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제 바이러스 확산의 정점을 지나 점차 안정기로 가고 있다. 물론 감염의 2차 확산(second wave)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한창 확진자가 증가할 때의 긴장감은 훨씬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충격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3월까지는 여러 경제지표에 이번 충격이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았겠지만 4월부터는 경제위기가 체감을 넘어 숫자로 확인될 것이다. 이미 4월1일~10일 기간 수출량은 전년 동기간 대비 18.6%가 줄어들었다. IMF는 이번 ‘2020년 4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y Outlook)’에서 세계경제 성장전망을 지난 1월 3.3%에서 –3.0%로 대폭 수정하여 발표하였다. 또한 IMF는 이번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로 전망하였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올 해 성장전망을 –2.3%로 전망하고 있으니 아마 마이너스 성장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이번 감염병 위기가 끝나면 경제가 곧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기저효과로 인해 내년 성장률은 분명히 플러스가 되면서 반등할 것이다. 하지만 여러 경제지표들(소득, 소비, 수출, 주가 등)이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하여 안정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는 과거 몇 차례의 세계적 경제위기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먼저 오래 전 대공황 까지 가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가까운 사례를 보자면 십여 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3년이 소요되었다.
물론 이번 위기의 경우는 감염병이라는 충격으로 이전의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경제가 큰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이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외환 위기에서도 겪어본 바처럼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도산과 실업 등이 만연해지고 개인은 경제적 궁핍을 겪어야 한다. 만약 거품이 형성되어 그것이 터지는 위기의 경우는 충격-경제위기-회복의 과정에서 그동안의 과오투자가 정리되고 효율성이 제고되는 과정을 겪기 때문에 고통스럽기는 해도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이동성(mobility)을 잃는 감염병 충격의 경우 거품이 꺼지면서 비효율을 제거하는 과정이 아닌 멀쩡하고 정상적인 기업마저 도산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십여 년 동안 계속된 각 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이번 위기 이전에 이미 상당한 거품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충격은 거품붕괴의 충격과는 달리 효율성 제고 등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오히려 건실한 생산기반이 훼손되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각 국에서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각종 지원정책을 쏟아 내고 있고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도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대로 위기로부터의 회복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그 기간이 길어질 경우 일회성 지원으로는 산업계의 생산기반을 보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꿔 말해서 위기 이전에 정상적이었던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년에 걸쳐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과연 그 금액을 무리 없이 조달할 수 있는 국가가 몇이나 될 까.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돈을 무제한 찍어서라도 그 비용을 조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하기는 어렵다. 결국 세금을 통해 현 세대가 그 비용을 부담하든지 아니면 빚을 내어 미래세대에 그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필요한 재정여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총선을 앞두고 재난소득에만 여론이 집중되어 있었고 정치권도 그 부분만을 득표에 이용하려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산업계 생산기반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생산기반이 있어야 직장도 있고 소득이 있는 것이다. 일회성 재난소득으로는 꾸준한 소득(부가가치)을 창출하는 산업 생산기반을 대체하지 못한다. 지금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대책이 급하게 마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얼마나 더 지원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그 지원규모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대상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즉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한 자세한 생산기반 보호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기 시 쓸 수 있는 돈이 무제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한국경제의 생산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의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원대상이 선별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그 대상과 지원규모를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미리 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향후 있을 수 있는 기업자금지원을 둘러싼 혼란을 예방할 수 있으며 자금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tklee@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