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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유시장경제체제인가?


“Now that the free market has failed… what do you think is the proper role for the state in the economy?” - China's Vice Foreign Minister He Yafei at a meeting with economists in Manhattan, May, 2009.


일찍이 미국 시카고대의 로버트 루카스(Robert Emerson Lucas) 교수는 “한 번 경제성장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갈파한 바 있다. 경제성장은 소득을 증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켜 사회구성원 전체의 보다 큰 행복을 달성하는 경험적으로 증명된 유일한 길이다.1) 우리의 행복이 경제성장과 직결되어 있다 보니 이에 대한 관심도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경제성장의 동인을 찾기 위해 수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져 왔고 지금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는 경제성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은 경제성장의 필수적인 요소로 투자 확대를 꼽는다. 그러나 투자는 경제성장의 필수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라는 강력한 실증적 증거가 존재한다(Easterly, 2002).2)


우선 투자가 경제성장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들의 엄청난 원조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저개발국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스털리(William Easterly)는 여기서 더 나아가 투자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지 검증해 보았다. 그의 방법론은 매우 간단했는데, 4년간 7%의 고도성장을 지속한 나라들에서 그에 상응하는 투자 확대가 그 전에 일어났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이스털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 137개국의 발전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투자가 경제성장의 필수조건이라는 가설을 기각했다. 고도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룩한 나라들에서 경제성장률에 대응하는 수준의 투자가 선제적으로 일어난 경우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직관과 실증적 경험이 배치되는 것은 비단 투자뿐만이 아니다. 인적자본이나 자원 등 통상적으로 경제성장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이러한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로 한국과 가나를 들 수 있다. 1957년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가나는 당시 서구 선진국들, 특히 식민통치에 대한 원죄에 시달리던 영국으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지원을 받았다. 가나는 당시 아프리카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을 보유하고 있었고, 풍부한 지하자원도 있었다. 루이스(William Arthur Lewis)나 칼도어(Nicholas Kaldor)를 위시한 당시 경제발전론의 권위자들은 생산설비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만 있으면 가나 경제는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전혀 반대의 입장에 있었다. 1950년 6ㆍ25 전쟁으로 한국의 모든 생산시설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가나처럼 기댈 수 있는 천연자원도 전혀 없었다. 가나가 새로운 유망주로 촉망받을 때, 세계는 한국에 대한 희망을 버렸으며 한국인들은 영원히 삼류국가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지난 지금 가나와 한국의 경제는 당시 경제학자들이 기대하던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이 고도성장을 거듭하던 1970년대에 가나는 기아를 경험했고, 한국이 세계를 향해 문을 열기 시작하던 1980년대에 가나의 1인당 소득은 식민지배에서 해방되던 1957년보다 낮았다. 2008년을 기준으로 가나의 1인당 GDP는 1,351달러로 한국의 5.3%에 지나지 않으며,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요즘 가나가 주목을 받는 것은 월드컵이 열리고 있을 때뿐이다.3)


한국의 어떤 면이 가나가 지녔던 다른 모든 장점들을 압도했을까? 두 나라는 흥미롭게도 군사 쿠데타와 군사정부의 장기독재라는 유일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두 정부가 택했던 경제체제는 크게 달랐다. 초기 가나의 느크루마 정부는 사회주의 실험을 했다. 정부의 지출을 크게 늘렸고 해외에서 들어온 원조금들은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못하고 가나 국민의 소비를 보조하는 데 탕진되었다. 가나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그 결과 대중의 지지를 받는 군사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후 사정은 더욱 악화되었다. 군사정부는 자신들의 몫만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고, 해방기에 건설된 산업설비와 인프라는 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었다. 배고픈 국민들의 불만은 원조금으로 일시적이나마 잠재우는 데 급급했다. 반면 한국은 건국 초기부터 자본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이후 들어선 군사정부들도 모두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했고 개인의 사유권을 보장했다. 사유권 보장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일할 동기를 부여했고, 이를 통해 세계에서 보기 드문 경제발전을 이룩해 낼 수 있었다. 자본주의, 즉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채택이 지속적 경제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 가운데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 1950년대 한국을 다른 신생국들과 차별화한 것은 자원이나 투자 등 경제학에서 강조하는 변수들이 아니라 자유시장경제의 도입이었다. 올바른 체제의 선택은 다른 모든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지니는 중요성에 비해 이에 대한 학계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론적인 정형화가 어렵고 객관적 통계자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회의 경제체제에 대한 고려 없이는 투자, 인적자본 축적, 시장개방(이들은 모두 경제성장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다)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경제발전의 ‘어떻게’는 설명할 수 있으나 ‘왜?’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최근 경제체제와 경제성장의 관계에 대한 많은 실증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경제체제와 그 특성에 대한 다양한 통계자료가 수집되고 있고, 경제체제의 복잡한 구조를 반영하기 위한 광범위한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4) 자유시장경제체제가 경제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고, 국제기관들은 정부 간섭 배제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 시작했다.5) 실제로 세계은행의 2002년 World Development Report는 『시장을 위한 제도 구축(Building Institutions for Markets)』이라는 제호였다. 세계은행은 이 보고서를 통해 자유시장제도를 통한 정보의 효율적 전달, 사유권 및 계약의 보장, 경쟁의 확보를 강조하였다.

자유시장경제가 우리의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압도적인 증거가 존재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혹은 국가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일종의 향수병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라는 사회주의의 모토는 단순하면서도 우리의 정서에 강력히 호소한다. 그러나 생산 과정에서 능력과 보상을 분리시키고 분배 과정에서 인간욕구의 무한함을 부정함으로써 사회주의는 스스로 과학이 아닌 종교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는 프롤레타리아들의 소득이 많아지자 혁명의 정신을 상실하고 부르주아가 되어 간다고 한탄했다고 한다.6)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는 21세기에도 사이비종교가 출몰하여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현혹시키듯이 ‘사회주의’라는 사이비종교도 계속 우리 곁을 맴돌며 유혹할 것이다. 아! 이를 어찌할 것인가?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phkim@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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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를 위시한 일부 선진국에서 경제성장이 최선이 아니라는 취지로 최근 그린 GDP 등 각종 대안들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개발도상국들이나 최빈국들이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은 아

직 듣지 못했다.

2) Easterly, William, “The Elusive Quest for Growth," The MIT Press, 2002.

3) 세계은행,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online.

4) 가장 대표적인 예로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와 헤리티지재단이 발행하고 있는 ’경제자유도‘ 통계를

들 수 있다.

5) Brunetti(1997), “Political Variables in Cross-Country Growth Analysis,” Journal of Economic Surveys

Vol.11, No.2.; De Haan et al(2006), “Market Oriented Institutions and Policies and Economic Growth:

A Critical Survey,” Journal of Economic Surveys Vol.20, No.2.

6) Heilbroner(1999), “The Worldly Philosophers: The Lives, Times And Ideas Of The Great Economic

Thinkers,” 7th Edition, Touchston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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