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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폭주시대


요즈음 논리도 법리도 맞지 않는 설익은 법률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그 까닭은 충분히 공부하고 연구할 틈이 없이 서둘러, 너무 쉽게 법률을 만들기 때문이다. 서두르는 이유는 뻔하다. 누구보다도 먼저 인기영합적 법률을 발표해야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많이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하고 검토하고 성숙하기를 기다리다보면 어느 새 다른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표해버린다. 경제는 어렵고 소비는 위축되며 실업률은 개선되지 않는데 요즈음은 국회의원들만 신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오죽했으면 여당의 대표가 “공부는 안하면서 언론을 등에 업고 유명세를 탄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발탁되면서 한탕주의식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라고 했을까! 최근에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많은 경제화법률이 과연 작동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적지 않다. 후세에 입법폭주시대였다고 비난받지 않을지 모르겠다. 2013년 현재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은 경제도약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경제만 뒷걸음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법률적 지원 서비스가 기능을 상실하다 못해 폭주하는 입법이 오히려 경제를 후퇴시키는 역작용을 하는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발의된 경제민주화법률안은 전형적인 중복규제 과잉규제, 입법 남발이 아니라 법률의 집행력 제고를 위해 노력할 때


최근에 의원입법형식으로 발의된 경제민주화법률안은 재벌타도라는 편향된 이념 아래 논리도 정당성도 없는 규정이 남발되고 있다. 예컨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도 이미 의원입법으로 부당지원행위 위법성 요건 완화, 사익편취 규제 등 5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편법적인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사익편취 금지조항을 신설키로 했다고 한다. 이 법안의 핵심은 기업그룹의 총수일가의 거래를 가장한 사익편취행위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사익편취는 내부거래에서 발생한다. 어떤 재화와 용역을 기업(또는 그룹)의 내부에서 구매할지 외부에서 조달할지는 기업 스스로 손익을 따져 결정할 사안이다. 내부에서 구매하고자 할 때는 그 효율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부거래는 기술유출방지, 경영효율성 확대, 부의 사내 유보 등으로 채산성 제고, 순익의 증가, 주가의 상승과 투자의 촉진 등으로 이어진다. 장점이 많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률안은 내부거래 자체를 범죄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이다. 내부거래 규제론자들은 부당한 내부거래만을 규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험에 비추어보면 부당성 여부는 고려할 요소가 너무 많아 공정위가 판단할 수 없다. 과거 수많은 사건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더구나 100% 자회사는 모회사의 1개 부서에 불과할 수 있고, 그 자회사와의 거래는 모회사 내부의 생산과 동일한 것이므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사익편취에 대해서는 이미 법적으로 촘촘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및 동법 시행령 제36조(불공정거래행위의 지정)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을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하여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상법 제397조의2에도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금지규정이 2011년 신설되어 시행되고 있다. 기업총수의 사익추구는 배임죄에 의율1)될 수도 있다. 더욱 강력한 규제조치로 정부는 금년 7월부터 시행을 목표로 이미 일감몰아주기에 대하여 과세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3(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은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규정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문제, 증여세와 배당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증여의제액 계산이 지나치게 복잡하여 세액산출에 부정확성을 야기할 수 있고, 실제 증여의제액과 일감몰아주기의 규모를 금액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 또한 설익은 법률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공정거래법, 상법, 형법(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세법 등에 마련된 기존의 법규만으로도 기업총수의 사익편취행위규제를 위한 규정은 이미 넘친다. 이러한 규정들은 대부분 외국에는 없는 규정들이다. 이에 더하여 공정거래법 제3장(경제력집중 억제) 또는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에서 다시 강력한 규제규정을 신설하려 하는 것은 전형적인 중복규제이며 과잉규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최근의 일련의 경제민주화법안은 국내의 경영환경을 가능한 한 악화시켜 기업의 해외이전을 강요하는 기업해외이전 촉진정책이라고 할 만 하다. 지금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률의 집행력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할 때이지 입법의 폭주를 도모할 때가 아니다. 입법을 남발하기에는 국내외 경제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schoi@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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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용어설명> 의율 [擬律] : 법원이 법규를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함, 구체적인 사건에 적용하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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