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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험에서 배우는 교훈


“지방공항에 가면 해외노선이 하루에 한 편 밖에 없다. 그래도 출입국관리나 세관, 경비 직원이 각각 배치되어 있다. 그 한 편이 오는 때 말고 다른 시간에 이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할까?”


이런 의문을 제기한 사람은 일본의 논객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박사다. 그의 저서『부의 위기』(2006)는 일본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정말 시행할 마음만 있다면 정보통신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여 아웃소싱으로 정부 비용을 현재보다 10분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4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부채규모는 1,034조 엔, 세수는 44조 엔, 반면에 세출은 82조 엔이나 되었다. 천문학적인 빚을 진 상태에서 수입의 2배 가량을 지출하는 곳이 일본 정부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출을 줄이기 위한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서 부족분을 조달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국가채무는 눈덩어리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부 지출 가운데 약 40%가 인건비로 나간다는 점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지출을 줄이기 위한 개혁다운 개혁이 거의 없었다. 정치인들은 집권하면 무엇인가를 하는 시늉을 하다가 물러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다.

이런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현재 일본이 당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요타 리콜과 JAL 파산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일본 위기는 언론들이 피상적으로 다루는 개별회사의 문제에서만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은 일본 사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제는 거대 정부의 문제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시 말하면 5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고도 성장기를 만끽하는 동안 일본 특유의 관료 및 유관단체들이 급속히 성장하였을 것이다. 일단 한 번 만들어진 공공부문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스스로의 논리에 따라 자기 증식을 계속하게 된다.

관료조직의 급팽창은 단순히 인건비 부담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무엇인가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일들 가운데 상당부분이 선의에서부터 비롯되는 간섭들일 것이다. 일본 교세라의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일본 휴대전화 기업들이 선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뒤지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일본 기업들이 내수에 지나치게 치중한 전략을 사용한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정부가 휴대전화 산업에 간섭한 점이다.

한편 지난 4일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국제포럼에서 일본 히토쓰바시(一橋)대학 경제학과의 후카오 교지(深尾京司) 교수는 일본의 경우 건설ㆍ수송ㆍ의료 서비스 업종에서는 지난 15년 동안 규제완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탄탄한 국제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에 비해서 일본 국내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은 상대적으로 생산성 향상 면에서 거의 성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결국 경쟁촉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방해하는 요인은 규제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관료조직과 유관단체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을 것으로 본다.

후카오 교수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의 대기업에서조차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는 사람들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노동법 때문에 대기업들조차 가능한 임시직으로 채우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 인력적체가 발생하게 되면 자회사에 전출 형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과잉인력을 바깥으로 배출하기보다는 기업 내에서 유지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일본 기업들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품질 문제도 이런 현상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언급한다.

간접부문이 필요 이상으로 커진 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비단 일본에만 국한되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는 점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도 정부 재정지출, 국가 부채, 공기업 부채 등 공공 섹터의 비대화 추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이제까지 간간이 들려오던 “작은 정부를 통한 경제 활성화”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단임제 하에서 좌파 정권이 등장하든, 우파 정권이 등장하든 간에 자신들의 입지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필요 이상의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경향이 강해지게 되었다. 오늘의 일본 문제가 내일의 한국 문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의 고민을 ‘강 건너 불’처럼 받아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충분히 얻어야 한다. 그리고 날로 거대 정부를 향해 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와 더불어 거대 정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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