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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감독기관의 독립성 보장과 시장경제


지난 한 달은 저축은행의 문제로 소란스러웠다.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예금자들은 아우성쳤고 부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은 예금 인출을 위해 긴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몇몇 저축은행은 은행 파산(bank run)을 우려하여 금융감독원에 자발적으로 영업정지를 신청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은행의 존재와 자유시장의 기능에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은행은 우리에게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누구나 생각하는 은행은 예금주가 예탁한 돈을 다른 사람이나 기업에 대출해 주어 수익을 올리는 기관이다. 그 과정에서 예금주는 이자수입을 얻는다. 일반인은 이것을 너무도 당연한 은행의 고유 업무로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을 생각한다면 단번에 여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맡긴 나의 돈을 은행이 마음대로 돈놀이를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은 내가 나의 집을 다른 사람에게 전세나 월세로 빌려주었는데 이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세나 월세를 놓는 것과 문제의 본질에 있어서 다를 바 없다. 후자는 분명 소유권 침해로 법적 제제를 받는다. 그런데 왜 은행은 그렇게 해도 괜찮은가? 물론 예금주는 은행이 자신의 돈을 활용하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였고 은행은 그 대가로 예금주에게 이자수입을 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은행의 본래 기능이 아니다.


은행의 본래 기능은 돈이나 귀금속을 보관하고 보관증명서로 은행권을 발행하거나 저축자와 투자자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그 대가로 은행은 보관료나 중개료를 받는다. 은행은 예금자가 예탁한 것을 갖고 돈놀이를 하여 수입을 거두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충분히 운영될 수 있다. 즉 은행의 신용 창출은 은행 고유의 기능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모든 예금자들이 동시에 돈의 인출을 요구하더라도 이에 응할 수 있다. 지급준비율이 100%인 셈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과 같은 현대 경제의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금본위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화폐금융제도에선 철저한 은행감독이 그나마 시장경제 지키는 길


정부가 독점적으로 불환지폐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은 과도하게 신용을 창출함으로써 피해를 입을 개연성이 가장 높은 계층은 선하고 묵묵히 그리고 근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재산과 소득이 알게 모르게 돈의 흐름을 잘 좇는 사람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빈익빈 부익부의 많은 부분은 이것 때문에 발생한다. 순수한 시장경제라면 능력 경쟁에 반하는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화폐금융제도가 시장경제인줄로 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시장경제와 정합적인 제도가 아니라 이에 반하는 제도이다. 이번 저축은행의 부실과 예금주의 피해를 한 번 생각해 보아라. 저축은행의 부실은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PF) 때문이었다. PF는 별다른 보증 없이 프로젝트의 사업성만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고 그 수익을 지분에 따라 투자자에게 나누어 주는 금융기법이다. 이것은 잘하면 수익이 높지만 그만큼 위험이 크다. 자기 돈을 이런 곳에 투자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러나 남의 돈을 담보도 없는 이런 위험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저축은행의 자유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이것은 타인의 소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과 경기변동을 야기하고 소득과 부의 격차를 확대하며 개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근원을 없애는 최선의 방책은 지금의 화폐금융제도가 금본위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차선으로 은행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개인이 다양한 금융기법을 개발하여 은행업을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것을 국가기관이 감독하는 것은 일견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시장경제를 위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화폐금융제도 하에서는 이것이 그나마 시장경제를 지키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최선의 길이다.


필자의 이런 주장은 하이에크의 루소(J. J. Rousseau)에 대한 비판을 떠올리게 한다. 루소는 아무런 속박이 없는 완전한 자유를 요구하면서 인간사회에 형성된 모든 제도를 없애고 그 위에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자고 외쳤다. 그 중에서도 소유권이야말로 그에게 있어서 가장 먼저 철폐되어야 할 제도였다. 그는 소유 제도를 인간 불평등과 모든 악덕의 근원으로 지목하였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루소의 외침을 인간 이성의 오만으로 간주하였다. 하이에크에 의하면 소유권은 오랜 기간 자발적으로 형성된 질서로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시장경제를 확장시켜주는 제도이다. 제도가 마냥 개인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은행감독기관의 정치권ㆍ이익단체로부터 독립성이 최우선


은행감독으로부터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를 하이에크의 소유권 주장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제도보다 훨씬 우월한 금본위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본위제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비현실적이므로 은행감독제도를 지지하는 것이다. 은행감독이 시장경제와 최대한 정합적이기 위해서는 먼저 은행감독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여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은행감독의 규칙은 단순하고 예외가 없으며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하여 어떤 이익단체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은행감독기관은 은행의 업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예금자나 투자자들이 은행 선별에서 그들의 소유권이 함부로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진영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econbjy@inje.ac.kr)


KERI 칼럼_20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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