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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을 역행하는 MB 교육정책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에 관한 한 ‘자율’과 ‘경쟁’을 표방하여 지지를 얻어냈다. 그러나 집권 이후 2년이 다 되어가도 자율과 책무성, 선택과 경쟁의 미덕은 간 데 없고 여전히 국가 통제, 규제와 간섭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율’과 ‘선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자율형 고등학교’를 만든 것이나 서울의 ‘고교선택제’를 표방한 것이 그 예이다. 그래서 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짝퉁자율’, ‘관제(官製)자율’이라고 할 것이다. ‘무늬만 자율’인 MB 교육정책이 얼마나 자율과 거꾸로 나가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스스로 내세운 방향에 배치되고 명분과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여기저기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대학입시와 관련하여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대학입시 문제를 대학에 전폭적인 자율권을 줄 것처럼 말하면서도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여전히 교육당국이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입시 업무를 각 대학에 일임한 것이 아니라 교육부의 대학 학무과가 대학교육협의회로 이전했을 뿐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각 대학의 자율권이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수험생들에게 가장 비중 있는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도 여전히 국가가 관장하고 통제하고 있다.1)

다른 하나는 대학입학사정관제도이다. 이 제도는 원래 각 대학이 자신들의 교육방침에 합당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하여 자유로운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선진 각국이 도입한 제도이다. 그러니까 이 제도의 채택 여부, 반영 비중, 그리고 사정관의 ‘사정’ 내용은 무엇인지는 전적으로 대학이 결정할 문제이다. 그야말로 대학의 자유로운 선발권이 보장된 제도가 대학입학사정관제도이다. 그런데 우리 사정은 어떠한가? 전국 각 대학이 당장 2010학년도 입시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자율의 형태가 아니라 교육당국의 ‘권고’에 따라 일률적으로 이 제도를 통하여, 적용대상 범위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만약 이 제도를 외면(?)하면 각종 지원금과 교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의존해야 할 대학입학사정관제도가 당국의 ‘강권’에 따라 시행되는 것이다. 앞서 ‘관제자율’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국의 각 대학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이 업무를 관장할 사정관의 확보이다. 이른바 잘 나가는 대학의 경우에 별 문제가 없겠지만 지방소재 대학이나 소규모 대학의 사정은 만만치 않다. 경향 각지에서 학식과 덕망 있는 유명 인사를 한꺼번에 모셔와 수능처럼 ‘전국적인 행사’가 되어야 할 판이다. 또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의 평가내용에 대한 공정성 시비에 어떻게 대응할 지도 걱정이다.

최근 들어서 자율과 거꾸로 가는 교육정책의 극치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핵심적으로 불을 지핀 ‘외고 말살’ 시도와 서울교육청의 ‘수정된’ 고교선택제이다. 이 두 사안을 보고 있노라면 이 정부 출범 이후 근 2년 동안 그나마 걸었던 일말의 기대에 허탈감마저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참여정부의 노선과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먼저 이른바 ‘외고대책’부터 살펴보자. 각설하고 이러한 해괴한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금년 들어 대통령이 표방한 중도노선과 이에 따른 서민대책의 일환으로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을 맞춘 데 있다. 집권 초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파동의 예기치 않게 곤혹을 치른 대통령이 금년 들어 그야말로 중도노선을 표방하고 서민대책을 강구함으로써 급상승한 지지율에 고무되었을 것은 가히 짐작할 만하다. 그리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생계를 챙기겠다는 데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대통령의 ‘이념 없는 중도’도 문제이지만 서민대책이 사교육대책으로 그리고 사교육대책이 엉뚱하게 외고 말살로 이어졌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사안의 선봉에 선 정두언 의원이 생각하는 도식은 ‘서민대책’은 ‘사교육비경감’에서 찾고, 다시 ‘사교육비 경감’은 ‘외고 입시’에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사교육의 주범이 ‘외고’인 것이다. 필자는 이미 정 의원이 주장하는 도식이 심각한 원인 혼란에 빠졌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2) 여기서 다시 상론은 하지 않겠으나, 사교육의 기형적 팽창의 원인은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행 평준화 체제이다. 그리고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행 평준화 체제에서 그 ‘보완책’으로 나온 것이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의 설립이다. 그러니까 사교육 대책을 마련하려면, 외고를 손댈 것이 아니라 평준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손을 보아야 한다. 평준화 정책의 폐해야말로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기 때문에,3) 평준화 정책이 존속하는 한 다양한 교육욕구 충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사정을 무시하게 되면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면 외고 말살을 기획한 의도는 무엇인가? ‘원인 혼란’과 같은 이론적 논점 이외에 항간에 나도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금년에 ‘재미’를 본 대통령의 서민대책이 단기적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시도되었다는 것이다. 엄연히 교육정책 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정권 실세라고 하는 정 의원이 나서는 모양새에서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을 포함하여 집권세력이 역시 서민대책을 명분으로 정강이나 정책노선 없이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내년 여름에는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 선거도 치러진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야 어찌되었건 외고 말살 정책이 서민생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사교육에 대한 강경책이 나오면 나올수록 사교육은 음성화되고 결과적으로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학원교습을 했던 서민 자녀들만 피해를 본다. 우리는 1980년대 제5공화국의 서슬 퍼런 정권에서 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사교육의 주범은 평준화 정책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표된 서울교육청의 고교선택제는 ‘짝퉁자율’의 전형이요, 극치이다. 작년에 발표된 원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제1단계에서 학생들이 전체 서울지역 일반계 고교 가운데 두 개 학교를 지원하면 정원의 20%를 무작위 추첨 배정하고, 제2단계에서 거주지 학군 내 두 곳을 골라 지원하면 정원의 40%가 무작위 추첨 배정되며, 마지막 제3단계에서는 1ㆍ2단계에서 떨어진 학생은 통학거리 등을 고려해 거주지 학군이나 인접 학군에 정원의 40%를 강제 배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형방식이 ‘선택’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80%의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자신들이 실시했다는 시뮬레이션의 전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교육청의 말을 수긍한다고 해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한 나머지 20%의 학생들의 처지는 무엇이 되는가? 이 전형방식은 ‘선택’과는 아무 관계없는 선택을 빙자한 ‘배정방식’에 불과하다. 오히려 현행 전원 추첨방식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개선된 것이 없다.

