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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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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변화에 걸맞은 고용 시스템 구축해야


저출산ㆍ고령화 추세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특히 생산가능인구 등 노동력의 구조에 큰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인해 경제성장의 근간이 되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전망되며, 고령층이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고령층의 고용불안 문제 혹은 고령층의 빈곤문제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심화라는 이중고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작년에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정년 문제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제21대 국회 주요 입법 및 정책 현안으로 공무원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관련 인사들의 언급도 줄을 이었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토교통부 2차관)은 21대 국회에서 정년연장을 중요한 과제로 논의하고 사회적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피력하였으며,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도 고령층이 일하면 부양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를 고려하면 초고령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정년연장은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구구조 변화로 정년연장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해도 정년연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고용제도 정비가 우선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60세 정년연장에서 다시 65세 정년연장이 시행될 경우 60~64세 연령의 추가 고용을 위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한 해 약 15.9조원에 이른다. 15.9조원을 25~29세 청년층 고용에 사용한다면 약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금액이다.


기업의 여건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년연장을 강제적으로 부과하여 기업에게 막대한 부담을 강요할 경우, 비용 증가, 투자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결과적으로 기업이 전체 고용을 또 줄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과 근로자에게 이를 맡기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능력이 감소하면 기업 스스로도 고령층이 가진 경력 및 숙련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현재의 60세 정년 이후에도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더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년연장과 임금수준이 결정될 수 있다. 요컨대 노동시장에서의 정년과 임금수준은 기업과 근로자가 기업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고령층의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구구조 변화에 걸맞은 고용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정년 이후에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고용·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과 근로형태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고령층에게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근로자들도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임금수준의 결정에 있어서도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이 고령층의 근로연령 연장을 꺼리지 않도록 현재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으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확대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게 기업의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정년연장을 의무화할 경우에도 근로의 유연성과 임금체계 개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고용 시스템의 정착은 필수적이다. 정년연장은 법으로 의무화되고 새로운 고용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정년연장으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어 애초에 고용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조기퇴직을 양산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령에 정년연장을 의무사항으로 명시할 경우에는 이에 상응하는 근로 유연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방안의 의무조항도 법령에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일자리 안정성, 기업경쟁력 강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동시에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jsyoo@k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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