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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폭력을 줄이려면


우리 사회에 물리적 힘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폭력은 범죄단체에 국한되지 않고 가정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자주 문제를 일으킨다. 불법파업이나 시위에서 물리적 충돌은 흔한 일이며, 국회에서조차 의사진행을 방해하기 위한 폭력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이 폭행을 당하는 사태는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공권력 행사나 폭력에 관련된 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법원의 사법통계연감에 따르면 공무집행 방해를 비롯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심 공판에 넘겨진 인원이 2006년에 비해 2008년에는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1심 공판 사건 중 폭력관련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2006년 3만5,889건에서 2008년 4만848건으로 14%나 증가하였다.1)


우리 국민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력성향이 높은가의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국가마다 범죄의 유형이 다르고 이를 처벌하는 법률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직접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한국과 미국의 범죄 발생률을 비교하면 유독 폭력 범죄에서만 한국의 발생률이 미국보다 높다.2) 2000~2005년 사이에 인구 10만 명당 발생한 범죄를 비교하면 미국은 살인이나 강도, 성범죄 등에서 한국보다 발생률이 아주 높지만 폭력과 관련된 범죄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높다.


우리 사회의 폭력성향은 과거 민주화 경험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다. 우리의 민주화는 평화적 방법보다 물리력 충돌에 의하여 얻어지곤 하였다. 민주적 절차가 결여된 상태에서는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위한 폭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의 불법성은 쉽게 용인될 수 있다는 인식을 초래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합법적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음에도 폭력이 줄지 않는 것은 폭력행사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범법자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이익과 비용을 고려하여 행동한다. 폭력행위의 기대비용은 처벌받을 확률에 처벌 수준을 곱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비용이 낮아지고 있어서 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폭력행위에 대한 법집행기관의 구체적인 처벌확률과 처벌수준을 알기는 어렵다.3) 하지만 전체 범죄의 기대비용을 보면 폭력행위의 기대비용도 낮아지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먼저 지난 10년 동안의 추세를 보면 처벌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의 검거비율은 1998년 92.5%에서 2006년에는 85.8%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4) 1심 법원의 무죄비율도 1999년 0.74%에서 2008년 1.7%로 증가하였다. 또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사범 2519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이중 53.6%인 1352명의 영장이 기각되었다. 이는 2005년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영장기각률 28.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도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다.5)


물론 처벌확률이 낮아지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형사피의자나 피고인의 인권보호가 강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법원은 형사사건에서 엄격한 증거주의를 취하여 왔고, 피의자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불구속 수사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형사공판 사건에서 구속 피의자의 비율도 1999년 48.6%에서 2008년 14.4%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처벌수준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이후 매년 살인범죄가 1,000건 내외 발생하였지만 무기 이상의 처벌을 내린 것은 1999년 153건에서 2008년에는 61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또한 1심 공판사건의 형량을 보더라도 1999년에 비하여 2008년에 1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피의자의 비율은 줄어들고, 1년 미만이나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피의자의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 물론 해마다 발생하는 범죄의 죄질이 다른 점을 고려하더라도 처벌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형사피의자의 인권보호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처벌확률은 틀림없이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폭력을 줄이려면 이전에 비하여 처벌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 폭력을 줄일 수 있다. 폭력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사회적 갈등이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여 폭력이 발생하기도 하고,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폭력에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 행사로 인한 처벌의 기대비용이 낮아지면 다른 합리적 방법을 찾기보다 폭력에 의존하도록 유인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일상화된 폭력을 줄이려면 폭력에 대해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그것은 이에 대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법원도 이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기화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ckh8349@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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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해와 폭행죄, 그리고 폭력행위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을 합한 것이다.

3) 법률의 개정으로 2006년부터 폭력행위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행위가 일부 상해와 폭행죄로 처벌받게 되

어 분석을 어렵게 한 측면도 있다.

4)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 범죄 현상과 형사정책(2008)』, 2008.

5) ‘공무집행에 더 관대해진 법원‘ A10, 조선일보, 2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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