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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컬럼

전문가들이 펼치는 정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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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의 처분을 규제하여야 하는가?


제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황당한 법안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개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제출된 법안이 400개가 넘었다. 부지런하고 머리 나쁜 상사(上士)가 최악의 상사이고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가 최고의 상사이둣이, 국회가 정쟁에 몰두하여 자기들끼리 싸움박질이나 하고 본업을 팽개치는 게으른 귀족질 하는 것이 차라리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자살株”인지 “살자株”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자기주식인데,1) 국회가 자기주식 처분에 대하여 규제를 강화하는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하여 또 한 바탕 규제의 칼을 휘두르려 한다.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요지

현행 상법 제342조 제1항은 자기주식 처분의 경우 처분할 상대방 결정 및 처분 방법을 회사의 정관 혹은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자기주식의 처분을 개별 회사의 정관과 이사회에만 맡기면 상대방을 멋대로 선택하여 회사의 지배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주평등의 원칙 및 신주발행 절차에 따라 처분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주발행절차란 신주를 발행할 때 주주에게 부여하는 신주인수권을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비례하여 공평하게 부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10% 증자의 경우 100주를 가진 주주에게는 10주를, 10주를 가진 주주에게는 1주를 인수할(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식이다. 작년(2015년) 엘리엇 메니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고 주주총회결의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KCC에 매각하였다.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KCC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데, 실제로 ㈜KCC가 이를 인수하여 합병찬성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결과 성공적인 합병이 이루어졌다. 엘리엇 메니저먼트는 삼성물산이 자기주식을 ㈜KCC에게만 일괄매도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신주발행의 경우처럼 모든 주주에게 그가 가진 주식의 비율에 다라 공평하게 매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이러한 사태에 자극을 받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규정의 입법경위


현행 상법 제342조 제1항의 입법과정을 보면, 자기주식의 처분을 명시적으로 회사의 완전한 자율에 맡긴 것은 2011년 개정상법에서이다. 2006년 당초의 입법예고된 “상법 중 회사법개정법률안”에는 자기주식처분에 신주발행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였었지만, 2008년 개정안에서는 이 규정이 삭제되었다. 2011년 상법개정시에 부활되지 못하였다. 이것은 자기주식의 처분에 신주발행절차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지 아니하기로 입법자가 정책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의 자유화를 통하여 유용한 재무관리의 수단을 제공하고 신축적 운영을 통하여 주가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유통주식수가 줄어들게 되어 주당순이익을 높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기동력 있는 자금조달 가능하게 하고, 무엇보다 자기주식의 처분은 적대적 M&A에 대한 유일한 방어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자산에 대한 소유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제약


신주발행은 자본의 직접적인 증가를 수반하는 자본거래이고, 단체법적 법리가 지배한다. 그러나 판례는 자기주식처분을 개인법적 거래로 해석하고 있고,2) 통설은 자기주식의 처분을 손익거래로 다루고 있다. 자기주식처분을 처분한다고 해서 자본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취득할 때 자본금을 헐어서 취득한 것이 아니고 배당가능이익으로써 취득했기 때문에 이를 처분할 때에도 자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신주발행에 대한 상법 규정을 자기주식의 처분의 경우에 유추적용하여야 할 논리필연적 근거는 없다. 그러므로 판례도 신주발행절차를 자기주식의 처분에 유추적용함에는 신중하여야 한다고 한다. 3) 그러한 연유로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사건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삼성물산이 합병결의 이전에 자기주식을 우호주주인 ㈜KCC에게 처분하는 것은 적법하다는 이유로 자사주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4) 특히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 관하여 과거의 판례는 그 처분을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5) 2007년 이후의 판례는 유효라는 입장이다.6)

이와 같이 자기주식처분이 개인법적 거래로서 손익거래로 다루는 이상 단체법적 이념에 해당하는 주식평등의 원칙이 적용될 수도 없다.7) 기업회계기준은 자기주식의 처분을 자본거래로 파악하고 있으나, 이것은 회계기법에 불과하므로 이를 기초로 주주의 신주인수권 부여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다. 판례는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처분한 양도차액은 과세처분의 대상이 되는 유가증권매각이익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이지, 자본준비금으로 적립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8)

현실적인 면 - 한국 상법상 존재하는 유일한 M&A 방어수단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한국 상법상 현존하는 유일한 M&A 방어수단이다.

