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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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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


우리나라와 EU 총 25개국의 근속 20~29년과 1년미만 근로자의 임금격차를 비교한 결과(2014년 기준) 한국 4.04배, 키프로스 2.44배, 포르투갈 2.09배, 스페인 1.80배 등의 순이었다. 한국의 경우 관리자 직종을 제외하거나,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경우에도 근속 20~29년-1년미만 근로자간 임금격차가 각각 3.97배, 3.29배로 높게 나타났다. EU 국가들은 직무급이 정착되어 근속년수에 따른 임금격차가 높지 않은 반면, 한국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인 호봉급이 많아 임금격차가 많이 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연구원의 ‘500대 기업 임금체계 현황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 중 기본급에 대해 호봉급을 적용받는 근로자수 비중은 43.1%, 업무수행 능력에 따른 직능급 34.5%, 직무성격 및 난이도에 따른 직무급 13.5% 순으로 나타났다. 2016년과 비교하면 호봉급을 적용받는 근로자수 비중은 0.2%p 감소에 그쳤고, 직능급과 직무급 근로자수 비중은 각각 0.4%p, 2.8%p씩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는 생산직과 판매/서비스직에서는 ’호봉급‘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사무직과 연구직에서는 ’직능급‘을 적용받는 근로자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의 70.6%는 호봉급을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봉급을 운영하는 이유로 기업들은 ‘기존 관행상 유지’(32.5%), ‘노조의 호봉급 폐지 반대’(31.1%), 호봉급 대안 부재(19.9%), 근로자의 장기근속 유도(11.3%) 순으로 꼽았고, 호봉급 운영 애로사항으로 ‘근로자 성과관리 어려움’(38.4%), ‘장기근속자 고용유지 부담’(33.8%), ‘경기변화에 능동적 대처 애로’(20.5%) 순으로 응답했다.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임금체계로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직무급’을 모든 직군에서 공통적으로 1순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능력’에 비례해 임금을 지급하는 ‘직능급’로 답했으며,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급’은 3순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봉제는 산업화 초기에 근로자의 이직을 막기 위해 많이 도입되었고, 이후 직무급 개편을 시도하였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확산되지 못하고 현재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의 추격,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여러 위협으로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 선진국과 같은 임금체계 도입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주요 대기업은 이미 사무연구직에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등 임금체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근속·연령이 아닌 직무가치·성과에 따라 임금을 주는 것이 근로자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며, 나아가 회사의 생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30대 그룹 상장사 인건비?재무실적 분석(164개사)」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사의 종업원 1인당 매출액과 1인당 영업이익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줄곧 감소했으나 ‘16년 각각 9억5,864만원, 6,312만원으로 소폭 개선됐다. 반면, 종업원 1인당 인건비는 ‘11년 7,522만원에서 ‘16년 9,169만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2011년 이후 글로벌 교역 위축과 2~3%대 저성장 등 대내외 여건 악화 등으로 기업 매출?이익의 절대규모가 축소됐지만, 인건비는 고정비 성격이 크고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어려운 하방경직성이 있어 기업실적이 부진해도 증가했다.

임금체계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개편이 가능하다. 정규직의 경우 근속기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임금이 증가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인 호봉제를 반대할 근로자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성과를 낼 경우 근속년수가 많은 직원이 임금을 더 많이 받는 구조이고, 젊은 직원도 미래에 임금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2013년에 정년연장을 60세로 법제화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노사에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절반의 기업(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 46.8%) 정도가 도입하고 있다. 근로자는 정년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반면 임금피크제는 일정시점부터 임금 삭감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노조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없다보니 확산이 지지부진 한 상태이다. 노조나 근로자들은 생산성과 성과보다는 자동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구조를 포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와 같이 우리나라가 고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사업을 추진하고 고용을 유지하려면 호봉제 임금체계를 벗어나서 생산성, 실적과 연계한 임금체계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경쟁 심화, 고령화 등 경제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면 직무, 직능에 따라 보상받는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경이 없어진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업무의 중요성, 성과에 따른 합당한 보상체계가 확립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복지팀장/ success@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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