게다가 아파트 분양이나 로또 복권 등에서 사용할 ‘추첨’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서울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에 묻고 싶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 들어서 추진하는 모든 형태의 학교의 전형방식으로 ‘추첨’을 택하고 있다. 국제중학교, 자율형 고교 등 추첨으로 전형해서는 학교 특성에 맞지 않는 학교들도 반드시 추첨에 따라 전형해야 한다. 역시 지필고사 금지와 사교육 팽창 방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사교육이 줄었다고 우긴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이와 같이 추첨에 의존하여 단위학교의 선발권을 무시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모르긴 해도 ‘좌파 눈치보기’이거나 교육당국의 관료독점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시 고교선택제로 돌아가 보자. 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이 사퇴한 서울교육청은 관료출신으로 교육부에서 내려온 부교육감을 교육감대행으로 하여 운영되고 있다. 대행체제로 들어서면서 역시 좌파 눈치보기 때문인지 나중에 뒷감당을 하지 않는 관료체제의 속성 때문인지 서울에서 처음 시행되는 고교선택제가 최근 그 시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당초 계획과 달리 학군(學群) 내 ‘거주자 우선 배정’ 원칙을 적용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결과적으로 1단계의 20% 학생만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을 받고 나머지는 추첨에 따라 희망하는 학교와는 무관하게 배정받게 되었다. 이를 두고 서울교육청은 이런저런 이유를 여러 가지 둘러대지만, 자율 의지가 완전 사장(死藏)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해에 발표한 원래의 취지만 해도 ‘선택’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인데 이나마도 선택과 자율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그것도 오는 15일부터 일반계 고등학교 원서를 접수하는 일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하고 있다. 일부 좌파들이 ‘이명박 독재정권’ 운운한다 해도 이에 대한 반박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교육정책의 흐름은 한마디로 ‘자율’과 ‘경쟁’은 허울뿐이고 ‘짝퉁자율’, ‘관제자율’로 일관하고 있다. 자율과는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MB 교육정책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그 진정성이 어디에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김정래 (부산교육대학교 교수/교육학, duke77@bnu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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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능시험도 폐지되어야 할 국가독점이라는 점은 이미 소개한 바 있으므로(KERI칼럼 2009년 11월 18일) 상론

은 하지 않겠음.

2) 외고가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주장의 허구, 자유기업원 CFE Viewpoint 144, 2009년 10월 26일.

3) 평준화 정책이 교육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점을 확인하려는 분은 최근 필자의 졸저『고혹 평준화 해부』

(한국경제연구원, 2009. 11)를 참조하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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