 그것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대작 영화)의 흥행에 밀려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한 결과라고 발표했다.1) 올 해에도 상반기 출시 영화 25편 가운데 11편, 즉 44%가 제작비는커녕 마케팅 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빅 로스(big loss) 영화이며, 흑자를 본 영화는 겨우 21%라고 한다. 더욱이 개봉 영화의 평균 관객수도 지난 3년간 매년 감소하고 있다.2) 이러한 영화산업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방안 가운데 하나로 영화 관람료, 즉 가격제도를 개선해 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법적으로는 영화 관람료를 배급사를 포함한 제작사와 극장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화 관람료는 영화의 품질이나 생산비와 관계없이 지난 수 년 동안 기본적으로 동일가격(uniform price) 수준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오고 있다. 현재 메가박스와 같은 호화시설을 갖춘 영화관이나 스크린이 몇 개 밖에 없는 규모가 작은 영화관이나, 초호화 배역의 메가톤급 영화이든 무명 신인 배우를 출연시켜 만든 초저예산 영화이든 모두 입장료는 서울 개봉관 기준으로 대체로 주중에는 8천 원, 주말에는 프리미엄 요금제가 적용되어 9천 원으로 매겨지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동일 가격(관람료)제도 하에서는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만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있을 뿐, 소액 제작비를 투자해서 만든 토종 영화들은 설자리마저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초호화 배역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관람료 8천 원을 지불하면서, 무명 신인배우가 출연하는 저예산 영화를 보려는 관객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영화의 평균제작비라고 알려져 있는 한 편당 약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영화를 가지고 8천 원의 관람료를 받아 부가세를 제외한 나머지를 영화관과 투자사 제작사와 5:5로 나눈다면 3,500원이 후자에게 분배된다. 그러므로 100만 명 관객을 동원해야 겨우 수지가 맞는 수준이 된다. 그런데 그것은 영화가 상당히 흥행에 성공할 때만 가능한 실적이다.


영화 관람료는 영화의 총가치를 측정하는 척도가 아님을 인식해야


국내 영화산업에서 영화의 품질에 관계없이 동일한 관람료(가격) 수준을 유지하려는 배경에는 영화가 창출하는 총가치와 영화 관람료를 동일시해서, 어느 영화관이 어떤 영화 관람료를 낮게 책정해서 상영하려 하면, 영화인들이 마치 자신이 만든 영화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으로 인식해서 가격인하를 불쾌하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할 만큼 가치가 큰 물은 값이 매우 싼 반면에 인간의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도 아닌 다이아몬드 가격은 비싸다는 역설적 현상은 한 편의 영화가 창출하는 총가치는 영화 관람료 수준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경제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영화인들은 자기들이 만든 영화의 관람료(가격)가 개봉 당시 영화 작품의 상대적 인기도나 수입영화와의 경쟁 상황에 따라 높게 또는 낮게 매겨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교환의 척도일 뿐, 그것의 높낮이가 곧 영화가 창출하는 총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사나 영화관측 모두 관람료가 높을수록 항상 좋다는 생각도 탈피해야 한다. 3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영화를 만든 제작사도 관람료가 고가이든 저가이든 수지만 맞으면 된다. 관람료를 8천 원으로 책정해서 100만 명의 관객을 확보하거나 5천 원을 받아 180만 명의 관객을 확보하거나 투자수익은 같다. 가격이 등락할 때 관객이 얼마나 증감할 것인지는 해당 영화의 수요에 대한 가격탄력성에 따라 다르다. 가격을 인상해도 관객이 별로 감소하지 않는, 즉 수요가 비탄력적인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면 고가전략이 바람직할 수 있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면 저가전략이 바람직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모든 영화에 동일한 것이 아니므로 제작사와 영화관들은 제작된 영화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서 고가 또는 저가 가격전략을 시도하면 상영 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반영한 가격전략이 영화인, 소비자 모두에게 합리적


영화감독들도 영화의 품질에 따라 관람료가 차이가 나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10억 원이라는 상대적으로 소액 제작비를 들여 만든 영화라도 4천 원의 입장료를 받아 50만 명의 관객을 확보하는 역량을 보이면, 수지가 맞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런 실적을 내면, 언젠가 100억 원의 거액 제작비를 대겠다는 제작사를 만나게 되어 메가톤급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거장으로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감독, 특히 신인 감독이 처음부터 100억 원의 제작비를 대겠다는 제작사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고품질 영화만 만들어지는 것이 소비자(관객)들에게도 꼭 좋은 것만도 아니다. 관객 모두 고가의 관람료를 내고서라도 꼭 보고 싶어 할 만큼 고품질 영화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람료가 4천 원이라면, 비록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라 해도 영화관람으로 4천 원 이상의 만족(가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관객들은 관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억 원의 저예산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나 실험 영화는 비록 관람료를 4천 원씩만 받더라도 50만 명의 관객만 확보하면 수지를 맞출 수 있어서 제작사도 좋고 관객도 좋은 포지티브섬 게임이 된다. 물론 그런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무명 신인배우가 좋은 연기력을 보이면,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제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신인배우 등용문도 넓어져, 현재처럼 고액 출연료를 지급해야 하는 흥행이 보장된 일류 배우에 대한 의존율도 낮아져 영화제작 비용도 감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영화관객 모두가 고가의 영화를 즐길 수 있을 만큼 소득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소득 수준을 감안할 때, 영화관람으로 한 달에 최대 4천 원까지만 지출할 용의가 있는 서민 관객들도 있다. 그들은 관람료가 4천 원인 영화가 있다면, 비록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해 재미는 조금 덜하거나 일류 배우가 출연하지 않은 영화라도 즐겨 볼 유인이 있지만, 8천 원으로 관람료가 매겨지면 이들은 아예 영화를 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모든 영화 관람료를 8천 원으로 매기는 것은 가난한 서민들이 영화를 즐길 기회를 박탈하는 셈이 된다.


결론적으로 고품질 영화는 값이 비싸져야 하고, 저품질 영화는 값이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원리이다.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영화시장에도 시장가격원리의 도입이 IPTV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새롭게 등장하는 강력한 경쟁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 가운데 하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손정식 (한양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jsonny@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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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0년 11월 20일자 중앙일보

2) 맥스뉴스, 최건용 한국영화마케팅 소장, 201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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