국가는 모든 기업에게 공통적인 장치인 저비용의 고효율의 M&A나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을 마련하여야 한다. 예컨대 포이즌필, 황금주, 차등의결권제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위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아니하고, 유일하게 인정되는 것이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이다. 그런데 적대적 M&A나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또는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각 회사별로 거액을 투자하여야 하는 결과가 된다. 이는 자원운용의 비효율이 심회시키고 투자여력을 쓸 데 없는 데 소진시켜 투자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저효율 고비용의 방어수단이다. 그래서 자기주식의 취득과 보유는 자살주식을 보유한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금이 사장될 것을 잘 알면서도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적대적 M&A나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이 이것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2011년 개정상법에서 poison pill제도(신주인수선택권제도) 도입을 위한 규정이 마련되었었다. 그러나 자기주식취득과 처분이 자유롭게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제도 도입이 보류되었다. 그러므로 자기주식처분에 제한을 둔다면 대신 포이즌필제도가 도입되어야만 한다. 국가는 이와 같이 저효율 고비용의 M&A 방어수단 대신에 국가적 차원에서 간단하게 입법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의 M&A 방어법제를 마련하여야 한다.


입법례


일본 회사법은 자기주식의 취득을 완전 자유화하면서 자기주식의 처분에는 신주발행절차를 적용하고 있다(일본회사법 제199조 이하). 독일 주식법은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시에는 주주평등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지만(AktG §71), 자기주식은 거래소에서 취득 또는 처분하거나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처분하도록 함으로써 주주평등의 원칙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미국 회사법은 이사회의 결의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고, 그 취득 목적과 취득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취득재원만 규제하고 있고, 처분방법에 대하여는 규제하고 있지 않다. 영국 회사법은 주주총회의 결의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지만, 취득한 자기주식은 당연히 소각되는 것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그 처분방법에 대하여 달리 규정할 필요가 없다.


일본 회사법은 자기주식의 처분에는 신주발행절차를 적용하고 있으나, 일본은 주주의 신주인수권 자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 미국도 대부분의 주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인정하지 아니한다. 누구에게나 신주를 발행하든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이에 반하여 한국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엄격히 인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그러므로 일본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결 론


자기주식의 처분은 이미 발행되어 있는 주식을 처분하는 것으로서 회사의 총자산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고,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도 변동되지 않는다. 자기주식의 처분을 제한하는 것은 회사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 행사에 부당한 제약이 된다.9)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에서는 적대적 M&A나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은 자기주식취득과 처분이 유일한 것이다. 이 법안은 이제 그것마저 걷어내라는 것이다. 기업을 완전히 무장해제하고 국제적 기업 사냥터에 내던져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포이즌필제도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회사의 유용한 재무관리의 수단으로서 주가의 안정화, 주당순이익 제고, 기동력 있는 자금조달, 적대적 M&A에 대한 유일한 방어수단 등 활용가치가 극히 다양하다.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극히 부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처분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입법이고 규제입법이며, 기업 환경을 극도로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혹시나 있을 불공정한 처분의 효력은 해석론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jschoi@skku.edu)

1) [다산칼럼] 이만우, “자사주는 '살자株'인가, '자살株'인가”, 한국경제, 2015.11.22. 38면.

2) 대법원 1992.9.22. 91누13571; 동 1992.9.8. 91누13670; 동 1980.12.23. 79누370.

3)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7.1.30. 자 2007카합30 결정.

4) 서울고등법원 2015.7.16. 자 2015라20503 결정.

5) 예를 들면 대림통상 사건.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3.24. 2006카합393; 2006.6.29. 2005가합8262(본안).

6) 서울북부지방법원 2007.1.30. 2007카합30;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6.20. 2007카합 172; 서울북부지방법원 2007.10.25. 2007카합

1082.

7) 다만,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3.24. 2006카합393; 동 2006.6.29. 2005가합8262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것은 2011년 상법개정 전의 하급심 판례이다.

8) 대법원 1980.12.23. 79누370.

9)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1.17. 자 2012카합23 결정.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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