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어야 관치문제 풀린다


KB금융지주회사 회장 인선과 관련하여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재직 당시 파생금융상품 투자손실 책임을 물어 황영기 KB금융지주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지난해 12월 KB금융의 차기회장 선출 과정이 진행됐을 때 대통령 또는 대통령 측근과 인연이 있는 사람 2명과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 3명만 최종면접 후보가 됐었다. 면접을 앞두고 갑자기 후보 2명이 면접 포기 선언을 했고, 당시 강 행장은 금융당국의 여러 인사들로부터 후보사퇴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끝까지 물러나지 않고 회장 내정자로 선출됐다.


그러자 KB금융지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시작됐다. 2009년 12월 16일부터 23일까지 금융감독원은 평상시와 달리 이례적으로 많은 인원을 투입하여 ‘사전검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강 내정자의 운전기사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러한 압박으로 결국 강 행장이 내정자 지위를 포기했다. 이번에 선출된 어윤대 KB금융 회장에 대해서 관치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KB금융지주는 사기업이다. 정부가 단 하나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KB금융의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렇게 관치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잘못된 제도 때문이다. 우리의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동일인 주식소유는 10%로 제한되어 있고(금융지주회사법 제8조), 비금융 주력자는 9%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금융지주회사법 제8조2항).1) 은행의 경우는 동일인의 주식소유한도가 은행지주회사와 같고, 비금융 주력자는 4% 미만으로 제한되어 있다(은행법 제15조와 15조 2항). 이러한 소유제한은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소유권을 널리 분산시켜 지배주주가 나타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쉽게 말하면 은행에 실질적인 주인이 없다. 무주공산인 은행에 수많은 규제와 감독권이라는 ‘칼’을 이용하여 정부가 은행지주회사에 압력을 가한다. 주인이 없는 은행지주회사는 그 압력을 거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주인이 없다보니 지주회사의 입장에서도 정부의 규제와 감독에 바람막이가 될 수 있는 ‘힘’ 있는 인물을 원한다.


소유주가 없는 은행지주회사에서는 대리인 문제와 관치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곧바로 생산성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주인이 아닌 경영자는 은행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며, 시장의 변화보다는 자신의 임면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나 정치권에 시간과 노력을 더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실증연구도 소유주가 분명한 은행이 소유주가 불분명한 은행보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 이윤을 더 많이 창출하였음을 보이고 있다.2) 최근 외부의 압력을 많이 받은 국민은행의 생산성이 최하위로 떨어졌다.3)


관치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소유주를 분명히 해야 한다.4) 소유주가 분명한 은행금융지주회사는 정부로부터, 혹은 정치적인 압력을 받을 경우 소유주가 분명하지 않은 은행보다 쉽게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치금융을 해소하기 위해서 은행의 소유제한을 완화하는 것보다 은행의 책임경영과 자율경영제도가 중요하다는 논리로 은행장 후보추천위원회 제도와 비상임이사 중심의 이사제도를 도입하여 실행해 왔다.5)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관치금융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금융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은행이 나올 수 있도록 금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꿈을 내비추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꿈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소유를 제한하고 있는 한 그야말로 실현되기 어려운 ‘꿈’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주인이 없었다면 결코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없었다. 소유자가 투자와 개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혼신을 기울여 노력한 기업가 정신의 결과다. 실질적인 소유자가 없이 대리인 문제와 관치가 복합되어 있는 은행에서 그러한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우리나라 은행산업을 정말로 발전시키고 싶으면 먼저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소유제한을 풀어 지배주주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소유제한을 풀라고 하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한다며 반대가 많다. 물론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은행법의 주식소유자에 대한 대출한도 규정을 적용하면 사금고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6) 뿐만 아니라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의 소유제한을 풀 경우 재벌이나 산업자본만이 보유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편협하다. 재벌이나 산업자본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의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비재벌과 비산업자본의 진입까지 막고 있는 것이다. 정 재벌이나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우려한다면 그러한 자본들은 제한하고 일반 자본은 허용하여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에 지배주주를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주인 없는 은행이 ‘힘’ 있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의 ‘사금고’로 사용되어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B금융지주의 회장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는 은행이 정치인과 정부 관료의 ‘사금고’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은행지주회사의 소유를 계속 제한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정치인이나 정부 관료가 은행의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스캔들을 계속 심심치 않게 보게 될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대학원장/경제학, jwan@khu.ac.kr)

---------------------------------------------------------------------------------------------------

1) 금융지주회사 중에 은행을 소유한 지주회사를 은행지주회사라 한다.

2) An, Bae, and Ratti(2007)는 1987년부터 1997년까지 국내은행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소유주가 분명한 은행들

이 소유주가 분명하지 않은 은행들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였음을 보였다.

3) 중앙일보(2010. 7. 13) 보도 참조.

4) KB금융지주의 최대지주는 ING Bank N.V.이며, 지분율은 2009년 12월 31일 기준 5.02%이다.

5) 이러한 주장은 은행소유가 분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책임경영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외국의 사례

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개인소유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국가는 캐나다를 제외

하고는 거의 없다. 기업의 은행의 소유에 대해 엄격한 국가는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스웨덴, 룩셈부르크다.

외국에서 소유가 분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경영이 이뤄진 경우는 민간경제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선택

한 결과이지 규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책임경영을 가장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은행의 소유주를 분

명하게 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재욱(2002) 참조.

6) 동일한 개인ㆍ법인에 대하여 당해 은행의 자기자본의 100분의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고(은행법

제35조), 은행의 전체 대주주에게 할 수 있는 신용공여는 그 은행 자기자본의 100분의 25의 범위에서 대통령

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은행법 제35조 2항).

<참고문헌>

금융지주회사법 [시행 2009. 12. 1] [법률 제9788호, 2009. 7. 31, 일부 개정]

안재욱, 『은행 민영화방안: 은행소유 자유화』, 자유기업원, 2002.

은행법 [시행 2010. 11. 18] [법률 제10303호, 2010. 5. 17, 일부 개정]

중앙일보, “문만 열어놔도 순익 쌓인다던 KB, 생산성 꼴찌로”, 2010년 7월 13일자.

An, J., S. Bae, and R. Ratti., “Political Influence and the Banking Sector: Evidence from Korea,” Oxford

Bulletin of Economics and Statistics, 69. 1, 2007.



46FL, FKI Tower, 24, Yeoui-daero, Yeongdeungpo-gu, Seoul, 07320, Korea

TEL: 82-2-3771-0001

​연구원 소개

연구

소통

미디어와 네트워킹

Global Brief

Copyrightⓒ 2023 KERI.ORG.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