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martin-martz-RhF4D_sw6gk-unsplash.jpg

l    소통       

소통

KERI 컬럼 / Global Focus / 보도자료 / 청년의 소리 / 알기 쉬운 경제상식 & 이슈

한국경제연구원_WHITE_edited.png

인간심리로 살펴본 가계부채와 저축의 문제


달콤한 현재, 씁쓸한 미래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현재의 만족이 내일의 희망보다 우선하게 되었다. 게다가 치열해진 경쟁 속에 낙오된 실패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모습이 부풀려질 필요가 있고 또 일견 부풀려진 모습에 스스로 도취되기도 하였다. 지금 받을 수 있는 적은 액수의 현금을 언젠가의 많은 돈보다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현재에 중독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늘 저축하고 내일 소비하는 것'보다 '오늘 쓰고 내일 갚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그러나 '내일 쓰고 모레 갚는 것'과 '내일 저축하고 모레 쓰는 것'을 비교할 때는 대부분의 사람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시간에 따른 선호도 역전현상을 경제학자들은 “하이퍼볼릭 할인” (hyperbolic discounting) 가설로 설명한다.1)


현재 쓰는 것이 너무나 쉬워진다면 오늘 쓰고 내일 쓰고 모레까지 쓰고 결국 갚으라고 할 때까지 쓰고자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가설에 따르면 현재의 자신은 모든 즐거운 일은 현재에 하고 모든 괴로운 일은 미래의 자신에게 떠넘기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의사 결정의 결과로 자신의 재무상태를 망치면서도 버틸 때까지 버티는 최종 벼랑 끝 전술로 부채를 계속해서 쓰게 된다는 것이다. 1,000조대의 가계부채와 2%대로 하락한 우리의 가계저축의 현실이 바로 이와 같은 심리행태와 현재 쓰는 것이 너무도 쉽게 된 결과가 아닐까?

소비가 미덕 그리고 빚 권하는 사회


우리는 자문한다. ‘내가 그리 낭비벽이 심해서 부채를 지게 되었나? 열심히 번 것 같은데 손에 쥐는 건 없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까? 저축률이 이리 낮다고 하는데. 노후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아이들 교육비는 늘어만 가고...’ 이러한 상황에서 저축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지경이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부채의 달달한 유혹을 우리의 본성은 쉽게 떨쳐버리기 힘들다. 현재의 달달함의 유혹이 너무나 강력하기에 미래의 든든함은 그리 큰 유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유지된 낮은 이자와 ‘부동산 불패’, 자산 가격 상승기대에 우리 재무건전성이 얼마나 위험에 빠진지를 자각하지 못했다.


현재와 같이 소비가 미덕인 사회에서 현재의 달콤함과 편리함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만은 않다. 최근에는 빅 데이터의 활용 등 첨단기법을 이용해 기업들은 더더욱 소비자들의 욕구를 집요하게 자극시킨다. 매체의 홍수 속에 융단폭격과 같은 광고를 버텨내고 미래를 위해 소비의 욕구, 잘 살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대출의 접근성 제고 위주의 소비자금융 정책과 빚을 권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너무도 손쉽게 부채의 덫에 빠지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 일단 지기 시작한 부채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처음 부채를 지기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지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이를 쉽게 상환하기 어려운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서민금융정책의 핵심은 저축이 되어야


이제 우리는 너무도 쉽게 쓸 수 있는 돈에 대해 정책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13년 새롭게 출범하는 신정부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행복기금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 해결의 가시적 성과에 급급할 뿐 향후 서민금융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서민금융 정책이 대출의 접근성 내지 용이성 제고가 목적이었고 또 이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었다면 인간의 심리와 현재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 서민금융정책은 대출이 아닌 금융자산 축적 유인에 두어야 한다. 대출에 대한 용이성 제고와 인위적인 이자율 하락에 급급하기 보다는 낮은 저축률을 제고시킬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이 모색이 되어야 한다. 가계저축은 바로 가계부채의 다른 모습이다.


모두(冒頭)에서 살펴보았듯이 가계부채의 저하 그리고 저축 증대, 내키지 않는 내일을 위한 저축이 사랑 받기 위해서는 더 큰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령 복권형 저축(saving bonds)을 도입한다던지 자산형성 및 저축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좀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2) 지금의 낮은 이자 하에서 예전과 같은 재형저축의 부활만으로 취약계층의 자산형성이 이루어질지 미지수이다. 한편 이와 같은 소비자의 심리 내지 행태를 반영한 미국의 ‘점진적 저축증대 프로그램’ (Save More Tomorrow)은 봉급이 인상될 때마다 퇴직연금 기여율을 높임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당장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여 사람들의 참여를 높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정책이 결국 선택의 문제라면 부채를 활용하여 집을 당겨 사는 것에 인센티브를 주기 보다는 미래를 대비한 금융자산 축적에 보다 많은 그리고 현명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부채와 저축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서민금융정책에 있어 현재를 중시하는 서민의 손에 카드를 쥐어줘야 할지 아니면 통장을 쥐어줘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금융경제학과 교수, kwyoo@smu.ac.kr)

--------------------------------------------------------------------------------------------------------------------

1) “하이퍼볼릭 할인”은 현재가 미래에 비해 훨씬 더 가깝고 중요하게 느껴지며, 현재에서 멀어질수록 중요도는 더욱 급속하게 떨

어진다는 인간의 심리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한다. 특히 '오늘이 내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느낌이 '내일이 모레보다 더 중요하다'

는 느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2) 미국과 영국의 경우 저소득 취약계층의 저축을 유도하기 위해 원금을 보장한 상태에서 이자를 복권형태로 추첨을 통해 제공하는

저축상품을 도입한 바 있다. 저소득계층의 낮은 원금으로 인한 낮은 이자소득이 충분한 저축유인을 제공하지 못함을 감안한 상

품이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KERI 칼럼_20130213
.pdf
PDF 다운로드 • 343KB


46FL, FKI Tower, 24, Yeoui-daero, Yeongdeungpo-gu, Seoul, 07320, Korea

TEL: 82-2-3771-0001

​연구원 소개

연구

소통

미디어와 네트워킹

Global Brief

Copyrightⓒ 2023 KERI.ORG.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